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장 열린 마음으로]
人之生也 柔弱 其死也 堅强 (인지생야 유약 기사야 견강)
萬物草木之生也 柔脆 其死也 枯槁 (만물초목지생야 유취 기사야 고고)
故堅强者 死之徒 柔弱者 生之徒 (고견강자 사지도 유약자 생지도)
是以兵强則不勝 木强則折 堅强處下 柔弱處上 (시이병강즉불승 목강즉절 강대처하 유약처상)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이고(柔弱者 生之徒), 단단하고 강한 것은 죽음이다(故堅强者 死之徒). 나무가 강하면 꺾이고 만다(木强則折). 노자는 부드러움을 강조해왔다. 부드러움은 마음이나 생각의 유연함이다. 유연한 생각일수록 열린 태도일 것이다. 나이를 먹은 꼰대들은 사고의 유연함이 없다. 노자는 유연하고 부드러운 것이 삶과 생명력을 상징한다고 보았다. 즉, 고집스러움이나 완고함보다는 유연하고 적응하는 마음가짐이 더 오래 지속되고, 더 많은 성취를 가능하게 한다는 뜻이다. 강하고 강압적인 태도는 오히려 사람들에게 반발심을 일으키게 한다. 사람과의 관계 또한 그러하다. 유연한 사고는 생각이 열려있어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 다양한 관점, 변화하는 상황들에 귀 기울여야 한다. 예술가의 사고는 특히 열린 사고를 해야 할 것이다.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다른 의견과 시각을 존중해야 한다. 핀란드의 교육 방식은 열린 사고의 교육방식이다. 성적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의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바뀌었는데, 주입식 교육의 기존 방식이 아니라, 열린 사고의 방식이 교육의 질을 높일 것이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사고의 경직성이다. 아마도 자신이 가졌던 생각들이 굳어져서, 더 이상 창의적으로 생각하지 못함이다. 사고의 경직성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는 기호학자이면서 소설가로도 유명하다. 그의 소설 <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등은 잘 알려져 있다. 모든 에코 소설을 관통하는 하나의 특징은 진실과 허구 사이의 줄타기다. <일반 기호학 이론>(1975), <기호학과 언어철학>(1984), <언어와 광기>(1998) 등 많은 이론서들과 함께 초기의 <열린 작품(Opera aperta)>(1962)은 현대음악과 상징주의적인 시, 프란츠 카프카와 제임스 조이스 등의 문학이 근본적인 모호함을 가지고 있어서, 해석하고 창조하는 과정에 독자나 청중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유도한다는 내용을 시사한다. 4장에서는 시각예술로서 현대미술을 논하고 있다. 에코는 예술작품의 의미를 하나로 고정시킬 수 없고, 애매성과 다의성을 갖는다고 말한다. 예술작품은 시대에 따라서 문화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속성의 가치 대신 불연속성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하는 오늘날의 문화에 부합하는 것이 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개연성, 예측불가능으로 새롭게 문제를 제기하는 열린 상황을 제시한다. <열린 예술작품>에서 던진 요구, 그 질문은 상투적인 지배 논리를 깨고, 새로운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과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가 세계 사진계에 주목을 받은 것은 1958년 ‘미국인들(The Americans)’라는 사진집을 출간하면서이다. 구겐하임기금을 받아 2년에 걸쳐 미국 전역을 돌며 수천장의 사진을 찍었고, 그 가운데 83장을 뽑아 책으로 엮었다. 이방인으로서 그가 미국을 좀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을까. 그의 사진들은 사진적으로 볼 때는 노출 부족으로 피사체가 흔들렸거나, 수직수평이 기울어진 구도가 무너진 사진들로 파격적이다. 못 찍은 사진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의 사진은 어떻게 현대 사진의 흐름을 돌려놓게 되었을까. 아마도 열린 구도이다. 사진을 보는 기준 자체를 작가의 표현하고자 하는 관점으로 되돌려놓았다. 프랭크의 사진은 호불호(好不好)가 분분(분열, divisive)하다.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은 “폭탄이 터진 것 같은 충격”이라고 호평한 반면, 미국 사람들에 대한 일종의 극단적인 왜곡이며 편견이라는 의견으로 대립한다. 그의 사진이 그만큼 달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의식구조는 전통적인 합리주의의 궤도를 벗어난 자의식의 갈등과 괴리의 그림자가 짙게 깔린 복합적인 것이다. 기존의 관점, 원근법의 고정된 시점, 사고방식에 대한 깨기에서 나온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음악이 재즈가 아닐까 싶다.
이반 린스(Ivan Lins)는 브라질의 싱어송라이터이다. 보사노바를 만든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계보를 잇는 뮤지션이다. 화학연구원으로 제약회사에 다니던 중 평소에 독학으로 공부하고 작곡한 음악들이 인기를 끌면서 30대 중반에 내성적인 성격을 극복하고 본격적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Acaso>는 2001년 발표한 곡인데, 국내 대표적인 보사노바 뮤지션 나희경과 함께 불렀다(https://youtu.be/HChPryZj3W8?si=ND-evrUotqv3plz4). 그의 대표곡 <Abre Alas>는 카니발의 오프닝 퍼레이드 차량을 의미로, 길을 내 달라는 의미로 쓰인다고 한다(https://youtu.be/OwtnVuAR6bc?si=y77iw1bQPdYFBuT8).
Ivan Lins – Acaso
https://youtu.be/qN633z8nYt4?si=HM19sSv5LwIHX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