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가 재즈를 만나다

[78장 비판을 받아들여야 한다]

by 노용헌

天下柔弱莫過乎水 而攻堅强者 莫之能勝 以其無以易之 (천하막유약어수 이공견강자 막지능승 이기무이역지)

弱之勝强 柔之勝剛 天下莫不知 莫能行 (약지승강 유지승강 천하막부지 막능행)

是以聖人云 受國之垢 是謂社稷主 受國不祥 是謂天下王 (시이성인운 수국지구 시위사직주 수국불상 시위천하왕)

正言若反 (정언약반)

도덕경 78장은 부드러움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한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弱之勝强), 부드러운 것이 단단한 것을 이기는 것(柔之勝剛)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天下莫不知). 부드럽게 말해야 그의 비판을 듣게 될 것이다. 비판은 비난이 아니다. 비판과 비난의 경계를 구분하고, 실천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부드러움이 강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주관적 감정이 더욱 실린 비난은 분노에 가깝다. 결국, 바른 말(비판)이 비난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바른말은 거꾸로 들리는 법이다(正言若反). 충언(忠言)을 해도 들을 귀가 없으면 듣지 않는다.

필립 뒤바(Philip Dubois)는 그의 저서 <사진적 행위(l'acte photographique)>를 통해서, ‘사진이 무엇을 재현하고 있고, 어떻게 지각되는가?’를 질문하고 있다. 그는 기호학의 개념에서 지표이미지로서의 기호(index)로 사진을 해석한다. 기호학적인 해석은 약간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사실 전위예술이나 참여예술에서는 적용하기에 무리가 따른다. 사진 자체만이 남겨진 것에는 사진가의 행위라는 것은 고정된 것으로서 남기 때문이다. 해석은 고정되지 않는다. 행위 또한 중단된 것이 아니다. 기록은 과연 유물로서 남겨지는 것인가? 여전히 사진에는 모호함과 애매함이 남아 있다. 필립 뒤바는 사진이 ‘현실의 거울’로 간주되거나, 현실의 거울이 가지는 착각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온 ‘현실의 변형’, 혹은 ‘코드와 해체의 담화’라는 이 두 가지 담론에 거리를 두었고, ‘인데스(index)와 참조(Reference)의 담론’을 강조한다. 사실 이 말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 지 해석하기 쉽지 않다. 쉽게 말하자면 사진은 대상을 지시하고 있다(지시성)는 말일 것이다. 예술의 중요한 점은 다의성(多意性))을 가진 데에 있다고 본다. 많은 의미들을 은유와 상징으로 함의(含意)하고 있다.

“사진은 설명하지 않고, 해석하지 않고, 주석을 달지 않는다. 사진은 말이 없고, 숨김이 없으며, 단조롭고, 꾸밈이 없다.”

-필립 뒤바-


고든 파크스(Gordon Parks)는 사진가, 음악가, 배우, 시인, 소설가, 언론인, 영화감독이다. 라이프(Life) 잡지의 첫 번째 흑인 사진가였다. 그는 사회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미국의 <민권 운동(Civil rights movements)>에도 참여했다. 1942년에 촬영된 사진 "아메리칸 고딕(American Gothic)"은 강렬한 이미지이다. 이 흑백 사진은 한 손에는 빗자루를, 다른 한 손에는 대걸레를 들고 미국 국기 앞에 서 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을 촬영했다. 단추 달린 칼라가 달린 물방울 무늬 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녀의 표정은 진지하고 침착하며, 그녀가 들고 있는 천박한 도구에도 불구하고 위엄을 전달하는데, 이는 그녀가 청소부나 가사 노동자일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한다. 그의 사진은 당시 미국의 사회 및 인종 풍경에 대한 신랄한 논평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직면한 불평등과 도전을 비판한다. 성조기를 배경으로 아메리칸 드림의 이상과 주체의 사회적 지위가 현실적으로 나란히 놓이면서 국가 정체성과 미국 내 소외된 집단의 생생한 경험 사이의 아이러니와 긴장을 강조한다. 그는 사진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세상을 바꾸려고 끊임없이 시도했다.

“사진은 차별과 싸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무기다.”

-고든 파크스-

1989년에 기타 연주자 짐 홀(Jim Hall)은 힐버섬(Hilversum)에 있는 작은 아늑한 라디오 스튜디오의 게스트였다. 그는 자신의 작곡 "Careful"을 연주했다. 이 걸작에서 그는 기타를 미니어처 오케스트라(miniature orchestra)로 사용했다. 겸손한 거장은 한때 이렇게 말했다. “10분 정도 지나면 솔로 연주가 지루해집니다. 세고비아가 지루해지기도 했어요. 그래서 저와 청취자들에게 흥미를 유지하기 위해 듀크 엘링턴처럼 오케스트라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죠.” 그의 성찰, 서정성, 즉흥성, 자발성(自發性)은 그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Carefully"는 까다로운 곡으로 기타리스트가 수십 년 동안 여러 번 녹음한 곡이다. 저명한 피터 번스타인(Peter Bernstein)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16마디 블루스인데, 조심하지 않으면 12마디 블루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Jim Hall - Careful (live in 1989)

https://youtu.be/5PzshdVRavk?si=HbTXWjlUH99QSK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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