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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가 재즈를 만나다

[49장 무사심(無私心)의 지혜]

by 노용헌

聖人無常心 以百姓之心爲心 (성인무상심 이백성지심위심)

善者 吾善之 不善者 吾亦善之 (선자오선지 불선자 오역선지)

德善矣 信者 吾信之 不信者 吾亦信之 (덕선의 신자 오선지 불신자 오역신지)

德信矣 聖人之在天下 焉爲天下渾其心 (덕신의 성인지재천하 언위천하혼기심 )

百姓皆注其耳焉 聖人皆孩之 (백성개주기이목언 성인개해지)


첫 구절에서 무상심(無常心)이란 단어가 나온다. 국어사전 뜻풀이는 ‘모든 것이 아무 보람도 없이 헛되고 덧없음을 느끼는 마음’이라고 나온다. 그보다는 항상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마음 상심(常心)이 없다는 말로 해석해보면, 고정불변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상심은 고정된 마음이고, 자신의 아집일 수 있다. 이것이 없다고 해석해보면, 변화를 적극적으로 인지하는 마음이 무상심(無常心)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상심은 또 다른 말로 각자의 사심(私心)이다. 각자가 가진 사심을 없애고,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이 무상심(無常心)이다. 성인은 이런 무상심의 상태를 ‘한결같음(常心)’을 유지하라고 역설한다. 그것이 도(道)에 이르는 길이다. 무상심(無常心)→무사심(無私心)→평정심(平靜心). 무상심은 달리 말하자면, 감정의 기복이 없이 평안하고 고요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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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주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 Strauss)는 <슬픈 열대>에서 문화는 나라마다 다르긴 해도 더 우월하거나 열등하고 야만적인 문화는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인간의 삶을 특정한 방식으로 규정하는 보편적 규칙을 찾는데 노력했다. 레비-스트로스가 인간의 무상심에 대해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인간이 가진 보편적인 이성이라는 공통점을 찾고자 했다. 그의 주장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문화가 다른 문화보다 우월하다고 판단하는 것을 경계하고,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문화 상대주의를 주장했다. ‘미개인의 사고’와 ‘문명인의 사고’를 ‘차등화’하는 사르트르의 논리에 반하여, 레비스트로스는 이것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서로 다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문명의 사고’와 ‘미개의 사고’의 이분법을 거부했다. 미개의 사고는 문명의 사고보다 결코 열등하지 않은 야생의 사고다. 이 야생의 사고는 일관된 질서가 존재하는 ‘구체의 과학’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과학자들은 불확실성이나 좌절을 참고 견딘다. 왜냐하면 어찌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고 견디지 못하며 또 그래서도 안 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무질서이다. 이 무질서를 없애려는 노력은 생명의 기원과 함께 저차원에서 무의식적으로 시작되었다.”

-레비-스트로스, 야생의 사고 中에서-

마틴 샴비(Martin Chambi)는 페루의 사진가로서, 안데스 지역의 전통, 민속, 그리고 일상적인 삶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의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안데스의 영혼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들의 정체성을 표현했던 그의 사진 <안데스 주민 초상>(Portrait of Andean Villager)은 그들의 이야기와 삶의 흔적을 담고 있다. 샴비의 사진들은 고대의 웅장한 문명 유적지인 안데스 인디언들의 잃어버린 세계를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문화를 더 깊이 들여다보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사진에 담고 있다. 그에게는 시인의 눈이 있었고, 그의 이미지에는 신비로움과 깊이가 담겨 있다.


“I feel that I am a representative of my race; my people speak through my photographs.”

“나는 내 카메라가 안데스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보여주는 도구가 되기를 바랐다.”

-마틴 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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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터 영(Lester Young)은 흑백 인종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던 1920년대, 당시 색소폰 연주는 콜먼 호킨스 스타일(거칠고 대범한 연주)이 대세였지만 영은 그와는 전혀 다른 부드럽고 야들야들하면서 느슨한 스타일의 연주를 하였다고 한다. 레스터 영이 남긴 일화를 보면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그는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면 주변에서 뭐라고 해도 그걸 고수하고, 당대의 흐름을 쫓거나 추종하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연주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어쨌든 ‘독특한’ 사람이었고, 특히 색소폰을 불 때 마우스피스를 비틀어 끼우고 악기를 오른쪽으로 30도 가량 기울여 연주하였다. <Pennies from Heaven>는 1936년 영화에 쓰여진 곡이다. 이 영화에서는 루이 암스트롱이 출연하기도 했다. 노래는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가 부른 후 수많은 뮤지션들이 연주했다. 1981년 발표된 동명의 영화 <Pennies from Heaven>에서 스티브 마틴이 부른 침울한 분위기의 버전은 잘 알려졌다(https://youtu.be/f3Q11jsN54A?si=J_fGepBHYyWqJuTJ).


Lester Young - Pennies from Heaven

https://youtu.be/5rCSTY917sk?si=O_eu1kiYMRoJJI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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