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All My Faves

4월 20일

by nulr nulr




오늘은 나의 생일이다.

아침에 일어나 거실에 나가니 부모님께서 생일축하노래를 불러주셨다.

기분이 좋아 궁둥이를 실룩실룩 흔들며 리듬을 탔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께서 춤을 춰보라고 하면 신나게 개다리춤을 췄는데 커서는 보여드리진 않은 것 같다.

그냥 오늘은 앞니가 빠진 채 실실 웃으며 개다리춤을 췄던 그날처럼 재롱을 부리고 싶었다. 감사인사를 드리고 방에 들어와 보니 친구들의 축하연락이 왔다. 축하한다는 말뒤에 붙은 하트이모티콘이 오늘따라 더욱 예뻐 보인다.


기분 좋게 출근을 하니 원장선생님께서 케이크와 선물을 준비해 주셨고 학생들과 함께 영어로 생일축하송을 불러주시는데 마음이 뭉클했다. 귀염둥이들이 갑자기 하나둘씩 가방에서 딸기우유, 젤리, 과자 등을 꺼내서 웃으면서 달려오는데 정말 귀여웠다. 그 아이들한테는 그게 가장 소중하고 맛있는 건데 그걸 준다는 게 뭔가 찡했다. 코 묻은 돈으로 샀을 생각을 하니 미안하면서도 고마워서 웃는 것도 아니고 우는 것도 아닌 표정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퇴근을 하고 언니가 맛있는 저녁을 사주었다. 츄리닝을 입고 가서 그런지 맥주를 시키는데 사장님께서 민증검사를 하셨다. 이것도 은근 기분이 좋았다. 괜히 내 민증을 한번 만지작 거리고는 지갑에 넣었다. 하루종일 콧노래를 부르며 싱글벙글인 나에게 언니는 생일인 게 그렇게 좋냐면서 유치하다는 듯이 웃었다. 나에게는 유독 무심한 언니랑 이렇게 오붓하게 밥도 먹는데 그럼 좋지 안좋겠니. 나랑 한 살 차이지만 어른스럽고 똑 부러지는 언니를 보면 형만 한 아우는 없다는 말이 맞다.


오늘이 지나기 전에 이 행복을 기록하고 싶어서 부랴부랴 자리에 앉았다. 아침에 눈을 떠서 잠들기 전까지의 일들을 머릿속에서 되감기를 하면서 그렇게 한번 더 행복을 곱씹을 수 있었다.

참으로 행복한 하루였다.

사람들에게 받은 이 예쁜 마음을 잘 기억해 놓아야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낙엽 쿠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