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왜, 무엇을, 어떻게
왜Why 찍는 것인가? 사진을 찍으면서도 사진을 왜 찍고 있는지 문득 드는 질문이다. 의뢰인(client)의 요구에 의해 직업적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나는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지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질문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왜라는 질문은 사진의 본질과 사진의 철학에 관한 문제이다. 나는 어떤 관점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가? 또한 나의 존재에 관한 물음이다.
무엇What을 찍을 것인가? 무엇을 찍을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주제의식에 대한 것이다. 작가론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그들이 어떤 주제로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에 대한지를 봄으로써 나 또한 어떤 주제로 촬영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본질적인 이유를 묻는 왜라는 질문에서 무엇을 찍을 것인가는 인식론에 관한 질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감각을 통해서 상황을 인식하는 것처럼, 사진의 주제의식은 내가 처한 삶의 기록과 함께 인식의 단계인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나의 주제의식에 대한 인식론의 전달인 셈이다. 사실 어찌보면 사진의 사유와 성찰은 나의 세계관에 대한 존재와 인식의 논증(論證)이다. 수많은 유명 사진가들의 작품은 그 논증의 반영일 것이다.
어떻게How 찍을 것인가? 존 자코우스키John Szarkowski의 비평적인 주제 ‘Mirror and Window’처럼 세상을 거울로 볼 것인지, 창문을 통해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것에서부터 기술적인 방법에 의해 사진은 여러 방법적 논의가 있을 수 있겠다. 기술적인 문제는 나의 생각과 관점을 적절하게 표현하는데 도움을 준다. 있는 그대로로 볼지, 허구적인 모습으로 볼지, 상상을 더할지,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것이다.
1990년 버니스 매카시(Bernice McCarthy) 박사가 고안한 ‘4MAT: 4 Master of Arts in Teaching’라는 이론에서 인간의 뇌는 WHY-WHAT-HOW-IF 순서로 학습한다고 한다.
·Why는 우리는 왜 사는가? 또는 왜 태어났는가?
·What은 우리는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How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처럼, 사진은 왜 찍으며, 무엇을 찍을 것이고,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여전히 하게 된다.
사진을 한지도 30년이 되어가지만, 사실 나는 위 세가지 질문에 쉽게 이것이다라고 단정할수 없다. 아직도 질문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을 것이다. 많은 시간과 많은 장소에서 나는 묻고 또 묻는다. 나는 왜 사진을 찍는 것일까, 무엇을 찍고자 하는 것일까, 어떻게 찍을 것인가라고. 나는 이 길 위에 서있다. 무엇을 보고 있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는 어떤 의미를 찾고 있고, 어떤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을까. 사진에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사실 우리는 욕심을 부린다. 쓸데없는 기교에 본질을 망각하고 그것이 순수하지 못한 것일테니, 박모씨가 순수하지 못하다고 말한 말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