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가 재즈를 만나다

[73장 하늘의 그물코]

by 노용헌

勇於敢則殺 勇於不敢則活 此兩者 或利或害 (용어감즉살 용어불감즉활 차양자 혹이혹해)

天下所惡 孰知其故 是以聖人 猶難之 (천지소오 숙지기고 시이성인 유난지)

天之道 不爭而善勝 不言而自應 不召而自來 薩單然而善謀 (천지도 불쟁이선승 불언이선응 불소이자래 천연이선모)

天網恢恢 疏而不失 (천망회회 소이불실)

천망(天網)은 하늘의 그물코다. 엉성한 것 같지만 하나도 빠뜨리지 않는다(疏而不失). 하늘의 도(天之道)는, 겨루지 않고도 이기는 것이고(不爭而善勝), 말하지 않고도 응대하는 것이고(不言而自應), 부르지 않아도 저절로 찾아오고(不召而自來), 띠를 길게 늘어뜨리고도 맵시 있게 잘 꾸미는 것이다(薩單然而善謀). 현대사회는 인터넷 네트워크의 시대이다. WWW(World Wide Web)는 인터넷상의 그물망이다. 정보는 수많은 그물(web)로 이루어져 있다. 들뢰즈의 리좀(rhizome)도 이러한 복잡한 연결성을 설명했다. 불교 용어에도 인드라망(因陀羅網)이 있다. 범어로는 indrajāla이다. 불교의 욕계(欲界)에 속한 천신(天神)들의 왕인 인드라, 즉 제석천이 머무는 궁전 위에 끝없이 펼쳐진 그물이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불규칙 형태의 복잡한 구조의 프랙탈(fractal) 이론을 닮았고, DNA의 구조 또한 그러하다.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는 그의 저서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를 했다. ‘자연 상태’에서는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지만, 사회가 발전하면서 불평등과 억압이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그 불평등의 원인은 토지의 소유, 부의 소유에서 생긴다고 보았다. 그는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어디서나 쇠사슬에 묶여 있다”, “법은 항상 가진 사람들에게는 이롭고,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자들에게는 해롭다”라고 <사회계약론>에서 말하며,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비판했다. 자연 상태에서 내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 즉 ‘자연적 자유’를 누렸던 개인은, 개인의 힘을 넘어서는 장애물들을 극복하고자 다수의 결합된 힘을 필요로 하고, 각각은 상호간에 자유로운 사회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그러한 힘을 가진 정치체, ‘공동체의 선택’을 구성한다. 공동체의 선택은 다수의 의견에 따라야 된다고 주장한다. 자유와 평등을 주장한 루소의 철학은 오늘날에도 유효한가? 보수와 진보로 나뉘고, 우파와 좌파로 나뉜 우리나라의 정치상황은 자유와 평등은 어떤 것이 우선이 아니라, 여전히 그물코처럼 얽혀있다.


지상에서 만물은 끊임없는 흐름 속에 있다. 그 속에서는 아무것도 하나의 변함없는 정지된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며, 외부의 사물들에 집착하는 우리의 감정들도 그것들과 마찬가지로 지나가고 변화한다. 감정들은 언제나 우리를 앞서거나 뒤따라오면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과거를 상기시키거나 종종 전혀 있을 수 없는 미래를 예고한다. 그것들에는 마음을 붙일 만큼 견고한 것이라곤 전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지나가는 기쁨밖에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지속성 있는 행복에 대해서는, 나는 과연 누군가가 그것을 맛보았을지 의심스럽다. 우리가 맛보는 가장 강렬한 즐거움 중에서도, 우리의 마음이 진정으로 ‘나는 이 순간이 항상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한순간일 뿐이다. 그러니 우리의 마음을 여전히 불안하고 공허한 상태로 놔두며, 또한 우리로 하여금 이전에 있던 뭔가를 애석해하거나 앞으로 올 뭔가를 바라게 만드는 순간적인 상태를 어떻게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장 자크 루소,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라구비르 싱(Raghubir Singh)은 1999년 56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컬러 스트리트 사진의 선구자였다. 라자스탄(Rajasthan)의 귀족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홍콩, 파리, 런던, 뉴욕에서 살았지만, 그의 시선은 끊임없이 고향 인도로 향했다. 그는 핸드헬드(handheld) 카메라와 컬러 슬라이드 필름을 사용하여 인도의 밀집된 환경을 복잡한 프리즈와 같은(frieze-like) 구도로 기록했으며, 사건으로 가득 차고, 반사로 인해 부서지고, 화려한 색채로 맥동(脈動)했다. 싱은 무굴 시대의 미니어처 회화로 거슬러 올라가는 지속적인 인도 미학 전통의 일부로 색채를 받아들였다. 흑백을 선호했던 당시의 많은 사진가들과는 달리 싱은 컬러를 인도의 영혼을 표현하는데 필수적인 것으로 보았다. 컬러는 인도 생활의 복잡성과 모순, 혼돈과 조화를 반영한다.

“이미지의 근본적인 조건은 시각적이어야 한다. 그것은 설명이 아니라 그 자체로 표현이어야 한다.”

-라구비르 싱-

1956년 교통사고로 26세의 짧은 삶을 산 클리포드 브라운(Clifford Brown)는 재즈 트럼펫 연주자이다. 1948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지만 1950년에도 교통사고를 당했고, 오랜 시간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오랜 기간 활동을 쉰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그의 활동 기간은 몇 년 되지 않는다. 특히 앨범 활동의 경우 1953년 6월부터 1956년 6월까지 딱 3년간만 활동했다. 하지만 그 짧은 사이에 그는 많은 녹음을 남겼고, 그의 사후에 발매된 앨범까지 합치면 30장이 넘는 녹음을 했다. 특히 드럼 연주자 맥스 로치와 함께 이끌었던 퀸텟은 당시 동료 연주자나 후배 연주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All the Things You Are>는 1939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Very Warm for May》를 위해 제롬 컨(Jerome Kern)이 작곡했다. 이 곡은 수많은 재즈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준 명곡이다(https://youtu.be/0Q8_X8dDYTI?si=rAb-mn9DtNLHbcLs).


Clifford Brown - All the things you are

https://youtu.be/TjHLnQdYIK8?si=XQSThbu96JpYwDj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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