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6일 화요일 [소란]
도원은 만수의 배려에 기뻐하며 맨 뒤에 가 자리에 앉았다. 어떻게 인사할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어제 온종일 거울을 보며 연습한 말을 꺼내려 틈을 보았다. 그러나 만수는 그 틈을 주지 않았다. 수업 내내 자고, 쉬는 시간이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도원이 말을 걸려 불러도 못 들은 척했으며 교실에 돌아와서 다시 엎드려 자기 바빴다.
“도원아, 식당은 교실 나가서 오른쪽 복도 따라 쭉 가서 계단 내려가. 지하 1층이야.”
“어, 고마워.”
반장인 여학생이 도원에게 식당 위치를 알려주고 친구들과 쌩하니 가버렸다. 하나, 둘 빠져나간 교실에는 만수와 도원만 남았다. 도원은 만수에게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할지 몰랐다. 만수가 도원과 말하지 않으려 하는 것을 아니까 더 말하기가 어려웠다.
“저기, 만…….”
“가, 난 안 먹어.”
“나랑 말하기 싫어?”
“어. 싫어. 그러니까 가.”
만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이 아닌 운동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도원은 만수가 나간 운동장과 식당 사이에서 고민하다 만수가 간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만수는 운동장 한쪽에 있는 벤치에 누워있었다.
“만수야.”
“…….”
“만수야, 나 왔어. 나 온 거 싫어?”
“…….”
여전히 만수는 말이 없다. 도원은 만수가 앉은 벤치 옆에 앉았다. 행여 말이라도 시키면 놓칠까 봐 머리 쪽에 가까운 위치에 앉아 운동장 끝을 보았다. 거기엔 농구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10분 정도 지나자 빨리 먹은 몇 남학생들이 농구장 앞에 모였다. 원래 만나기로 한 건지 금방 6명이 모여 3:3 농구를 시작했다. 도원은 아버지의 명령으로 인해 농구, 축구, 야구, 수영 등을 배웠다. 뭐든 완벽하게 하지는 못해도 규칙과 방법 정도는 알고 있게 되었다.
"만수야, 나 농구할 줄 안다. 축구도 할 줄 알고, 야구도 할 줄 알아. 수영도 배웠어.”
만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본능이 움직이지 않았다.
“나, 영어도 배웠어. 일본어도 할 줄 알아. 너 전에 영어 배우고 싶다고 했지? 내가 가르쳐 줄까?”
그때 만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도원을 바라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화를 내는 것 같아서 도원은 입술 끝이 바싹 말랐다.
“만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