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
카투리안: 그런 거 읽어 보셨을 겁니다. ‘경찰은 죄다 이렇더라.’, ‘정부는 죄다 저렇더라’하는 ‘이야기들’말입니다. 그런 정치적인..... 그걸 뭐라고 하지요? ‘정부는 이래야 한다’느니 하는 글들요. 아, 진짜. 그런 건 다 좆같은 소립니다. 제 말 아시겠습니까? 제 말은, 정치적으로 무슨 불만이 있으면, 정치적으로, 그 뭐야, 그런 게 있으면, 가서 씨발 논문을 쓰라는 겁니다. 전 그냥 가던 길 갈 테니까요. 좌파는 이렇다, 우파는 저렇다 떠들든지 말든지, 나한테는 씨발 이야기나 들려달라고요! 아시겠어요? 옛날에 어떤 위대한 사람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야기꾼의 첫 번째 의무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저는 이 말을 전적으로 믿습니다. ‘이야기꾼의 첫 번째 의무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아닌가, ‘이야기꾼의 유일한 의무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였나? 네, 그게 맞겠네요. ‘이야기꾼의 유일한 의무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잘 기억나진 않지만, 아무튼, 제가 하는 일이 그겁니다. 저는 이야기를 해요. 뭐 불만 같은 거 없습니다. 전혀 아무 불만 없어요. 사회적인 무슨 그딴 거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런 거 때문에 저를 여기 데리고 오신 거라면, 도저히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혹시라도 제 이야기에 어쩌다 정치적인 뭔가가 들어갔다면, 아니 정치적으로 보이는 구석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혹시 그렇다면, 어느 부분인지 저한테 보여 주십시오. 그 개 같은 게 어느 부분에 있는지 저한테 보여 달란 말입니다. 제가 당장 빼 버리겠습니다. 씨발 완전히 태워버리겠습니다. 아시겠어요?
-마틴 맥도나, 필로우맨(Pillow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