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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루하 Jul 16. 2024

07화 몇 호에요?

내가 세상에서 유일하게 사랑하는 사람, 엄마를 보내고 내 삶은 완전히 세상과 담을 쌓기 시작했다. 집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엄마의 방은 열어보지도 못했다. 무서웠다. 엄마의 부재를 완전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에서야 용기를 내 문을 열어본다. 조금 먼지가 쌓였을 뿐 엄마의 성격대로 가지런히 놓인 엄마의 화장대, 가구가 그 자리 그대로 있었다.


마지막으로 변호사와 통화한 핸드폰은 배터리가 없는 상태로 화장대에 올려져 있었다. 조용히 핸드폰을 들고 방을 나왔다. 다시 닫으면 영영 열지 못할까 방문을 활짝 열어두고 거실 소파에 앉았다. 그때 옆으로 밀친 옷에서 어젯밤에 받은 명함 한 장이 떨어졌다. 그 사람 연락처였다. 너무 외로워서였을까? 핸드폰을 충전기에 꽂아 두고, 망설임도 없이 버튼을 눌렀다.


“네, 유명한 회사 오명호 과장입니다.”


어제와는 다른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왔다. 뭐라고 해야 하는데, 전화기가 말썽이었다. 그만 전원이 꺼지고 만 것이다.


“그럼, 그렇지.”


다시 충전기에 전화기를 꽂아두고, 시계를 쳐다봤다. 10분이 지나기를 손꼽아 기다려 전원을 켰다. 켜자마자 울리는 벨소리에 깜짝 놀라 받았다.


“여보세요?”

“오명호입니다. 어제 맞으시죠? 공원에서 뵀던…. 무슨 일 있어요?”


목소리가 다급해 보이는 것은 착각일까? 그는 연속 재촉하며 물었다.


“어디 아파요?”

“아뇨. 그냥 혼자 있고 싶지 않아서 전화했어요.”

“몇 호에요?”

“네?”

“몇 호에 사시냐고요?”


얼떨결에 답했다.


“302호요.”

“알겠습니다.”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초인종 소리가 울리고 그가 모습을 보였다. 


“날아왔어요?”

“실은 당신 전화받고, 걱정되어서 바로 나왔어요.”

“저 괜찮아….”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꼈고, 그 앞에서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 같더니 그만, 의식을 잃었다. 이번에 눈을 떴을 땐 병원이었다. 옆에 그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회진을 돌던 의사와 눈이 마주쳤다. 입을 막 열려는 의사에게 손가락을 들어 막고 졸고 있는 그를 쳐다보니, 의사는 조용히 나갔다. 그러나 가림막에서 나오는 ‘촤라락’ 소리에 그만 그가 깨고 말았다.


“깼어요? 잠시만요. 제가 의사 모시고 올게요. 기다려요.”

“잠….”


부르기도 전에 그가 먼저였다. 돌아선 의사와 마주친 건지 바로 의사와 함께 가림막을 걷고 들어왔다.


“혹시 최근에 힘든 일 겪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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