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장 순환의 원리]
反者道之動 弱者道之用 (반자도지동 약자도지용)
天下萬物 生於有 有生於無 (천하만물 생어유 유생어무)
사물은 극에 달하면 반전하여 되돌아가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다(反者道之動). 천하만물은 유에서 생겨나고(天下萬物 生於有), 유는 무에서 생겨난다(有生於無). 모든 것은 돌고 돈다. 전인권의 노래 “돌고 돌고 돌고”의 가사 중에는, “해와 달이 뜨고 지고 사람들이 만났다가 헤어지는 등 우리의 삶은 돌고 도는 것"이라는 불교의 윤회(輪廻) 철학을 다루고 있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고, 다시 무언가로 태어날지 모르겠지만, 모든 물질은 생겨났다가 다시 사라지는 것에 대한 이견(異見)은 없을 것이다. 재순환(recycle) 과정은 산업에서도, 생태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음양오행(五行)에서 행(行)은 순환을 의미한다. 만물은 생성, 발전, 성숙, 쇠퇴, 소멸의 과정을 거치는 변화체라는 이야기이다.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현대 소비사회와 미디어 문화, 그리고 하이퍼리얼리티(hyperreality) 개념을 제시하면서, 현실과 가상간의 경계를 시뮬라크르(simulacra)와 시뮬라시옹(simulation)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했다. 벤야민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말했던 복제성은 보드리야르에게서 원본의 복사본, 복사본의 복사본, 시뮬라크르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미지는 재복사되어, 무한으로 재생산, 재유포된다. 오히려 현실보다 더 강력한 AI시대가 도래하였으니 말이다. AI가 만들어낸 작품(영화, 음악, 문학, 사진)들은 누구에게 저작권이 있을까. 파생실재는 어떤 현실을 극도의 현실로 만든 것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현실은 항상 그 현실이지 더 적거나 많은 현실이란 있을 수 없다, 즉 하나의 현실에 변화가 가해지면 이는 즉각 그 현실이 아닐 것이다), 실재하는 현실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 전혀 다른 현실이다. 보드리야르가 제시한 ‘시뮬라크르’는 원본과의 관계가 끊어진 복제이다. 노자의 도덕경은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에 의해 해석되어졌다. 톨스토이도 도덕경을 번역했고, 한스-게오르크 묄러(Hans-Georg Moeller) <도덕경의 철학>이란 저서를 썼다. 노자의 글은 하이퍼텍스트(hypertext)다.
“체제의 이러한 최상의 교활함, 자기 죽음이라는 시뮬라크르의 교활함은 모든 가능한 부정성을 흡수하여 제거해 버렸다. 그 때문에 체제는, 이 죽음 시뮬라크르의 교활함을 통하여 우리를 산 채로 유지한다. 오직 더 우월한 교활함만이 이 시스템의 교활함의 방어를 할 수가 있다. 도전 혹은 상상의 과학, 오직 파타피직스(pataphysics)만이 시스템의 시뮬라시옹 전략으로부터, 시스템이 우리를 가둔 죽음의 막다른 골목으로부터 우리를 빠져 나오게 할 수 있다.”
-장 보드리야르, 시뮬라시옹, P240-
현대 미술은 전유(또는 차용, Appropriation), 혼성모방(Pastiche), 오마주(Hommage), 패러디(Parody) 다양하다. 셰리 레빈(Sherrie Levine)은 기존의 워커 에반스의 유명한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와 새로운 문맥에서 사용하는 전유의 방식을 보여준다. 그녀는 워커 에반스의 흑백사진들을 재촬영하고 자신의 이름을 써 넣은 <워커 에반스를 따라서(After Walker Evans)>라고 이름을 붙이는 재사진작업을 하였다. 리처드 프린스는 기존의 광고 이미지를 다시 촬영하여 자신의 작품으로 제시하거나, 마르셀 뒤샹이 다빈치의 <모나리자>에 콧수염을 그려넣은 <L.H.O.O.Q.>와 같은 재작품들이다. 독창성과 원본의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과연 이 시대의 순수한 창작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어느 작품도 결코 오리지널이 될 수 없음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색소폰 연주자 오넷 콜맨(Ornette Coleman)의 음악은 즉흥성을 추구하며 그가 창시한 ‘프리 재즈’사조는 재즈를 처음 듣는 이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다른 음악과 차별화된 음악으로서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재즈는 제목처럼 자유롭다고 말이다. 그의 음반 《Sound Grammar》는 2007년에 음악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가 추구하는 ‘프리재즈’란 무엇인가? 오넷 콜맨의 여섯 번째 앨범인 <Free Jazz>를 들어보면 좋을 듯 싶다. 프리재즈란 질서에서 혼돈으로, 혼돈에서 다시 질서로 창조된다(https://youtu.be/YB20f0jlbXQ?si=s-i3yi8gC25CQ5U8). 음악은 다시 리바이벌(revival)되고, 재편집되기도 한다. 리마스터(Remaster)하고 다른 용어인 ‘매쉬업(Mashup)’이란 일반적으로 두 개 이상의 사전 레코딩된 노래를 혼합해 만드는 형식을 뜻한다. 이탈리아 그룹 ‘클럽 하우스’가 1983년 무렵 공개한 밴드 스틸리 댄의 ‘Do It' Again’과 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을 섞은 ‘Do It Again Medley with Billie Jean’이 상업적으로 출시된 최초의 매쉬업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프리 재즈 색소폰 연주자 존 존(John Zorn)의 프로젝트 ‘네이키드 시티’에서 로이 오비슨의 ‘Pretty Woman’의 베이스라인 위에 오넷 콜맨의 ‘Lonely Woman’을 매쉬업(Mashup)했다(https://youtu.be/ZBlViimcTnE?si=RH9K2m0YeISOhUcN).
Ornette Coleman - Free Jazz
https://youtu.be/sptbvO_svl0?si=3BZrEPsHJxwpkNF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