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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루하 Jul 09. 2024

05화 부를 사람이 있을까?

“엄마, 있잖아, 오늘 모르는 공원에서 어떤 사람을 만…, 났거든. 엄마?”


잊었다. 엄마가 없다는 사실을 잊었다. 어떻게 까맣게 잊을 수가 있지? 나는 엄마의 부재도 잊고 산단 말인가? 직접 장례까지 치르고, 하늘공원에 안치까지 내 손으로 했는데 말이다. 꿈처럼 느껴졌다. 현실감은 0.1도 느껴지지 않는 그런 무의식의 꿈같은.


“엄마, 보고 싶어. 엄마.”


무너지듯 바닥에 주저앉아 울었다. 몇 개월 동안 쌓아두고 담아두기만 했던 그리움이라는 것이 한꺼번에 쏟아져 감당하기도 힘들었다. 어떻게 쉴 새 없이 울 수 있는지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러다 정신이 혼미해졌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저녁이었다.


일어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몸을 일으켰는데,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먼저 떠올랐다. 다시금 떠오른 그리움에 온몸이 태아처럼 구부러졌다. 얼마간에 시간이 흐른 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근데 이번에는 구역질이 났다. 역겨운 기분에 화장실로 뛰어가 개어 냈지만, 아무것도 나오는 것은 없었다.


“누가 함께 있었으면 좋겠어. 부를 사람이 있을까?”


나는 친구가 없다. 아주 어릴 때 아버지가 죽은 후, 쭉 엄마와 살았다. 도와주는 친척 따위 없었다. 가정환경에 대해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4학년이 되던 해부터 엄마를 따라다니며 엄마 일을 도왔다. 작은 분식집을 했던 엄마는 새벽에 일어나 가게 준비를 시작하고, 자정이 되어서야 겨우 가게를 접으셨다. 


나는 학교를 마치면 바로 가게로 나가 엄마의 보탬이 되고자 노력했다. 중학생이 된 후엔 나 역시 돈을 벌기 위해 직업을 찾았다. 또래보다 큰 키는 이득이었다. 분식집 앞에 편의점 사장님의 편의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었다. 대학생이 된 후, 방학에는 공장에서, 주중에는 편의점에서 돈을 학비, 생활비 등을 벌어 졸업했다. 그런 내 삶의 친구는 사치였다.


“안녕, 나는 은미야. 너는?”


다정하게 다가오는 번듯한 옷차림의 친구는 경계의 대상이었다. 행여 그들과 어울려 커피 한 잔이라도 마시는 데 돈을 쓴다면 나는 1시간 아르바이트를 더 뛰어야 했으니까. 졸업과 동시에 이루어진 취업은 엄마도 나도 안정을 찾아주었다. 엄마는 더 이상 분식집을 안 해도 되었지만, 평생 하던 일이라며 조금 이른 퇴근으로 나를 설득했다. 나는 그런 엄마를 걱정하며 엄마 대신 떡볶이를 팔 수 있는 어른이 되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엄마가 암에 걸렸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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