2024년 05월 12일~2024년 05월 19일 도서
죽음이라는 건 삶의 종착역이라고 생각한다. 사고로 죽은 사람들은 그 종착역이 기차역이었다. 나의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은 아무리 생각해도 노트북 앞이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하루의 시작이고, 끝인 곳이라 그런 것 같다. 이번 주 내내 나는 이곳에서 생활했다. 여기서 자고, 생각하고, 쓰고, 읽고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솔직히 나의 이번 생처럼 메일이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말하는 그런 삶은 아니었으면 한다. 이 삶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준비하는 것은 좋은 것이라 말할 수 있지만, 그만큼 촉박한 삶도 살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것을 미루지 않으려 잠을 자지 않고, 해야 하는 일을 위해 나의 시간을 멈추어 놓고, 다른 시간을 빌려다 쓴다. 그렇게 하더라도 내 시간을 쓰는 것은 같지만, 어리석게도 나는 그걸 모른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기차에 타고 있는 승객이라면, 그 사람을 보기 위한 손님이라면 어떤 입장이든 곤란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손님은 기차에 탄 승객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승객은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났지만, 역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다. 서로가 이 기차가 위험한 기차인 것을 알면서도 내리라는 말을 못 해주는 곤란한 상황. 그리고 사고가 나기 전에 내리는 자신을 찾아온 사람을 보며 남은 승객은 어떤 기분일까? 내리지 못하는 지박령 같은 심정이지 않을까? 내리는 손님은 같이 내리지 못한 것에 미안함을 또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두고 온 것에 대한 그 고통을 다시 안는 것이다.
지금은 살고 있어서 독자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라 치부할 수도 있지만, 남는 자와 남을 자의 마음을 생각해 보라. 그것은 별수 없는 것이다. 나는 여기 기차에 남아야 하는 남는 자이고, 기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결국 남을 자인 것이다. 죽음으로 갈라진 운명은 달라지지 않는다.
내가 보고 싶다는 단 한 가지를 위해 이기심을 부릴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변하지 않는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 기차를 타지 않을 것이다.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슬픔은 슬픔으로 그건 내 몫이다. 슬픔의 깊이를 재려고 하지 말고, 슬픔을 받아들이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내가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을 읽고 느낀 점이다.
책을 읽으면서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인 것 같다. 진정한 나의 간접 경험. 죽음의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상상하더라도 현실과 가상은 구분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야 환상 속에 나를 묶어 두지 않고 내 삶을 살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