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루하 Jul 26. 2024

10화 아까는 왜 못 봤지?

더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들렸지만, 다 하지 않고 돌아섰다. 그가 간 후에 엄마의 방으로 갔다. 그의 행동이 너무 엄마와 닮아서 보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항상 엄마가 앉아 있는 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다. 같이 있는 듯한 느낌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한참 울다 고개를 들었을 때 벽에 걸리지도 못하고 방바닥에 덩그러니 있는 영정 사진이 보였다.   

   

어느 화창한 날, 엄마가 퇴근한 나에게 저녁을 챙겨주며 물었다.


“딸, 우리 사진 찍으러 갈까?”

“응, 좋지? 근데 나 주말에나 가능한데, 괜찮아?”

“응, 엄마 이제 분식집 그만하려고 가게 내놨어. 오늘 부로 끝.” 

“진짜?”

“그럼, 우리 딸과 놀러 다닐까?”

“나는 좋지.”


그 주 주말, 엄마와 가볍게 공원을 산책하고 동네 사진관에 들렀다. 오붓하게 사진을 찍고,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이 엄마가 홀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엄마, 증명사진 필요해?”

“어? 응.”

“오, 내가 사준 목걸이 드디어 했네. 근데, 아까는 왜 못 봤지?”

“옷 속에 있어서 못 봤나 보지.”


얼렁뚱땅 대충 넘어간 말에 좀 꼬치꼬치 캐물을 것을, 시간이 지나고 후회했다. 영정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고 웃으며 이 포즈 저 포즈를 권하는 딸을 보는 사진사는 나를 얼마나 한심하게 봤을까? 그런 엄마의 마음은 복잡했겠지?


다시금 떠오르는 슬픔을 이기려 엄마의 사진을 손으로 쓸었다. 손바닥에 딸려 오는 먼지에 두 팔을 걷었다. 창문을 열고, 먼저 먼지를 닦아내기 위해 정전기 포를 꺼냈다. 엄마가 하던 방식 그대로 청소를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제법 깨끗해진 방만큼 방 온도가 낮아졌다. 창문을 너무 오래 열어둔 것이다. 그새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몸이 오슬오슬 추워져 엄마가 누워 자는 곳에 이불을 깔고 전기장판을 켰다. 꽤 높은 온도에 놀랐다.


“엄마, 매우 아팠어?”


사진을 보며 물었다. ‘아이고, 아이고’ 소리를 달고 살던 엄마, 분식집을 하다 보니 허리, 다리 할 것 없이 멀쩡한 곳이 없었다. 병원에 가자고 하면 다 방법이 있다고 했는데, 그게 전기장판에 지지는 것이었나 보다. 나도 그 위에 누웠다. 조금 지나니 뜨끈하게 이불속이 데워졌다. 주룩주룩 땀이 나올 온도에 이불을 걷어내니 한기가 온몸에 전해졌다.


“앗, 추워.”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온도를 낮추면 되는 데, 저게 뭐라고 손대고 싶지 않다. 엄마의 추억 하나를 덜어내는 것 같아 그대로 두었다. 그냥 조금 참으면 된다고 하는 생각으로 그대로 잠이 들었다. 

이전 09화 09화 내일 다시 올게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