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105. 사진은 힐링이다

by 노용헌

사진이란 것이 고급취미라고 말한다. 혹자는 돈과 시간이 많아야 누릴 수 있는 취미생활이라고 말한다. 사실 사진하는 사람들은 장비욕심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종의 기기들에 관심을 가지고 장만하게 된다. 비싼 장비들을 구입해서 들고 다녀야만이 좋은 사진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무의식적인 견물생심은 누구에게나 가지고 있는 욕망이다. 그러나 기기에 대한 집착을 떠나서 사진을 왜 찍게 되었으며,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지, 그것을 통해서 나 자신은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에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사진은 세상을 보는 자기만의 시선이다. 내가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그것이 세상에 대한 일탈이든, 세상에 대한 참여이든 그것이 나 자신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스쳐지나가는 풍경속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자신이 담게 될 순간들을 재확인하고 또한, 카메라의 찰칵이란 순간을 통해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이 모든 행위들은 자신의 시선을 확인하고 기록하며, 자신과의 만남이며,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내 마음이 행복할 땐 세상은 행복하게 보일 것이며, 내 마음이 슬플 땐 세상은 슬프게 보일 것이다.


사진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지만, 소통의 도구로도 사용되어진다. 내가 찍은 사진을 다른 사람이 보면서 회자되어진다. 사진을 찍은 사람의 시선으로 사진을 바라보게 되고, 그 사진을 통해서 내가 그 장소에 서 있는 것처럼 대리만족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사진을 통해서 사진가의 느낌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사진을 촬영하는 자의 태도에 의해 폭력적일수도 있지만, 상처를 치유할수도 있다. 사진을 통해서 상처를 치유했던 미나 사보라이넨(Miina Savolainen) 사진가가 있다.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소녀The Loveliest Girl in the World>라는 사진집에서 고아원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꿈을 대신해서 사진을 촬영하고 그들의 치유를 위해 사진을 이용했다. 그녀는 아이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는데 ‘말’보다는 사진을 이용한 것이다. “사진을 계속 들여다보면서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의 감정을 엿볼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다가가기 힘들었던 아이들의 아픔도, 사진을 통해서라면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촬영자의 의도가 아닌, 피사체의 마음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사진은 매력적인 도구였던 것이다. 그녀의 촬영방식은 의상, 배경 모든 선택을 찍히는 당사자(피사체)가 결정해서 촬영하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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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사보라이넨


사진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준다. 가족앨범의 빛바랜 사진들을 보면서 우리는 추억을 떠올리며 위안을 받는다. 요즘은 디지털로 제작되어 사진 프린트를 하지 않지만, 프린트된 사진첩을 보면서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얘기꽃을 피운다. 사진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사진을 보면 슬프기도 해서 눈물이 나게도 하며, 사진을 보는 사람에게 기억을 공유하게 한다. 사진을 찍는 촬영자에게도 사진은 힐링이다. 내 사진이 누군가에게 기억이 되고, 위안이 된다면 그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사진을 직업으로 하다보면 직장상사나 데스크의 목적에 따라 지시를 받아 촬영하는 것이라면 짜증이 날수도 있겠지만, 스트레스 받지 않고 내 생각 그대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 내 자신을 위해서도 힐링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내가 사진을 찍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 아니겠는가. 마치 내가 숨을 쉬고 있다는 것처럼.


나의 사진은 [사람]이다, 나의 사진은 [존재]다, 나의 사진은 [설레임]이다, 나의 사진은 [기록]이다, 나의 사진은 [추억]이다, 나의 사진은 [힐링]이다, 여러분의 사진은 [ ]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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