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을 하지만 긴장을 피하지 않는 아이
6분이 지났다. 4:2 아직은 축구같은 스코어구나. 너는 벤치에 앉아있다. 얼굴엔 긴장감이 역력하다. 너의 긴장은 엄마인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화이티잉~ 후보지만 벤치에서 화이팅 외치는 네가 엄마는 좋구나. 10분 쯤 후 드디어 네가 투입되었다. 엄마로선 초등학교 이후 오랫만에 보는 너의 경기다. 전개가 빠르다. 너희들 경기도 제법 볼 맛이 나는구나. 너는 부지런히 팀에 패스를 한다. 민주 여기 있네, 하면 어느새 경기장 저쪽 끝에 달려가 있는 너. 길쭉길쭉한 팔다리로 참 잘도 뛴다. 그동안 운동을 많이 하더니 몸집이 커졌구나. 팔뚝도 굵어지고 제법 남자답다. 몸이 말랐던 너는 어려서부터 몸싸움을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야기를 도란도란 잘하는 딸같은 아들이었다. 그러던 네가 요즘처럼 농구를 재미있어할 줄 엄마는 몰랐다. 아, 너는 계속 심호흡을 한다. 긴장해서 화장실도 다녀온다. 넌 조금 창백한 얼굴로 다시 열심히 뛰고 있다. 엄마는 너에게 “붙어붙어!”를 외치고 싶다. 하지만 네가 창피해 할까봐 입을 다문다. 공을 패스하고 슛의 기회를 만들어야하는데 너희들 쌩 아마추어 학생들은 패스보다 무리한 돌파에 목숨을 건다. 그렇게 공을 놓치고 슛에 실패하면 넌 그런 아이들때문에 힘들어한다. 하지만 여전히 너는 코치님 말씀대로 열심히 패스를 하고 네 몫의 상대를 마크하며 뛰어다닌다. 점수는 6:16. 이길 수 있을까. 엄마는 슬그머니 포기를 한다. 너흰 아직 진지한 얼굴인데 말이다.
민주야 넌 조금 느린 아이다. 어렸을때 축구를 배울 때도 도무지 실력이 늘지 않았었어. 아니 정확히는 늘지 않는 것처럼 보였었지. 너를 방목하듯 키웠던 엄마도 잠깐씩은 조급함을 느낄 정도로. 하지만 이제 엄마는 안다. 너는 천천히 가지만 목표에 도달할 아이라는 걸. 너는 너의 벽을 알고 있어. 네 앞에 놓여 있는, 네가 넘고 싶고 넘어야하는 벽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지. 그건 때로는 몸싸움, 때로는 자신감. 농구를 할 때나 공부를 할 때, 너는 자신감이 과한 스타일은 아니야. 되려 생각이 깊고 신중한 아이. 선생님 코치님 말씀을 잘 실천하여 사랑받는 아이고 친구들을 배려하는 아이지. 매번 긴장하고 별것 아닌 시험에도 밥을 통 입에 못 대지만 절대 긴장을 피하지는 않아. 민주야 그렇게 넌 클거야. 조금씩 조금씩 너의 지경을 넓혀서 종국엔 경험많고 사려깊은 어른이 될거야. 보나마나야 . 엄만 그런 널 뿌듯해할 거다.
경기는 21:31로 끝났다. 졌다는 사실보다 10분을 뛰었는데 슛을 할 기회가 없었다며 너는 속상해한다. 나는 슛을 하려면 공격이고 수비고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며 뻔한 충고를 한다. 너를 사랑한다 민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