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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가 재즈를 만나다

[19장 거짓의 가면을 벗어라]

by 노용헌

絶聖棄智 民利百倍 絶仁棄義 民復孝慈 絶巧棄利 盜賊無有 (절성기지 민리백배 절인기의 민복효자 절교기리 도적무유)

此三者 以爲文不足 故令有所屬 素見抱樸 少私寡欲 (차삼자 이위문부족 고령이소속 견소포박 소사과욕)

과도한 성스러움과 지혜(聖智)의 추구를 버려라, 인위적인 인의(仁義)을 버려라, 교묘함과 개인의 이익(巧利)추구를 버려라라고, 노자는 버릴 것 세 가지를 말한다. 또한 이 세 가지를 버림으로써 견소포박(見素抱樸)과 소사과욕(少私寡欲)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인위적인 지식과 욕망을 버리고, 소박하고 단순한 삶을 살아야 한다. 이러한 단순한 삶이 과도하게 포장되고 위선의 가면을 벗어버린 진실된 모습일 것이다. 우리는 종종 가면을 쓰고 자신을 포장하게 된다. 때로 있는 척, 많이 아는 척, 잘난 척, 멋있는 척하며 산다. 자신의 진정한 얼굴은 온통 화장으로 감추면서 말이다. 공자도 네 가지를 버리라고 말했다. “의필고아(意必固我)”이다. 자신의 욕심에서 일어나는 아집과 고집을 버리고 자기중심성과 욕망을 줄이라는 것이다. 뽐내고 잘난 척하는 교만을 벗어버리고 겸손한 삶을 산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는 않다. <주역>에 이르기를 “분노를 참고 욕심을 억제하라.” 또 “말을 삼가고 음식을 절제하라.” 하였다. 어려운 말이다. 조금 아는 것을 떠벌리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것이 인간이고 그러다 보면 남을 업신여기게 되는 것이 인간이다.


페르소나(Persona)란 고대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썼다가 벗었다가 하는 가면을 말한다. 페르소나라는 용어는 사람(person), 인격/성격(personality)이라는 말의 어원이 되고, 심리학 용어로도 사용 되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도 가면은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가린다.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서 가면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가면은 사람들의 무의식적으로 씌어진 것이기도 하고, 영화에서는 영화감독 자신의 분신이자 특정한 상징을 표현하는 배우를 지칭하기도 한다. 마틴 스코시스에게 로버트 드니로는 미국 뒷골목을 떠도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의 페르소나이다. 어나니머스(Anonymous)를 상징하는 ‘가이 포크스(Guy Fawkes)’ 가면을 쓴 시위자들은 가면의 익명성을 이용한다. 정신과 의사인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사람의 마음은 의식과 무의식으로 이루어지며 여기서 그림자와 같은 페르소나는 무의식의 열등한 인격이며 자아의 어두운 면이라고 말했다. 그의 그림자(Shadow) 이론은 자신의 그림자를 제대로 인식하고 수용할 때 진정한 자아 실현에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일상에서 우리는 대체로 긍정적인 모습,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는 성향만을 보여주려고 한다. 그러나 부정적인 감정, 숨기고 싶은 내면의 진실된 모습인 그림자와 마주하고 이를 수용하는 것이, 자기 이해와 성장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표현하지 않은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의식에서 밀려나 무의식에 저장될 뿐이며, 언젠가 더욱 거칠고 불편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칼 구스타프 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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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피터 위트킨(Joel-Peter Witkin)은 기괴하게 변형된 육체를 통해, 죽음과 성(性), 환상, 터부(taboo), 무의식의 세계를 표현하는 사진가이다. 충격적이면서도 공포영화에 나올법한 초현실적(또는 비현실적), 기괴한 이미지들을 구성한다. 그의 사진들에는 가면을 쓴 인물들이 종종 나온다. 가면은 위트킨의 설정이자, 전위의 도구이다. 위트킨은 “예술가는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 사이의 보다 높은 대화에 간여할 능력을 지닌 무당이요, 사제(司祭)요, 신비주의자이다. 아이디어들이 나를 통해 흐르는, 나의 하나의 도관(導管)이다”라고 일기에 적고 있다. ‘감각 저편에 영원히 존재하는 어떤 이상향들을 가리키지’ 못하는 예술은 예술이 아니다. “연출, 고안, 관음증, 어둠, 분노, 사랑, 이런 모든 나의 작업들은 좋든 나쁘든 나 자신이요, 육체와 정신의 결합이요, 육신의 눈과 카메라 유리 눈의 결합이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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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1월 인터뷰에서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은 프랑수아 포스트에게 <My Favorite Things>는 “내가 녹음한 모든 것들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콜트레인은 “내가 만든 다른 모든 디스크들은 세부적인 부분에서 개선될 수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어떤 식으로든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왈츠는 환상적이다: 천천히 연주할 때 전혀 불쾌하지 않은 가스펠의 요소를 가지고 있고, 빠르게 연주할 때 다른 명백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당신이 주는 충동에 따라 스스로 재생되는 지형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고 말한다. 콜트레인의 14분짜리 재즈곡 <My Favorite Things>는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가 아이들에게 “우울할 때 부르는 노래”라며 가르쳐주는 곡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My Favorite Things)”이다. 오스카 해머스타인이 작사를 하고 리차드 로저스가 곡을 붙였고 줄리 앤드류스(Julie Andrews)가 노래를 불렀다(https://youtu.be/33o32C0ogVM?si=WgtS1CUOKZ9cGFV1). 콜트레인은 당시 색소폰 연주자로는 드물게 소프라노 색소폰을 도입하며 이 곡의 독특한 음색을 창조했다. 소프라노 색소폰과 베이스의 선율 속에 피아노의 리듬이 툭툭 튀어나온다. 아무튼 콜트레인은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들”은 무엇입니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아름다움, 자유, 진실함은? 그는 음악적으로도 순수하고, 음악적 진실성을 찾고자 했던 재즈 아티스트중 한 명이다.


“You can play a shoestring if you’re sincere.”

“당신이 진실하다면 신발끈으로도 연주할 수 있다.”

-존 콜트레인-


존 콜트레인-My Favorite Things

https://youtu.be/rqpriUFsMQQ?si=w6CmsY7zzVuS0B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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