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100. 부분과 전체

by 노용헌

베르너 카를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의 자서전 『부분과 전체(Der Teil und das Ganze, Gesprache in Umkreis der Atomphysik)』에서 우리는 세계에 대한 이해에 대해 질문을 하게 된다. 이 세상을 이해한다는 것이 결국 부분과 전체의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깨닫는 것이고, 우리의 ‘이해’라는 것은 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데카르트와 같은 근대합리주의자들은 전체는 부분의 합이며 더 나아가 부분에 의해 규정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게슈탈트 심리학자들은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크다’라며 전체는 단순한 부분의 합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세상을 이해할 때 부분을 보기도 하며 전체를 보기도 한다. 맹인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기도 하고, 코를 만지기도 하면서 사물을 판단하는 것처럼, 사진가는 부분을 찍기도 하며, 부분을 클로즈업해서 찍기도 하며, 멀찌감치 떨어져 전체적인 모습을 촬영하기도 한다.


하이젠베르크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친구인 볼프강 파울리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우리는 세계를 p의 눈으로 볼 수 있고, 또한 그것을 q의 눈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두 눈을 동시에 뜨려고 하면 우리는 오류를 범한다” 우습지만 카메라는 외눈이다. 한 눈으로 보고 있으니 그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시각적으로 우리는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눈을 보기도 하며, 코를 보기도 하며, 손을 보기도 한다. 얼굴 전체 몸 전체를 볼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의 부분을 본다. 우리의 기억도 어찌 보면 전체를 보기보다는 부분을 볼 때가 많다. 기억은 전체를 기억하기보다, 부분의 파편을 기억한다. 이미지들의 재현은 기억의 파편들이다. 이러한 기억의 파편들이 모여 과거의 기억들을 회상시켜준다. 그것은 부분의 합이 전체와는 다른 형상이다. 전체는 언제나 현재에 재구성되어진다.


랭거 파춰(Albert Renger Parzsch)와 함께 신즉물주의 사진들은 단순배경, 클로즈업, 깊은 심도, 사실적 디테일에 의해서 촬영되었다. 정물과 사물의 부분을 디테일하게 보여줌으로써 부분만이 가지는 새로운 면을 보여준다. 단순화된 부분은 전체적인 오브제라기보다 부분 그 자체의 형상을 보여준다. 신즉물주의는 자연이나 사물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 개인의 주관이나 감정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대상 그 자체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파악하려는 사진운동이었다. 신즉물주의는 독일을 본거지로 신흥사진운동으로 리얼포토(real photo)와 함께 객관적인 묘사를 하기 위해서 시작되었다. 신즉물주의 사진은 보도사진의 르포르타주와 함께 사물의 객관적인 묘사를 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신즉물주의 사진은 극사실적 객관적인 묘사는 오히려 주관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작가는 카메라의 눈에 충실하게 사물을 극명하게 보여주자는 의도였지만, 신즉물주의 사진가들의 작품은 오히려 초현실적이기까지 했다.


보도사진가는 일반적으로 세종류의 렌즈를 가지고 다닌다. 16~35mm, 24~70mm, 70~200mm렌즈(캐논의 경우)이다. 16mm 광각렌즈의 경우 와이드 샷을 촬영하기 때문에 상황이나 사물의 전체적인 모습을 담고, 200mm 망원렌즈의 경우 특정 부분의 클로즈업 샷을 촬영하는 데 사용되어진다. 물론 클로업샷은 마크로렌즈를 사용하기도 한다. 사진가에게 있어서 부분과 전체를 함께 본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부분을 보면서 전체를 봐야하는 동시에 두가지 이상의 시각을 생각하면서 찍는 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부분을 봐야 할지, 전체를 봐야 할지는 사진가의 선택이지만, 부분과 전체는 사진에서 무엇을 담아야 할지를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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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이란 글을 100회나 쓰게 되었지만, 무식한 사진가가 느껴왔던 사진에 관한 생각을 적어봤습니다. 사진전공자들에게는 쓴소리가 되고, 비전공자들에게는 사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썼지만 이 또한 정답은 아닙니다. 정답은 각자의 몫이고, 각기 다른 생각들이 모여서 더 큰 생각을 위해 한 걸음 다가가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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