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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가 재즈를 만나다

[18장 마음의 평화, 마음의 위로]

by 노용헌

大道廢 有仁義 智慧出 有大僞 (대도폐, 유인의, 혜지출, 유대위)

六親不和 有孝慈 國家昏亂 有忠臣 (육친불화, 유효자, 국가혼란, 유충신)


18장에서 노자는 도(道)에 대한 설명을 오히려 역설적으로 질문을 한다. 도가 무너지니(大道廢), 인과의가 나오고(有仁義), 국가가 혼란해지니 충신이 나온다는 것이다(國家昏亂 有忠臣). 원칙과 상식이 무너진 춘추전국시대 혼란 속에서 노자는 도리어 다시 묻는다. 과연 정의란 무엇이고, 도덕이란 무엇인가. 충신은 누구이며, 역신은 누구인가. 참은 무엇이고, 거짓은 무엇인가. 함량미달의 정치인들이 수많은 국민들을 피로하게 만든다. “정치는 이상도 위대함도 없는 자들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정작 자기 자신 속에 위대함을 지닌 자들은 정치를 하지 않는다. 문제는 자신의 내부에 새로운 인간을 창조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라고 카뮈는 <비망록>에서 말한다. 위선과 혐오의 시대가 아닌 마음의 평화와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현대사회는 이미지로 모든 것이 대변되는 것처럼 보인다. 정치도 이미지를 통해서 판매되고, 이미지는 그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하기도 하며, 그 사람의 말도 중요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의 삶과 생활은 넘쳐나는 이미지(SNS)로 많이 바뀌어졌다. 이미지가 신(神)의 자리를 차지했다고도 과언이 아니다. 본질적으로는 이미지일 뿐인데도 현실에서 이미지는 가장 강력한 힘으로 작용한다.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 계급적 취향을 결정짓는 요인을 ‘아비투스(habitus)’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의식적인 관습과 취향은 개인이 어린시절부터 계급적 맥락 속에서 내면화된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에서 나온다는 것인데, 과연 그럴까. 현대는 고급예술, 저급예술로 구별짓는 것이 무의미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서로 혼합되어져 있기 때문이다. 부르디외가 <구별짓기>에서 제시한 ‘취향’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문화적 자본을 반영한다는 것에 일정부분 동의하기 어렵다. 소비와 문화 취향이 계급 구별을 위한 도구라면, 재즈는 흑인들만의 취향이고, 특정계급에서만 소비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재즈는 클래식으로도 혼용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기생충>에서는 상류층과 하류층의 극단적인 아비투스의 차이를 보여준다. “취향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모든 것, 즉 인간과 사물 그리고 인간이 다른 사람들에게 의미할 수 있는 모든 것의 기준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스스로를 구분하며, 다른 사람들에 의해 구분된다.” 부르디외의 말처럼, 현대예술이 이렇게 구별짓는 사람들(소수의 특권층, 예술가나 비평가)에 의해 점점 더 난해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음의 평화와 위로가 취향과는 별개일지 모른다. 우리가 음악을 접할 때 대중음악을 접하고, 또는 클래식 음악을 접하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은 그 개인이 살아온 환경과 경험이 축적되어 나온다. 부르디외의 말처럼,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모두 아비투스(habitus)라는 사회적 틀 속에서 형성된 것이다. 락음악을 좋아하든, 판소리를 좋아하든, 음악에서 위로가 된다면, 그것은 음악이 주는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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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케냐(Michael Kenna)의 사진들은 대부분 흑백으로 촬영되었다. 강원도 삼척의 솔섬 사진으로 국내에서 유명하다. 그의 사진들은 왜 인기가 있을까. 단순한 구도와 강한 대비와 여백을 이용해서 마치 수묵화 같은 느낌을 자아내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사진은 최소한의 형태, 구도의 안정감은 동양화의 여섯 가지 방법 중의 경영위치(經營位置)에 해당한다. 남조 제(齊)나라의 사혁이 〈고화품록 古畵品錄〉에서 처음 사용했던 6법(六法)은 기운생동(氣韻生動), 골법용필(骨法用筆, 형태의 기본적 묘사), 응물상형(應物象形, 형태의 사실성), 수류부채(隨類賦彩, 색채의 사실성), 경영위치(經營位置), 전이모사(轉移模寫)를 가리킨다.


“The absolute beauty and mystery of this place, filled with memories and traces and remnants of the past … it’s absolutely ideal. I could spend the rest of my life here”

-마이클 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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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시몬(Nina Simone)은 어려서 클래식을 전공했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커티스 음악원의 입학을 거절당했다. 이후 시몬은 인종차별에 대한 강렬한 트라우마로 자신의 음악을 ‘블랙 클래식’이라고 불렀다. 시몬의 대표곡은 그녀의 예술성과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Mississippi Goddam”, “Ain’t Got No, I Got Life”, “I Put a Spell on You”, “Feeling Good”은 인간의 자유와 희망을 노래하는 곡으로, 여러 영화와 광고에서 사용되어 널리 알려져 있다(https://youtu.be/oHRNrgDIJfo?si=YA0DB95UvYAjZwHt). 그녀는 1960년대 인종차별에 반대(그녀는 1965년 흑인 투표권 획득을 위한 셀마 몽고메리 행진에서도 노래했다)하고, 1970년대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등 적극적인 사회운동가의 길을 걸었다. 니나 시몬의 영화로는 2016년 조 샐다나를 주연으로 한 니나 시몬의 전기 영화 <니나>와 다큐멘터리 <니나 시몬, 영혼의 노래>(2015)가 있다.


“It's an artist's duty to reflect the times in which we live.”

“예술가의 의무는 그가 살아가는 사회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Jazz is not just music, it’s a way of life, it’s a way of being, a way of thinking.”

“재즈는 단지 음악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자 존재하는 방식이자 사고방식이다.”

-니나 시몬-


Nina Simone-My baby just cares for me

https://www.youtube.com/watch?v=1j8TQrbxBz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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