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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의 연서(戀書)

하루 시

by 그래
봄의 전령사 목련은 가장 먼저 봄을 알린다. 마치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듯이


나의 시를 위한 매거진을 운영하니 좋다. 언제든 써서 공유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을 잡은 것과 같다. 몇 시간씩 고민하고, 다 쓴 후 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도 실제 시집에 실릴 때 또 수정한다.


매년 그 전해에 쓴 시를 모아 시집을 출간했다. 그게 두 번째까지 쌓이다 올해는 무기한 연기되었다. 편 수가 많은 것보다 스스로 든 자괴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가 크다. 나는 특히 내 시를 좋아한다. 시를 쓸 때 느꼈던 감정이나 찰나의 생각들이 고스란히 떠올라 행복감을 주기 때문이다. 때론 화나고, 슬펐던 기억도 있다. 그게 시를 읽으면 고스란히 플레이되어 그때로 시간여행을 떠난 기분을 들게 한다.


어떤 시인이 말하길 시인은 자기 시를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스스로 풀어낼 수 없는 시는 좋은 글이 아니라는 것이다. 달콤함도 아픔이 담길 수 있는 게 바로 시다. 나는 순간의 생각과 감정을 주로 쓰기 때문에 사랑시라도 의미는 다르다. 나의 해석을 담아 인스타 방송을 하기도 했다. 물론 한두 명의 애청자가 전부였지만, 그래도 자기 글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신기해하고, 좋아해 주셨다.


작가는 자기 글에 대한 애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유달리 많다. 그러나 그게 의심이 되었을 때는 글자체를 쓸 수 없는 부작용을 만든다. 그게 올해 초 나의 모습이었다. 스스로 부정해 버린 결과였다. 다시 올 수도 있다. 내 책의 관심도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출간은 그만큼 힘들다. 단순히 출간의 기쁨과 이와 같은 부작용과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큰 지는 본인의 멘털이 어떤 지를 파악하면 된다.


나는 유리멘탈이다. 그것도 얇디얇은 비닐과도 같은 유리. 한 번씩 폭풍이 오면 다시 유리화되기까지 꽤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그 시기가 지나면 좀 더 성숙해지는 장점도 있다. 이번에는 길었다. 외출조차 못할 만큼 힘들었다. 그러나 다시 단단해지려 노력하고 있다. 그거면 됐다. 멈춤이 끝나면 움직이면 된다.


걷는 방법을 잊었다고 영원히 걷지 못하는 건 아니다. 걸었던 기억을 살려 넘어지고 일어서는 일련의 행동을 반복하면 다시 걸을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전보다 더 잘 걸을 수도 있다. 그때는 나를 칭찬해 줘야겠다. 오랜만에 샌 밤 때문에 센치해졌다. 이만 자야겠다. 평안한 하루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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