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시
오늘 말하고 싶은 건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그림자이다.
화려한 꽃과 달리 고작 덩치만 큰 그림자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나의 시선을 끌었다. 고작 그림자일 뿐이라고 무심코 넘길 수 있는 거였지만, 이상하게 나는 그림자가 끙끙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자신을 만들어 준 꽃은 고고하고 아름다웠다. 하얀 꽃잎 끝으로 수채화물감이라도 묻은 듯 고운 붉은색이 있고, 꽃술은 짙지도 옅지도 않은 노란 꽃술이 고고한 꽃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 반면 그림자는 꽃보다 몇 십배는 컸지만, 검은색으로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태양이 기울 때마다 점점 작아질 터였다. 분명 꽃이 주인공이다. 그러나 그림자도 주인공이고 싶어 보였다. 이상한 작가인 나는 그림자를 주인공으로 썼다. 그러나 주인공다운 화려한 모습보다는 결국 인간의 마음을 비유하고 말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나는 그림자였다. 그때는 그림자인 걸 망각하고 꽃인 줄 착각했는 지도 모른다. 평소처럼 나의 리그에서 조용히 지냈다면 달라졌을까? 지금 나는 또 이루지 못할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 나는 어쩌고 싶을까? 무엇이 답인지 알려준다면 참 좋겠다. 답은 결국 내게 있다는 것도 알면서도 답을 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