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척박사 만수

2025년 09월 06일 토요일 [배려]

by 그래

만수는 도원이 집에 왔다는 게 좋았다. 그동안 함께 가고 싶었던 곳에만 가도 하루가 금방 끝나가고 있어 아쉽고, 도원은 만수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일치하는 장소에 왔다는 게 재밌다. 개구리알을 풀어두고 키운다는 논두렁은 어항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컸다. 아무도 경작하지 않는 밭에는 풀이 무성하고, 어디에도 물이 흐르는 곳이 없는데, 논두렁은 계속 흘렀다. 만수가 오늘 꼭 가야 한다는 개울에는 신기한 것들이 가득 있었다.


“이거 뭐야?”

“그거 개망초 씨앗이야. 이제 여름이 끝나 가서 그래. 전에 너희 집 대문 앞에 본 작은 꽃 있었지? 네가 예쁘다고 한 거.”

“응."

"그게 개망초.”

“음, 이건? 향이 너무 좋아.”

그거는 줘 봐. 이렇게 바로 먹어도 돼.”


만수는 자기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논두렁에 초록색의 긴 풀을 뜯어 바로 입에 넣었다. 만수의 입에 짓이기며 퍼지는 향이 익숙했다.


"미나리?"


대답않고 고개만 끄덕이는 모습에 도원도 짧게 잘라 입에 넣었다. 향긋한 향이 입안에 쫙 퍼졌다.


“진짜 미니리네.”

“응. 할머니가 종종 여기서 뜯어서 미나리전 해주는데, 맛있어.”


만수는 귀찮지도 않은지 도원이 묻는 모든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 유독 꽃과 풀에 관해 아는 것이 많아서 만수가 달리 보였다. 그러나 사실 도원이 오면 분명 이것저것 물어볼 거라 만수는 예상했다. 저번에 만났을 때 오늘 놀러 가도 되냐는 말을 들은 후부터 매일 할머니와 외삼촌에게 기억할 때까지 물었다. 만수는 도원이 자기 답을 듣고 시골이 궁금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도원은 궁금한 건 못 참으니까 분명히 알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무모한 기대여도 거기에 기대고 싶을 만큼 만수는 간절했다.


“발끝에 뭐가 무는데, 크크, 간지러.”

“아, 그건 송사리! 이런 논두렁이나 개울에 많이 사는 물고기야. 딱 간지러울 정도로만 물어.”

“그렇구나. 신기한 게 참, 많아.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다 아니까.”

“그래? 딴 데도 신기한 거 많아. 궁금하지 않아?”

"궁금해."

"그래? 그러면......."


만수도 눈치는 있다. 금방 말길을 알아듣고 시선을 피하는 도원에게 더 말할 수는 없었다. 친구는 부담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고 외삼촌이 그랬다. 아주 짧은 찰나, 물소리만 들리는 정적이 흘렀다. 그조차 민망한 만수는 서둘러 냇가를 나와 도원 쪽이 아닌 흙바닥을 보며 소리쳤다.


“농담, 농담이야. 가자. 벌써 깜깜해졌다.”

“그래. 가자. 집에.”


도원은 항상 뒷 주머니에 있는 손수건을 꺼내 발을 닦고, 만수에게도 건넸다. 그러나 만수는 슬리퍼라 그냥 신어도 된다며 저벅저벅 소리를 내며, 앞장서 걸었다. 집에 가는 길, 풀벌레 소리가 듣기 좋다. 아직은 심심치 않게 들리는 때 늦은 개구리 소리도 들린다.


“도원아, 잠깐만 그대로 서 봐.”

“왜?”

“쉿!”


발소리를 죽이며 걸어오던 만수가 도원의 어깨로 손을 뻗었다. 얼어버린 도원을 향해 내민 손에는 작은 청개구리가 잔뜩 화난 얼굴로 아래턱을 부풀리며 빨간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이내 벼 사이로 폴짝 뛰어 달아났다. 손바닥보다 작은 청개구리가 꽤 멀리 뛰는 것에 놀란 것도 잠시, 멀리 보이는 만수 집 앞에 까만 차가 보이자 어떻게든 시간을 붙자고 싶어졌다.


“만수야, 나 자고 가도 돼?”


계획에 없는 일은 절대 만들지 않는다. 그건 아버지의 철칙과 같다. 그러나 만수에게는 그런 철칙 따위 무시하고 싶다. 도원에게 만수는 그런 존재였다.


“그럼. 당연하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만수라 다행이었다. 도원은 어쩐지 들뜬 마음으로 까만 차 쪽으로 걸어갔다.

직접 그렸습니다. 조몽쌤은 찾으셨나요?

조몽쌤이 누구냐면 저의 도장캐릭이며, 자캐입니다. 그림 속에 숨어 있지만, 간혹 너무 잘 보일 때도 있죠!!


오늘의 시제는 [배려]입니다.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와 있는 뜻입니다.


이전 06화도원은 없고, 만수는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