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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가 재즈를 만나다

[43장 느낌의 진화]

by 노용헌

天下之至柔 馳騁天下之至堅 (천하지지유 치빙천하지지견)

無有入於無間 吾是以知無爲之有益 (무유입어무간 오시이지무위지유익)

不言之敎 無爲之益 天下希及之 (불언지교 무위지익 천하희급지)


말하지 않는 가르침(不言之敎)은 무위의 유익함이고(無爲之益). 천하에 여기까지 미침이 드물다(天下希及之). 나는 이러하여 무위가 유익하다는 것을 안다(吾是以知無爲之有益). 무위는 노자가 워낙 강조를 많이 했기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이러한 시각에서, 무위는 ‘형체가 없는 것이고, 틈새가 없는 곳으로도 스며들어갈 수 있다’(無有入於無間)는 것이다. 형태가 없기 때문에 보이지는 않는 것은 느낌이다. 느낌은 노래로 전달되어져 그 틈새가 없는 사람의 마음에도 감동을 준다. 사람의 의식도 마치 안테나에서 전파가 퍼져 나가듯이 의식파동을 일으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된다. 무위(無爲)라는 느낌은 그런 파동을 일으켜 전달력을 가진다. 추상표현주의를 이끈 잭슨 폴록이 자신의 작업을 재즈에 빗대어 말했다. 재즈의 리듬에 맞추어 페인트를 붓고 흩뿌리는 그의 작업이 재즈의 자유로운 형식과 우연이 만들어낸 즉흥성, 무작위성에서 재즈와 닮았고, 그의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는 관객에게 그는 말한다. “형제여, 이해가 안 간다면 내가 설명할 길은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즐기면 됩니다. 음악을 즐기듯이요.”라고. 히딩크도 말한다. ‘즐기는 축구’를 하라고 말이다. 1%영감은 느낌이다. 필(feel)받았다고 말하지 않는가. 느낌은 어둠(無)에서 만져지는 무언가이다.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신경과학자이다. 다마지오의 주요 분야는 신경 생물학, 특히 감정, 의사 결정, 기억, 언어 및 의식의 기초가 되는 신경 시스템이다. 그는 또한 감정이 항상성 조절의 일부이며 보상/처벌 매커니즘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제안했다. 그의 저서 <느끼고 아는 존재(Feeling & Knowing)>은 감정과 의식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의식이 단순한 사고의 결과물이 아니라, 신체감각과 감정의 흐름 속에서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감정(emotion), 느낌(feeling), 의식(consciousness)은 서로 상호적이다. <데카르트의 오류>, <일어난 일에 대한 느낌>, <스피노자의 뇌>, 이른바 3부작을 통해 감정이 의사결정이나 행동, 의식, 자아인식등에 미치는 영향을 밝혔다. 또 다른 책인 <느낌의 진화(The Strange Order of Things)>에서, 그는 느낌의 존재는 또 다른 요소들의 진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즐거운 느낌이든 불쾌한 느낌이든, 조용하고 침착한 느낌이든 견디기 힘들 정도로 우리를 흔들어 놓는 폭풍 같은 느낌이든, 왜 하필이면 그런 식으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인지 사람들은 종종 질문을 던진다. 그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진화의 역사에서 느낌을 구성하는 생리적 사건들이 나타나서 정신적 경험을 제공하기 시작했을 때 그것이 차이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느낌이 삶을 더 나은 쪽으로 변화시켰다. 느낌은 생명을 연장시키고 목숨을 구했다. 느낌은 항상성의 요구에 부합했으며 그 요구를 마음속에서 중요한 것으로 부각시켜서 요구가 충족되도록 도왔다. 예를 들어 어떤 장소를 회피하도록 조건을 형성conditioning해서 생존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느낌의 존재는 또 다른 요소들의 진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의식, 좀 더 구체적으로는 주관성이다.”

-안토니오 다마지오, 느낌의 진화, P163-

토드 하이도(Todd Hido)는 감성적인 분위기와 영화적인 연출로 잘 알려진 사진가이다. 그의 사진은 불안과 우울로 가득 차있다. 그는 데이비드 린치(David Lynch) 영화처럼 모호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의도적으로 초점을 흐리게 하거나, 특정 부분만 선명하게 처리함으로써 감성적인 사진을 연출한다. <House Hunting>(2001), <Roaming>, <Bright Black World>, <A Road Divided>(2010), <Excerpts from Silver Meadows>(2013) 등의 시리즈의 사진들은 디스토피아적인 느낌과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를 띠고 있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Rainer Werner Fassbinder)의 영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1997)를 떠오르게 한다.

트럼펫 연주가 척 맨지오니(Chuck Mangione)가 1977년 발매한 앨범 <Feel So Good>은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곡이다. 1978년 개봉한 안소니 퀸 주연의 영화 <산체스의 아이들>에 OST로 실린 명반 <Children of Sanchez> 역시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 이듬해 1979년에 낸 연주곡 <Give it All You Got>이 1980 레이크플래시드 동계올림픽의 주제곡으로 선정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션이 되었다. 보다 2년 전에 발표된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Grover Washington Jr.)의 재즈 앨범의 <Feel So Good>은 다른 분위기를 띈다(https://youtu.be/F56SmE1KHr8?si=itXubiBaQ_xC0at-). 척 맨지오니가 연주한 악기는 플뤼겔호른(Flügelhorn)이다. 이 악기는 소프라노 음역의 금관악기이다. 재즈는 느낌이 있는 음악이고, 그런 느낌들이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Chuck Mangione - Feel So Good (Live In Cannes 1989)

https://youtu.be/cWhNWop3g_Y?si=_x28hqQMi04Ttn7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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