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럼 똑똑강쥐
친구와 함께 컵 떡볶이와 피카츄 돈가스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던 하굣길이 그립다. 학교 정문에서 집으로 가는 20분 동안 마주치는 자동차들을 보며 웃었다. “저 차는 진짜 얄밉게 생겼다. 그치?”, “ 모나미 볼펜이 트랜스포머로 변신하면 저렇게 될 것 같지 않냐?ㅋㅋ”, “ 저 차는 되게 표범처럼 생겼어. 나중에 저런 차 타고 싶다!” 등등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이 습관은 어른이 되어서도 그대로다. 누군가와 친해지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묘하게 동물이 떠오른다. 강아지를 좋아하기 때문에 강아지로 많이 상상하는 편이다. 첫인상으로만 판단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성격까지 반영해서 구체적인 강아지로 생각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나 지금까지 잘 지내는 친구들이 있다. 우리는 ‘만약에’ 놀이를 잘하는데 그날은 ‘만약에 우리가 강아지라면 어떤 강아지일 것 같아?’가 주제였다. 친구들이 보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를 은근하게 알 수 있는 질문이라 기대됐다. 귀여운 강아지를 말해주기를 속으로 기대했다. 한 친구가 “하늘이는 사모예드!”라고 말했다. 흰 털의 몸집이 큰 강아지인데 겁쟁이에 순한 성격이라고 한다. 마음에 쏙 들었다. 왜냐하면 사모예드는 왕크왕귀이기 때문이다. (왕 크니깐 왕 귀엽다!)
다음 친구의 특징을 나열할 테니 어떤 강아지가 생각나는지 맞춰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길다/ 피부가 하얗다/ 마음이 넓다/ 이해심이 많다/ 고민을 잘 들어준다/ 외유내강 우리는 이 친구를 보면 ‘진돗개’가 생각난다. 용맹하고 듬직한 진돗개처럼 든든하다. 집과 주인을 정말 잘 지켜줄 것 같은 강아지이다. 믿음직스럽고 멋진 친구라서 진돗개가 정말 잘 어울린다.
마지막으로 인생이 시트콤 같은 친구의 차례다. 작은 키에 체구가 조그맣고 애교가 많지만 얄미울 때도 많다. 나랑은 항상 투닥투닥하면서 정이 들었다. 이 친구랑 있으면 재밌는 일이 많이 일어난다. 친구는 난처한 상황인데 보는 사람은 즐겁다. 워낙 하고 싶은 건 다 하는 성격이라 즉흥적으로 뭔가를 많이 한다. 어느 날 놀다가 함께 영화를 보러 갔다. 창구에서 예매를 하고 티켓을 받았다. 티켓을 확인해 주는 직원을 기다리며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시간이 되자 입장을 하려는데 티켓이 없어졌다. 봤더니 친구가 얘기하면서 티켓을 아무 생각 없이 갈기갈기 찢어놨다. 어이가 없었다. 손을 모아서 그릇처럼 만들고 조각 난 티켓을 소복이 쌓아 직원에게 보여줬다. 그 상황이 아직도 너무 웃기다. 이 친구는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가 없다. 그래서 닮은 강아지도 ‘염색 시추’이다. 동네 골목길 어귀에 ‘김미숙 헤어’라는 간판처럼. 꼭 실명을 넣은 미용실이어야 한다. 강렬한 팥죽색 립스틱이 잘 어울리는 사장님 품에서 사랑 많이 받고 자란 시추말이다. 핑크색 양갈래 머리를 한 소녀 같은 염색 시추가 딱이다.
내 머릿속에는 이렇게 귀여운 친구들이 산다.
싫은 사람도 귀엽게 느껴지는 마법같은 상상이다.
미운 상사가 있다면 한번 상상해보시라. 강아지한테는 미안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