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그가 입을 다물었다. 일순간 멈춘 동작이 당황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움직이던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답했다.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요. 근데 있잖아요? 저는 당신이 걱정이 돼요. 그래서 당신을 놓을 수가 없어요. 여전히 다 낫지 못해 절뚝거리는 발도 제대로 먹지 못해 마른 몸까지 걱정이 된다고요.”
그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발을 다친 것도 잊은 나보다 나를 더 걱정해 주고, 나의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 그가 생소하면서도 익숙한 기분은 무엇일까? 그를 보고 있으면 자꾸 엄마 생각이 났다. 내 의사와 상관없이 무조건적인 사랑을 줬던 엄마가 말이다.
“저는 당신이 좋은 것 같아요!”
뭐가 좋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예전부터 그게 의문이었다. 내가 좋다면서 내 인생에 끼어든 몇 남자들이 있었으나, 다 제풀이 지쳐 나가떨어졌다. 틈을 주지 않는 나, 틈을 바라는 그 사이에 접점은 없었으니까.
“오늘은 맑은 미음이라고 했죠. 기다려 봐요. 만들어 줄게요.”
그는 엄마처럼 의사 따위 묻지 않고, 부엌으로 가서 요리를 시작했다. 요리라고 해봐야 멀건 미음이었지만, 정성을 다하는 게 보였다.
“거기 앉아요.”
그가 해준 미음은 뜨겁지 않은 적당한 온도였다. 후후 불 필요도 없는, 자꾸 엄마를 생각나게 했다.
“오늘만이에요. 내일은 안 열어줘요. 저는 사랑 따위 믿지 않아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가 베푸는 친절이 싫지는 않았다.
“믿으라는 게 아니에요. 그냥 제 마음이 그렇다는 것뿐이에요.”
그의 말이 진심인 건 내가 미음을 먹을 때마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다 먹지 않고 남겼을 때는 걱정하며 다시 권하기도 했다.
“배불러요.”
솔직하게 말했다. 정말 오래간만에 먹은 음식이라 그런지 물 한잔 정도의 양만큼이면 충분히 배가 불렀다.
“알았어요. 가서 쉬고 있어요.”
그는 뒷정리를 마치고, 거실로 나왔다.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며 말했다.
“내일 다시 올게요.”
나는 답하지 않았다. 내일은 모르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 이후도 어찌 될지 모르는 데, 내일이면 먼 미래였다. 문을 나서는 그를 배웅도 하지 않으니, 서운한 지 결국 한 마디 한다.
“저, 첫 고백이었어요. 저도 저 좋다는 사람 많은데, 그런데 처음이었는데…. 너무 하네. 정말.”
여전히 그의 말에 대꾸 없는 나를 보며 말했다. 그도 용기를 내어 말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그 말에 대꾸할 수 없었다.
“저기…, 아니에요.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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