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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가 재즈를 만나다

[27장 선한 영향력]

by 노용헌

善行無轍跡 善言無瑕謫 善計不用籌策 (선행무철적 선언무하적 선수불용주책)

善閉無關鍵而不可開 善結無繩約而不可解 (선폐무관건이불가개 선결무술약이불가해)

是以聖人常善救人 故無棄人 常善救物 (시이성인상선구인 고무기인 상선구물)

故無棄物 是謂襲明 故善人者 不善人之師 (고무기물 시위습명 고선인자 불선인지사)

不善人者 善人之資 不貴其師 不愛其資 (불선인자 선인지자 불귀기사 불애기자)

雖智大迷 是謂要妙 (수지대미 시위요묘)

선한 행동은 자취를 남기지 않고(善行無轍跡), 선한 말은 흠이 없으며(善言無瑕謫), 셈을 잘하는 자는 주판을 쓰지 않고(善計不用籌策), 잘 닫힌 것은 빗장을 걸지 않아도 열 수 없고(善閉無關鍵而不可開), 잘 묶은 것은 노끈을 쓰지 않아도 풀 수 없다(善結無繩約而不可解). 참된 선(善)함은 무엇일까. “선한 사람은 선하지 않은 사람의 스승이요, 선하지 않은 사람은 선한 사람의 거울(故善人者 不善人之師, 不善人者 善人之資)”이라고 말했다. 공자 또한 논어 <술이편>에서, 子曰 三人行, 必有我師焉(자왈 삼인행 필유아사언)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택기선자이종지 기불선자이개지)라고 말한다. 좋은 점을 가진 사람의 장점은 받아들이고, 좋지 않는 점을 가진 사람의 단점은 반면교사(反面敎師)하라는 말이다. 선(Goodness)이란 무엇인가? 삶과 죽음, 행복과 고통,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악, 이기와 이타. 착하다, 바르다, 도덕적이다. 정직하다. 선한 사람은 우리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진가. 이타적인 사람은 선하고, 이기적인 사람은 선하지 못한 것인가. 소로는 이렇게 말한다. “단순한 선함이 아니라 목적있는 선함을 가져라.” 진선미(眞善美). 진리란 무엇인가. 참과 거짓, 진리를 찾기 위해서 철학을 공부했다. 선이란 무엇인가. 윤리와 도덕을 공부했다. 미란 무엇인가. 아름다움, 예술을 공부했다. 그러나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 기준은 항상 뚜렷하면서도 모호하고, 알듯하면서도 모르는 것이 많다. 선이란 도덕적 행위라 본다면, 선한 영향력을 주는 행위를 뉴스를 통해서 보게 된다. 물론 뉴스가 미담기사가 그리 많지 않지만,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를 실천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도덕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에서, 도덕이라는 것은 오히려 사회적인 행위의 규준(規準)이라는 의미이며, 다시 말해서 시민사회에서의 질서의 원리였다. 스미스는 그것을 '공감(共感)'의 원리(the theory of Sympathy)로서 전개시키고 있다. 즉 자기의 행동이 타인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 자기를 타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자기 행동을 시인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사회적인 행위의 규준이 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인 타인을 선한 마음으로 대할 때 타인도 선하게 받아줄 것이다.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스스로 경계함을 이야기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타인도 원하기 때문이다. 그가 말한 공정한 관찰자는 양심(善)을 가진 자이고, 스스로 도덕적 판단을 하며 윤리적인 삶을 살아가는 자이다. 쉽게 말하면 그는 법이 없어도 사는 사람일 것이다. 현대사회는 공감력이 떨어져 있다.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자신의 삶만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행복을 가로막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의 행복을 방해하는 행위, 우리에게 같거나 그 이상의 유용성이 있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다른 사람에게 실제로 유용한 것을 빼앗는 행위나 이런 식으로 타인을 희생시킴으로써 각자가 다른 사람들의 행복보다도 자신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자연적인 선호에 탐닉하는 행위는 공정한 관잘자가 전혀 동조할 수 없는 행동이다.”

-애덤 스미스, 도덕감정론, P231-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가 중에서 유진 스미스(William Eugene Smith)가 있다. 포토저널리스트이자 자신의 사진에 대한 열정이 강했고, 휴머니즘(humanism)을 실천한 사진가이다. 또한 포토스토리와 포토에세이라는 개념을 만든 사진가이기도 하다. 일본의 미나마타병을 사진으로 증언하며 세상에 알렸고, 미나마타병을 일으킨 일본 공장(新日本窒素肥料)에서 고용한 폭력배에게 보복성 폭행을 당해 척추손상 및 한쪽 눈 실명을 당한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1978년 뇌출혈로 사망했다. <미나마타>는 2020년 조니 뎁의 주연으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도모꼬를 목욕시키고 있는 어머니>라는 사진을 보면, 미나마타 병으로 고통 받는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은 보는 이로 하여금 종교적인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이 사진에 대해 미국의 평론가 수잔 손탁은 “주민 대부분이 수은 중독으로 신체장애를 일으켜 서서히 죽어 가는 모습을 기록한 유진 스미스의 이 사진은 우리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고뇌를 기록했으며, 어머니 무릎 위에서 온몸을 비틀며 빈사상태에 있는 딸은 현대 각본연출법(Dramaturgie)의 참된 주제로서 탐구된 페스트의 희생자가 넘치는 세계를 찍은 한 장의 피에타(Pieta: 성모 마리아가 예수의 시체를 무릎에 안고 있는 그림상)이다.”라고 격찬하였다.

“나는 내가 현실의 해설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것은 사실을 주의 깊게 탐구하는 일이며, 사건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가 되는 일이다. 따라서 내가 찍는 사진은 진실을 꿰뚫은 것이라야 하며, 또 나의 판단력을 집중하여 진실의 핵심을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또한 상징화가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의 기본적인 생각은 주의 깊은 연구와 이해가 가능한 광범위한 감성을 통한 정직한 해석에 있다. 만약 내가 나의 내부에 존재하는 재능을 좀 더 심화시킬 수 있고, 그 정밀도를 보충하면 내가 이룩한 이미지는 문자 그대로의 진실을 능가하고 더 나아가 그 이상의 진실과 상징을 나타낼 수 있다. 나의 유일한 편집자는 나의 양심이고 나의 양심은 나의 책임이다”

(Eugene Smith Photography, Exhibition catalogue of University of Minnesota, 1975)

드럼 연주자 버디 리치(Buddy Rich)의 연주를 보노라면 그가 혼심을 다하는 연주에 탄성을 자아낸다. 드럼과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된 듯하다. 평생을 재즈 한 우물만 파는 음악 생활을 했는데, 록이 태동하던 시기에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록과 컨트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영화 <위플래쉬Whiplash>(2015)에서, 드러머를 꿈꾸는 주인공 앤드류의 방에 붙어있는 그의 포스터에 "(드럼 연주) 능력이 부족한 연주자는 록 밴드에서나 연주하게 된다."라는 그의 어록이 붙어 있다. 1972년 솔로 연주 도중 드럼스틱이 부러졌는데[2분 24초], 부러진 드럼스틱을 고쳐잡아 연주를 이어간 뒤, 재빨리 새로운 드럼스틱으로 바꿔 끊김없이 이어가는 모습은 가히 놀라울 정도이다(https://youtu.be/FqV0WTDSNAY?si=58aT2MbEvy-lw43a). 그의 나이 65세, 1982년 8월 20일 도미니카 공화국 라이브 공연에서. 이때 버디 리치는 이미 심장이 많이 좋지 않은 상태였고, 저 공연을 하며 경미한 심장마비가 왔지만 끝까지 공연을 끝내고 관객들에게 인사를 한 뒤 곧바로 병원으로 갔다. 연주자로서 최선을 다한 삶을 살았다. 그의 삶은 드럼과 함께한 삶이다.


“An average band with a great drummer sounds great. A great band with an average drummer sounds average.”

“드러머가 훌륭한 평범한 밴드는 훌륭한 소리를 낸다. 드러머가 평범한 훌륭한 밴드는 평범한 소리를 낸다.”

-버디 리치-


Buddy Rich - Prologue/Jet Song

https://youtu.be/EeyyGmd5dvM?si=wZ9kDuFkHyEskC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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