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장 지는 것이 이기는 것]
曲則全 枉則直 (곡즉전 왕즉직)
窪則盈 弊則新 (와즉영 폐즉신)
少則得 多則惑 (소즉득 다즉혹)
是以聖人抱一爲天下式 (시이성인포일위천하식)
不自見故明 不自是故彰 不自伐故有功 不自矜故長 (부자현고명 부자시고창 부자벌고유공 부자긍고장)
夫唯不爭 故天下莫能與之爭 (부유부쟁 고천하막능여지쟁)
古之所謂曲則全者 豈虛言哉 誠全而歸之 (고지소위곡즉전자 기허언재 성전이귀지)
부유부쟁(夫唯不爭). 다투지 않기에, 천하의 어떤 것도 그에 맞서지 못한다(故天下莫能與之爭). “성인은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밝게 드러나고,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지 않아도 인정받고, 뽐내지 않아도 공(功)을 남기고, 자랑하지 않아도 성숙한 인물이다”고 노자는 말한다. 부유부쟁은 도덕경 8장에서도 나오는 말이다. 노자는 행위에 있어서 상선약수(上善若水)와 부유부쟁(夫唯不爭)을 강조한다. 현대사회는 많은 다툼이 있다. 그로인해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자신이 가해자인줄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나는 누구에게 상처를 주었던가.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반대로 피해자 코스프레(Cosplay)도 위험하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는 것이 어쩌면 이기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의 정서 중 한(恨)이 있다. 한의 정서는 무당의 살풀이도 있겠지만, 문학, 노래 등 많은 예술 작품들에 나타난다. 아리랑, 가시리등 우리나라 시가문학들에 많이 보여지는 한국인의 슬픔의 정서이다. 이러한 정서들이 재즈의 블루스, 소울과도 유사하지 않을까 싶다. 슬픔은 슬픔으로 치유하든, 익살과 해학으로 치유하든 말이다.
수잔 손택(Susan Sontag)은 <사진에 관하여>(On Photography, 1977)라는 책으로 사진가들에 잘 알려진 비평가이다. 그녀는 사진 이미지뿐만 아니라, 영화, 연극 등 현대 문화의 다양한 면들에 대한 평론들을 써왔다. 그중에서 사진 이미지의 폭력성(거짓 이미지와 뒤틀린 진실)에 관한 글들은 인상적이다. 또한 그녀는 골수성 백혈병으로 생을 마감했고, <은유로서의 질병>은 질병 자체만을 보지 않고, 우리는 에이즈, 암, 결핵등 다양한 질병들을 은유의 프레임으로 본다. 결핵에 낭만을, 암과 에이즈에 공포의 은유를 입히는 행위를 배격하고 이러한 은유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타인의 고통>은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여전히 유효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뉴스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실시간으로 전쟁과 폭력의 이미지를 접하고 있으며, 때로는 그것을 오락처럼 소비하기도 한다. 손택의 논의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한, 우리는 우리 자신이 그런 고통을 가져온 원인에 연루되어 있지는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보여주는 연민은 우리의 무능력함뿐만 아니라 우리의 무고함도 증명해 주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의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연민은 어느 정도 뻔뻔한 (그렇지 않다면 부적절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특권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똑같은 지도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의 특권이 (우리가 상상하고 싶어하지 않는 식으로, 가령 우리의 부가 타인의 궁핍을 수반하는 식으로)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 보는 것, 그래서 전쟁과 악랄한 정치에 둘러싸인 채 타인에게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둔다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제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휘저어 놓는 고통스런 이미지들은 최초의 자극만을 제공할 뿐이니.”
-수잔 손택, 타인의 고통, P154-
낸 골딘(Nan Goldin)은 도시에서 만난 자신의 동성애자친구들과 트랜스젠더 등의 성 소수자들과 함께 지내며 찍은 사진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녀는 난독증을 앓았고 어려서부터 예술에서 위안을 찾았다고 한다. 성, 중독, 죽음과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그녀의 개인적이고 감성적인 이미지들에 보는 사람들은 당황할 수도 있고, 선입관과 편견으로 볼 수도 있다. 2017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낸 골딘의 개인전 <Nan Goldin: The Ballad of Sexual Dependency>에서 그녀는 마약중독자인 그녀 자신과 4년간 교제하던 연인 브라이언이 폭행을 가해 실명의 위기까지 겪었던 자신의 모습을 담은 것이다. 자신의 굴곡진 삶을 가감 없이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영화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는 낸 골딘이 어떻게 거대 제약회사에 맞서게 됐는지를, 그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예술가로서의 성공과 약물 중독 등 굴곡진 생애를 조명한다. 다큐멘터리 영화로서는 베니스영화제 역사상 두 번째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나는 '좋은' 사진이란 것에 신경쓰지 않는다. 온전히 정직하고자 할 뿐이다.”
–낸 골딘-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도 힘든 삶을 살았다. 슬럼가에서 태어나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사촌에게 학대당하며 매춘으로 돈을 벌어야 했던 지독한 시간들. 음악을 통해 비로소 재능을 인정받고 뮤지션으로 성공한 뒤로도 마약과 알코올에 중독되어 어둠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삶이었다. 자신의 굴곡진 삶만큼이나 거기에서 묻어나는 슬픔들이 고스란히 노래로 표현된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재즈아티스들의 초상화전을 보고 감동하여 쓴 재즈 에세이 <재즈의 초상>을 보면 빌리 홀리데이의 노래를 듣고 “한꺼번에 용서해 주는 느낌을 받는다”며 “내 삶을 통해 저질러온 많은 실수와 상처 입힌 많은 사람의 마음을 그녀가 고스란히 받아 드리며 이제 그만 됐으니 잊어버려요”라고 썼다. 그녀가 세상을 스윙하게 한 대표적인 노래는 〈안녕, 고통이여(Good morning, heartache)〉, 〈불행도 기꺼이(Glad to Be Unhappy)〉, 〈제발(For Heaven’s Sake)〉, 〈사랑도 끝나 가는데(You’ve changed The End of a Love affair)〉, 〈나는 당신만을 원하는 바보(I’m a fool to want you)〉, <레이디 인 새틴Lady In Satin> 등이다. 그 중 〈하지만 아름다워(But beautiful)〉라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의 가사 중 이런 말이 있다. “사랑은 재미있거나 혹은 슬퍼, 하지만 아름답지(love is funny! or it sad. but beautiful)”. 1939년 세기의 명반으로 불리는 〈이상한 열매(Strange Fruit)〉를 내놓는다. 이것은 1930년대의 미국의 인종차별정책을 알려주는 노래다. 이 노래가 빅 히트되면서 빌리는 이후 〈이상한 열매〉를 공연 때마다 항상 마지막 노래로 불렀다. 미국 음반협회와 〈타임〉지는 〈이상한 열매〉를 세기의 음악으로 선정했고 여류작가 릴리언 스미스(Lillian Smith)는 이를 소설화했다.
“Sometimes it’s worse to win a fight than to lose.”
“때로는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지는 것보다 나쁘다.”
-빌리 홀리데이-
Billie Holiday - But Beautiful
https://youtu.be/b_9K-OAeXHE?si=u4lWqyTMchGnh0f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