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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가 재즈를 만나다

[47장 멀리 봄]

by 노용헌

不出戶知天下 不窺爽見天道 (불출호지천하 불규유견천도)

其出彌遠 其知彌少 (기출미원 기지미소)

是以聖人 不行而知 不見而名 不爲而成 (시이성인 불행이지 불견이명 불위이성)


“두루 멀리 나아가면(其出彌遠) 두루 적게 알게 된다(其知彌少).” 이런 이유로 성인은 “직접 행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며(不行而知), 직접 보지 않아도 규정할 수 있으며(不見而名), 무언가 의도를 가지지 않더라도 이룰 수 있다(不爲而成).” 백문(百聞)이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보지 않고도, 실천하지 않고도 어찌 알 수 있을까. 도인(道人)은 부처님 손바닥에 있는 것처럼 다 알고 있을까. 사진가는 멀리서 보기도 하지만, 가까이서도 본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은 각도(angle)에 따라서, 위치(position)에 따라서, 렌즈(Lens)에 따라서, 다 다르다. 노자가 이야기하려는 것은 학습과 경험이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남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고, 더 숙고하라는 의미로 생각된다. 물리적으로 어떤 행위를 한다는 것은 낮은 단계의 행위임으로, 더 큰 행위를 하기 위해선 무위(無爲)를, 관조(觀照)를 숙고(熟考)를 하라는 것이다. 노자는 ‘문밖에 나가지 않고도 천하를 알 수 있다’(不出戶知天下)고 했다. 사진가는 철저히 관조(觀照)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행위에 휩쓸리다보면 중립적인 시각을 잃게 마련이고, 편견의 시각을 가지게 될 수 있다. 영화 <콘클라베Conclave>(2025)에서, 추기경단 단장인 로렌스가 가장 경계하는 것이 ‘확신’에 찬 생각이다. “확신은 통합의 가장 큰 적입니다. 확신은 관용의 치명적인 적입니다. 심지어 그리스도조차 마지막 순간에는 확신하지 못하셨습니다. 우리의 신앙이 살아 있는 것은 의심과 함께 걸어가기 때문입니다. 오직 확신만 있고 의심이 없다면 신비도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믿음도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확신이 가장 위험하다고 로렌스는 말한다.

존 버거(John Berger)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Ways of Seeing)는 1972년 BBC에서 텔레비전 시리즈로 방영하였고, 동명의 책으로도 출간되었다. 이외에도 그는 사진, 예술, 정치 그리고 기억에 관해 많은 글을 썼다. 1980년 저서 <본다는 것의 의미>에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문화적 구조로 고찰한다. 사진은 시간과 공간을 분절하여 그 순간의 이미지를 포착하는데, 이런 파편들의 이미지를 통해 사물을 보는 방식에 대해서 그는 설명한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란, 나의 관점에서 재구성하여 바라보는 것이므로, 이 역시 주관적인 것이다. 소수 특권계급을 정당화하기 위해 미사여구로 포장된 이미지들은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고, 보여지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양한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어쩌면 우리가 객관적이라고 믿는 것에 대한 확신도 재고(再考)해 봐야 한다. 우리는 단지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만 선택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아마도 중요한 것은 사진이 침묵하고 있다는 데 있을 것이다.

“Seeing comes before words. The child looks and recognizes before it can speak.”

-John Berger, Ways of Seeing-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Yann Arthus Bertrand)는 전 세계를 다니면서 헬리콥터와 열기구를 이용하여 풍경사진 책을 60권 이상 발간했다. 그는 1991년 파리에 알티튜드 에이전시를 창립하고, 유일한 항공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사진도서관을 설립했다. 2000년에 지구의 76개의 국가에서 3천 시간동안 찍은 100,000장의 사진 전시회 ‘하늘에서 보이는 땅’展을 열었다. 런던, 싱가포르, 폴란드, 네덜란드 등 여러 국가에서 찍은 사진을 ‘365일’이라는 책으로 발간했다. 요즘은 드론(Drone)이라는 기기가 있어서 쉽게 촬영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보조 기기들이 있다. 고프로(GoPro), 휴대폰등도 다양한 시각을 만들어낼 수 있다.

“저는 스스로 특별한 예술가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것은 지구이기 때문이죠. 그것을 기록하고 증언하기 때문에 최고로 행복한 예술가 중의 한 명이 되는 게 아닐까요?”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

영화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2020)는 1세대 블루스 가수인 마 레이니(Ma Rainey)를 소재로 하는 영화이다. 영화는 1920년대 시카고라는 특정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정체성과 고난을 드러내며 그녀의 음악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백인들은 블루스를 이해 못 해. 들을 줄은 알아도 어떻게 탄생한 줄은 모르지. 블루스에 우리 인생이 담겨 있다는 걸 몰라. 기분 좋으려고 부르는 게 아냐.” 미국 사회의 인종적 갈등을 반영하고 있다. 레비 그린 역의 채드윅 보스먼(1976~2020)은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로 사후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돼 화제가 됐다. 블루스는 흑인들의 고통과 슬픔을 표현한다. “Black Bottom”과 같은 곡은 블루스의 리듬을 통해 문화적 정체성을 표현하고, “See See Rider”는 고통과 상실을 노래한다(https://youtu.be/gekkKJFiJDA?si=xVKngTjzqLioLTJ7). 마지막 장면 레니 크라비츠(Lenny Kravitz)의 노래 ‘자유를 향한 길(Road to Freedom)’의 울림이 크기도 하다(https://youtu.be/n1IYLYcl9MM?si=zAWovYKUxN4sNKme).


Ma Rainey - "Jealous Hearted Blues" 1924

https://youtu.be/4H7MUq_o4iY?si=OUgqOD8qOtSBZZv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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