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루하 Jul 19. 2024

08화 좀 오래되긴 했네요.

“네?”


나도 모르게 그를 쳐다보자, 그는 자리를 비켜주었다.


“아, 저는 나가 있겠습니다. 이야기 나누세요.”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의사는 목소리를 조금 낮추어 질문했다.


“위 안이 완전히 비워져 있어요, 현재 심각한 영양실조입니다. 그래서 여쭤보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 맞고 있는 건 영양제가 포함된 수액입니다.”

“사실, 엄마가 몇 달 전에 돌아가셨어요.”

“그러셨군요. 그래도 식사는 제때 하셔야지. 아휴. 일단 댁에 가시면 맑은 미음부터 드세요. 아셨죠? 천천히 단계를 올리시고, 병원은 외래에 접수하고 내과에서 보세요. 그리고 발에 난 상처는 소독 등 가벼운 응급 처치 정도면 충분해서 처치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의사가 돌아설 때 그만, 그와 마주치고 말았다. 난감한 표정을 짓는 그가 귀여웠다. 정작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미안해하면서도 걱정하는 묘한 표정에 그는 어떻게 할지 몰라 의사 뒤를 따라가는 것으로 내 시선을 피했다. 그새 다시 잠들었고, 링거를 빼는 느낌에 눈을 떴다. 그가 나를 안으려 손을 뻗고 있었다. 


“저 걸을 수 있어요.”

“아, 깼어요?”


왠지 아쉬워 보이는 저 눈은 뭔가 싶다. 병원비 정산을 위해 원무과를 들른 후 그의 도움으로 집으로 왔다. 영양제와 수액을 맞아서 그런지 몸이 한결 나아진 기분이었다.


“저 이제 괜찮으니까 돌아가세요.”

“이제는 혼자 있어도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오늘 고마웠어요.”

“내일 또 올게요. 아, 잠시만요.”

“뭐 하시려고?”


그가 부엌으로 향하더니 주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뭐 하세요?”


대답은 않고, 당황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쌀도 없어요? 그동안 뭐 드신 거예요?”

“글쎄요.”


답할 게 없었다. 먹는다는 말을 쓴 게 아마도 엄마 돌아가시기 하루 전인 것 같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엄마 앞에서 꾸역꾸역 밥을 먹으면서 웃었다. 그리고 화장실로 가 게우던 날 그때가 마지막 식사였다. 


“좀 오래되긴 했네요.”

“이따가 다시 올 테니까 문 열어줘요.”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알겠으니까 얼른 가요.”


그는 1시간쯤 지나 다시 왔다. 양손 가득 뭔가를 잔뜩 사 온 것들을 주섬주섬 냉장고와 부엌 여기저기에 정리했다.


“이게 다 뭔가요?”

“당신 먹을 거예요.”

“네?”

“걱정하지 말아요. 당신 보고 하라고 안 하니까 제가 매일 올게요.”

“그렇게 안 해도 돼요. 저도 요리 좀 해요.”

“그럼 뭐해요? 아무것도 안 먹잖아요. 제가 직접 와서 먹나 안 먹나 감시할 겁니다.”


그와 단 한 번 만났을 뿐인데, 이유 없이 나에게 친절한 그가 이상하고 거북했다. 게다가 그의 행동은 엄마를 떠오르게 만들면서 감정이 복받쳐 오르게 했다.


“당신이 뭔데요?”

이전 07화 07화 몇 호에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