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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루하 Jun 24. 2024

꼰대

나는 꼰대인가?

어느 순간 꼰대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조언이라고 한마디 해주는 것이긴 한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충분히 꼰대로 보일 수 있겠다 싶은 것이 너무 많다. 좋은 조언이라도 듣기에 따라 분명 기분이 좋고 나쁘고 가 있을 텐데, 나는 그걸 생각 안 하고 말하는 것 같다.


오늘 같은 경우 절실히 깨달았다. 새롭게 들어간 방에서 우연히 상대편 작가의 나이를 알게 되었다. 주책스럽게도 모른 척했으면 나을 것을 굳이 한 마디를 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밝혀지는 나이차이. 그렇게 만약 나이를 모르는 상태에서 들었다면 서로 대화하면서 들을 수는 좋은 이야기가 꼰대의 잔소리가 되었다.


다양한 경험이 당연히 좋지! 하지만 그것도 본인 선택이 우선이다. 내가 뭐라고 감 나와라 배 나와라 했는지 돌아서고 보니 후회가 밀려온다. 뭐든 적당히 해야 하는데, 점점 그 경계선이 무너지는 것만 같다. 내 아이를 키우는 것과 다른 아이들의 차이를 깨닫고 스스로 어른임을 버려야 하는데, 아직 나는 그것을 버리려면 먼 것 같다. 나이를 덜 먹은 건지 생각이 덜 여문건지 아무튼 아쉽다.


어른이면 어른답게 행동하라. 나는 이 말은 반대한다.  다른 의미는 모르겠으나, 글 쓰는 사람으로서 어른은 하등 필요 없다. 어른이면 요즘 아이들의 생각, 관심 같은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트렌트를 따라가기 위해 어른임을 굳이 알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짓말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모른 척 얼버무리라는 말이다. 굳이 나이가 상관있느냐? 그것이다. 아, 10분의 짧은 대화가 너무 싫었다. 내 모습이 이렇게 나도 꼰대 대열에 서버렸구나 느껴버린 것이라 더욱 싫다.


깨달았다면 고칠 수 있을까? 세상사 무심한 나인데, 왜 자식 또래 아이들과의 대화에선 어른 흉내를 내려고 하는지 참 한심하다. 영원한 피터팬이 되고 싶은 건 절대 아니다. 몸은 어쩔 수 없는 나이의 굴레에 벗어날 수 없더라도 생각만큼은 열려 있고 싶은 것이다. 수용 범위를 넓고 깊게 하고 싶고, 이해 범위 역시 깊이깊이 넓이고 싶을 뿐이다. 다시 그런 대화가 생기면 나는 자제할 수 있을까? 후회의 연속이다. 아쉽다. 



지난 금요일 어떤 작가님을 만났는데, 이런 말을 해주시더라고요. 제가 사람들이 제 글을 피드백해주지 않아 속상하다고 말했거든요. 여기에 답변으로 해주신 말인데, 귀를 열어야 한데요. 솔로몬은 하나님에게 기도를 할 때 귀를 열게 해달라고 했데요. 저는 종교인이 아니라 잘 몰라요. 아무튼 듣는 것과 지혜는 동일 선상에 있다는 거죠. 그리고 사람이 가장 먼저 발달되는 것도 귀이고, 가장 마지막에 닫히는 것도 귀라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듣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만약 제가 듣지 못했다는 말은 아무도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귀를 닫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라는 말인 것 같았어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혹 그러지 않는지 한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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