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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가 재즈를 만나다

[26장 무거움과 가벼움]

by 노용헌

重爲輕根 靜爲躁君 (중위경근 정위조군)

是以君子終日行 不離輜重 (시이군자종일행 불리치중)

雖有榮觀 燕處超然 (수유영관 연처초연)

奈何萬乘之主 而以身輕天下 (내하만승지주 이이신경천하)

輕則失臣 躁則失君 (경즉실본 조즉실군)


무엇이 중(重)한디? 중위경근(重爲輕根) 정위조근(靜爲躁君). 무거움은 가벼움의 뿌리이고, 고요함은 조급함의 주인이다. 노자는 태도 면에서 신중하고 과묵하게 처신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인간관계는 적절한 가벼움과 무거움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너무 가볍게 받아들이거나 농담이나 장난처럼 행동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너무 진지하다 못해, 과묵한 것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거나, 힘든 상황에 접했을 때 무거움과 가벼움은 적절해야 할 듯하다. 무거움 속에서 가벼움을 깨닫고, 가벼움 속에서 무거움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무거움과 가벼움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듯이. 공기(空氣) 중의 무거운 공기(寒流)는 아래로, 가벼운 공기(暖流)는 위로 흐르듯이 말이다.


베르트랑 베르줄리(Bertrand Vergely)는 현재 파리 정치학교IEP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가 쓴 책으로는, <포즈 필로Pause Philo>시리즈로 <행복 철학>, <슬픈 날들의 철학>, <무거움과 가벼움에 관한 철학> 등이 있다. <포즈 필로Pause Philo>는, 삶의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사소한 사안들을 철학과 연결시켜 독창적이고 자유롭게 사유를 풀어나간 철학에세이 시리즈이다. <무거움과 가벼움에 관한 철학>에서 “무거움은 사물의 깊이와 정신의 진지함을 가리킨다. 가벼움은 사물의 높이와 정신의 자유로움을 가리킨다. 높이 없는 깊이, 깊이 없는 높이를 생각할 수 있을까? 자유 없는 정신을, 정신 없는 자유를 상상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그렇게 하다간 인간을 잃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무거움은 슬픔이고, 가벼움은 기쁨일까. 또는 음악에서의 단조는 무거움이고, 장조는 가벼움일까. 무거움은 저음이고, 가벼움은 고음일까. 무거운 음악은 우울한 음악이고, 가벼운 음악은 신나는 춤곡일까. 좌파는 무겁고, 우파는 가벼울까.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의 소설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그는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의 모순, 인생은 무거운 것인 미래를 위한 삶과 가벼운 것인 현재의 행복을 위한 삶의 모순관계를 소설을 통해 이야기한다.


“깊어지기 위해 무거울 필요는 없다. 자기 자신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침울해질 필요도 없다. 잘 사는 것 그리고 잘 살게 하는 것은 삶의 내면에 있으면서 자기 자신의 내면에 머무는 멋진 방법이다. 그래서 사는 기술이 중요한 것이다. 이 방법은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입고 말하는 방법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삶과 인간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과 사람들을 개화하면서 우리는 자기 마음을 개화한다. 내면과 외면은 분리할 수 없다. 자신과 더불어 잘 살 때 우리는 잘 사는 것이다. 그 뿐이다. 우리가 잘 살면 우리 자신과도 잘 살게 된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가벼움이 필요하다. 가벼움은 세상의 균형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것이 결핍될 때 땅은 하늘을 잃고, 밤은 낮을, 어둠은 빛을, 깊이는 표면을 잃게 된다.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무겁고, 어둡고, 난해하고, 침울해진다. 그렇다. 가벼움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으로부터 해방되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자신 안에 빠져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바로 거기에 가벼움의 힘이 있다. 무거움과 단절할 줄 아는 힘이다. 가벼움이 가벼울 때 무거움도 깊어진다. 가벼움 덕에.”

-베르트랑 베르줄리, <무거움과 가벼움에 관한 철학>, P160-


공기의 흐름.jpg

엘리엇 어윗(Elliott Erwitt)의 사진들은 유머러스한 순간들을 보여준다. 그의 사진은 정치적 순간이나 사회적 이슈들을 다루면서도 가벼운 감성을 잃지 않는다. 세계적인 보도사진가 그룹의 <매그넘(Magnum Photos)> 회원이기도하지만 영화, 광고,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그의 사진철학은 “가장 중요한 것은 유머와 인간적인 시선이다”라고 말한다. <Dog Legs>(1974)는 그의 대표적 사진으로 주인의 다리와 개의 다리만을 프레임에 담았다. 그에게 있어서 유머러스한 풍경은 제일 중요한 요소이다. 다큐멘터리는 무거운 주제임에도 그에게는 유머는 빠질 수가 없다. 백인과 흑인의 수도꼭지가 따로 존재하는 것을 보여주는 사진은 유머를 넘어선 비판적인 사진으로 해학(諧謔)과 풍자에 가까워 보인다. 인생은 희극적인 상황에서 비극이,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희극을, 엘리엇에게 있어서는 기승전 유머인 셈이다.


“제 생각으로는, 사진은 관찰의 예술입니다. 평범한 장소에서 흥미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이지요. 우리가 보는 대상들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들을 보는 우리의 시각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엘리엇 어윗-

엘리엇 어윗.jpg

기타 연주자 웨스 몽고메리(Wes Montgomery)는 한 옥타브 차 리듬을 동시 연주하는 ‘옥타브 주법’의 창안자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그의 엄지 피킹은 단순히 다운 피킹만 하는 게 아니라 업 피킹도 하기 때문에 습득하기 매우 어려운 주법중 하나다. 이러한 테크닉은 그가 공장 일을 마치고 야밤에 가족들을 깨우지 않고 기타 연습을 하기 위해 그가 고안한 방법이라고 한다. <피플 인 재즈>프로그램 중 인터뷰에서, “그는 종종 호박벌에 비유되곤 한다. 공기역학의 법칙상, 호박벌의 몸무게와 날개 면적으로 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법칙을 모르는 호박벌은 날아다닌다.”(https://youtu.be/PafBG_8ZFlk?si=tpdo049bm3hTpBe3)


Wes Montgomery – Windy

https://youtu.be/VBGZgyl72_g?si=_XrfaVZ7DwjVjr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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