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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배는 너였다

하루시

by 그래

오랜만에 에세이에 가까운 시를 썼다. 매일 지나는 개천을 스치듯 바라보는데, 어릴 적 한 아이가 생각났다. 정성껏 만든 작은 종이배를 냇가에 직접 띄우고, 한참 바라보다 엄마 품에서 울던 조만간 사내아이. 아이와 종이배를 측은하게 바라보는 젊은 엄마였다.


엄마가 되어서야 알게 됐다. 그날 그 젊은 엄마의 측은한 눈빛을 말이다. 서서히 품을 떠날 준비를 하는 두 아이를 보면서 종이배의 무사항해를 기원하는 아이와 내가 다르지 않았다. 손파도도 더 이상 만들어줄 수 없을 만큼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갔다. 이제는 바라보는 것만 할 수 있다. 언젠가 "엄마"라고 찾을 때 내가 곁에 있을까? 오지도 않은 먼 미래가 벌써 걱정이다.


어제 딸과의 짧은 외출을 했다. 전에는 사달라고 하던 딸이 예쁜 옷을 보더니 "엄마, 이거 사줄까?" 하던 것이다. 직장인이구나,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아직 곁에 살고 있지만, 이미 딸아이는 세상에 있었다. 어떤 상황인지 궁금하지만, 묻지 않기로 했다. 언젠가 내가 필요하면 내 아이는 나를 찾을 테니 말이다.


엄마의 가방을 들어주던 아이는 나의 1초를 사진으로 남겼다. 반나절 짧은 여정동안 아이는 많은 걸 알아주었다.

엄마의 여정에서 좋은 신발이 필요하다며 아버지께 말했다. 남편은 쇼핑몰 후기를 읽으며 편한 신발을 찾아주었다. 내가 챙겨주던 작은 아이가 이젠 어른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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