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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가 재즈를 만나다

[28장 조화로운 삶]

by 노용헌 Mar 15. 2025

知其雄 守其雌 爲天下谿 爲天下谿 常德不離 復歸於孀兒         (지기웅 수기자 위천하계 위천하계 상덕불리 복귀어명아)

知其白 守其黑 爲天下式 爲天下式 常德不忒 復歸於無極        (지기백 수기흑 위천하식 위천하식 상덕불특 복귀어무극)

知其榮 守其辱 爲天下谷 爲天下谷 常德乃足 復歸於樸           (지기영 수기욕 위천하곡 위천하곡 상덕내족 복귀어박)

樸散則爲器 聖人用之 則爲官長 故大制不割      (박산즉위기 성인용지 즉위관장 고대제불할)   


진정한 도道는 (웅과 자, 백과 흑, 영과 욕과 같이 분리되고, 쪼개진 상태에 있는 게 아니라, 영이나 무극이나 통나무같이) 분할되지 않는 것이다(大制不割). 대제불할(大制不割), ‘큰 제도는 세밀한 부분은 정하지 않는다’, ‘편을 가르지 않는다’, ‘어느 한 곳에 치우침이 없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세세하게 구별하지 않는 것인데, 세상은 한없이 나눠졌다가 다시 통합되어진다. 대학의 학과들도 그런 변화들을 겪어왔다. 세분화된 학과들로 나누어졌다가도, 통합된 교육과정으로 합쳐지기도 했다. 도는 그런 최초의 원리를 무극(無極)으로 보았다. 우리가 피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 1. 힘센 사람에게는 머리를 조아리고, 약자 앞에서는 거들먹거리는 사람, 2. 늘 남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사람, 3. 갈라치기에 능한 사람, 4.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말만 입에 달고 사는 사람, 5. 말을 수시로 바꾸는 사람, 6. 염치없는 사람, 7.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사람, 8. 남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 사람, 9. 정직하지 않은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을 대할 때 우리는 맞서 싸워야 할까, 무시해야 할까, 만나지 않기를 피할 것인가, 함께 할 것인가, 우리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런 사람들이 아니라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만 서로 의견을 나누고, 다름을 인정하면서 조화롭게 살 수 있을 것이다. 헬렌과 스코트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에서처럼, 귀농이나 귀촌의 삶은 과연 조화로운 삶일까.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Leibniz)의 사상중에 특히 주목할 만한 두 가지 개념은 ‘단자론(單子, manad)’과 ‘예정조화설’이다. 단자론은 라이프니츠가 제안한 철학적 개념으로,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를 의미한다. 우주는 무수히 많은 단자(또는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단자들은 서로 독립적이며, 외부 세계와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은 없지만, 신의 예정에 따라 조화롭게 배열되어 있다고 그는 믿었다. 우주의 질서와 조화를 설명하고, 신의 존재와 섭리로 결국 그의 이론은 결론내고 있지만, 개별적 존재로서의 단자에 대한 개념은 생각해볼 여지를 준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 빛의 입자설과 파동설 두 가지 개념이 있다. 입자이면서 각기 파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된다. 라이프니츠의 단자론에서 중요한 것은 지각이다. 지각은 단자들을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로, 단자들의 지각은 내적인 특성이나 상태를 나타내며, 이것이 단자들간의 구별되는 기준이 된다. 이러한 지각의 변화를 통해 단자는 어떤 변화를 가진다. 지각은 단자의 존재와 직결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단자들이 사전에 정해진 조화(pre-established harmony)를 통해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우주를 형성한다고 주장했다. 지각은 단자에게 파동을 일으키는 요소인 셈이다. 음악적 파동은 우주적 차원의 조화와 진동을 표현하는 중요한 매개체로서, 라이프니츠의 단자론에서 각 단자가 고유한 주파수와 진동을 가지며 전체 조화 속에 존재한다는 개념과 유사하다.  

  

알렉산더 로드첸코(Alexander Rodchenko)는 말레비치와 함께 쉬프레마티슴(suprématisme) 운동에 참여했고, 러시아 아방가르드 구성주의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비구상(非具象)의 조형에 대한 그의 예술관은 사진에서도 극단적인 앵글과 기하학적 추상(패턴)을 표현했다. 그의 사진들은 앵글의 변화와 패턴들이 만들어내는 형태에 주목한다. 패턴들은 리듬을 만들어내고 있다. 마치 빛의 파동처럼. 사물에 대한 재현적인 측면을 다루었던 고전적인 방식과는 다른 전위적이고 가히 혁명적이다. 또한 그래픽 디자이너이기도 한 그의 사진들은 디자인적이다. 패턴의 형식들은 각기 효과적으로 조화(harmony)롭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트루비안 맨(Vitruvian Man)>에서 인체의 이상적 비율과 황금비율에서 조화를 볼 수 있듯이, 디자인의 요소의 형식에서 패턴 또한 리듬과 조화를 볼 수 있다.

     

“우리는 마치 주변을 검사라도 하듯이 하나의 대상을 여러 시점으로 찍어야 한다.”

“배꼽의 시점은 모든 관광엽서에서 받을 수 있는 진부감, 나아가 혐오감마저 준다.”

-알렉산더 로드첸코-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mitri Shostakovich)의 음악 또한 전위적이고 재즈적이다. 1928년 스탈린이 제1차 5개년 계획을 시작하면서부터, 그의 음악들은 정치적으로 비판을 받게 되었다. 한국영화 <텔미 썸딩>과 <번지점프를 하다>에 삽입된 음악중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 2번 왈츠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소비에트 체제의 시각으로 걸러진 재즈를 접한 그의 곡이 재즈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는 재즈 모음곡 1,2번을 작곡했다. 쇼스타코비치에 대한 평판은 시대와 정치의 변화에 따라 극단적으로 다르게 평가받았다. 누군가는 그를 체제에 굴복한 예술가로 보았고, 누군가는 그를 저항의 예술가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의 회고록 <증언>에서, “내 교향곡은 대부분 묘비다. 너무 많은 국민이 죽었고, 그들이 어디에 묻혔는지 알려지지도 않았다. 그들의 묘비를 어디에 세우겠는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음악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그의 재즈 모음곡 2번 중 왈츠

https://youtu.be/O4gQEslOKjI?si=-0LxWUwC5KAQE_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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