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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가 재즈를 만나다

[48장 덜어냄의 법칙]

by 노용헌

爲學日益 爲道日損 (위학일익 위도일손)

損之又損 以至於無爲 (손지우손 이지어무위)

無爲而無不爲矣 故取天下者 常以無事 (무위이무불위 고취천하자 상이무사)

及其有事 不足以取天下 (급기유사 부족이취천하)

“배움은 하루하루 지식을 더하는 것에 있고(爲學日益), 도는 하루하루 이를 덜어냄에 있다(爲道日損).” 노자 도덕경 48장은 ‘비움’을 강조한다. 46장에서도 욕망을 절제하고, 만족함을 논했다면, 48장은 만족을 넘어서 덜어내자고 말한다. 지식의 그릇은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다. 그러나 일정부분 채우고 나서는 덜어내야 한다. 그릇에 담긴 내용물은 비워야 새로운 다른 것을 담을 수 있다. 컴퓨터 하드의 용량이 꽉 차면 리셋 또는 삭제해야 메모리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우리의 삶도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면 아마도 끔찍할 것이다. 공(空)은 또 다른 시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회사에서도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여러 절차들이 있다. 많은 절차들을 정말 필요한 절차인가 보면, 그렇지 않고 불필요한 절차들도 많다. 공무원들의 잡무 또한 그러하다. 노자의 개선은 불필요한 절차들을 덜어내어 개선하자고 말하는 것이다. 예술에서는 이러한 덜어냄의 미학이, 아마도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아닐까싶다. ‘적은 것이 풍부한 것이다.(Less is more)’라고 말한 로버트 브라우닝의 말처럼, 가장 적은 것, 최소한의 예술을 지향한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애플에서의 성공은 단순한 디자인의 혁신이었다(Simplicity is Key). 복잡한 삶에서 단순한 삶으로의 전환.

"최고의 영화음악이란 음악이 있는지 없는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최소한의 역할을 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 영화의 줄거리에 맞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은 물론 듣기에도 편해야 한다. 나는 굵은 글씨를 휘갈기는 것보다 '음악 벽지(壁紙)'를 만드는 것을 더 좋아한다."

-마이클 나이먼(Michael Laurence Nyman)-

매튜 메이(Matthew E. May)는 <덜어냄의 법칙>이라는 저서에서, “무엇을 무시할 것인가?”, “무엇을 뺄 것인가?”,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쓸모없는 것을 제거하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작정 채우기보다는 덜어내고 또 덜어내어 본질만 남기자고 말이다. 그가 말한 여섯 가지 법칙이란, 1.여백이 실존을 이긴다. 2.가장 단순한 규칙이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든다. 3.정보가 적을수록 생각은 자유로워진다. 4.창의성은 제약이 있을 때 더 활성화된다. 5.혁신은 파괴에서 시작된다. 6.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하는 것보다 낫다. 대중 강연자인 저자는 ‘덜어냄’이야말로 ‘다르게 생각하는’ 원천이라고 말한다. 덜어냄은 안개와 미로를 뚫고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새로운 사고(思考)이다.

“우리는 그의 창조 과정에서 몇 가지 삶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제대로 된 출발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적절한 이미지를 얻는 것이 핵심이다. 흔히 삶에서는 그런 큰 그림을 얻기가 쉽지 않다. 누구나 성공을 목표로 하지만 성공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은 은유적으로 매일 작은 점 하나를 찍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 점들을 연결할 때에는 우리를 인도해줄 큰 그림이 반드시 필요하다.

두 번째 교훈은 큰 그림을 바탕으로 새로운 그림을 그리라는 것이다.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이전의 많은 것들을 파괴해야만 한다. 케빈은 시작 이미지의 아웃라인만 남기고 거의 모든 디테일을 제거했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이다. 사업이나 일, 그리고 삶의 뼈대라고 할 수 있는 핵심 가치와 목표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이 달성되는 과정과 방식은 언제나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창의성이 필요한 것이다.”

-매튜 메이, 덜어냄의 법칙, P104-


‘사진은 뺄셈이다’라고 말한다. 사진은 사각형의 프레임(frame)안에 무엇을 담아내는 행위가 시간과 공간을 분리한다. 시간은 기억과 관련이 있고, 공간은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와 관련이 있다. 히로시 스기모토(Hirosh Sugimoto)의 대표적인 연작인 <디오라마> 시리즈는 자연사 박물관의 전시물을 촬영했는데, 이것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또 다른 <바다 경치> 시리즈는 단순한 수평선을 통해 시간의 영속성에 대한 자연의 근원적 아름다움을 탐구한다. 그가 촬영한 <건축> 시리즈에서도 텅 비어 있는 건축물을 통해, 그의 미니멀리즘 접근을 엿볼 수 있다. <바다 경치>도 마찬가지로, 사람, 등대, 배 등의 모든 요소가 배제된, 추상적인 미니멀리즘의 모습이다.

“인류의 상상력은 예술 속에 깃들여 왔다.

그리고 지금, 알 수 없는 미래를 마주한 우리는 다시금 뒤돌아봐야 한다.

인류의 상상력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기억의 원천을 더듬어봐야 하는 것이다.

예술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어쩌면 기억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이 처음, 사람이 되었던 때를 기억하는 것.”

-히로시 스기모토-

장고(Django)라는 집시 별명으로 알려진 장 라인하르트(Jean Reinhardt)는 집시의 혈통을 이어받은 전설적인 재즈 기타리스트이다. 집시무리(Gypsy Caravan)에서 자랐는데, 이때 사고로 왼손은 마비되고 두 개의 손가락을 잃어버렸다. 이후 장고는 핑거링시 두 손가락을 질질 끌며 지판을 이동하는 특이한 연주 모션으로 끝까지 기타리스트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장고의 기타엔 집시적인 슬픔이 있다. 한 평론가의 말처럼, “장고의 음악은 유럽이고, 프랑스이지만 재즈이다.” 그에게 재즈는 어쩌면 숙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평생 동안 함께 한 기타는 셀머 어쿠스틱 기타였다. 그의 이름을 딴 ‘장고 라인하르트상’은 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는 재즈상이기도 하다. 그의 가장 주목할 만한 앨범 중 하나는 <Djangology>이다. 이 곡은 타티아나 에바 마리(Tatiana Eva Marie)에 의해 가사를 붙이고 그녀만의 방식으로 재해석되었다(https://youtu.be/ZcDj9zfEH10?si=iYdpyYLZk4J4B1xE).


Django Reinhardt – Djangology

https://youtu.be/Wlw0afwKJic?si=Kgnubqgafh-mA45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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