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도처에서 손톱으로 건드리면 그냥 부서질 듯한 얇은 햇빛의 막이 만물을 영원한 미소로 옷을 입힌다. 나는 누구인가. 이 나뭇잎들과 햇빛의 유희 속으로 빠져드는 것 밖에 달리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내 담배가 타들어 가고 있는 이 햇살, 대기 속에 숨 쉬고 있는 이 부드러움, 이 은근한 열정, 그 자체가 되는 것, 내가 나 자신에 닿을 수 있다면 그것은 필시 이 빛의 저 한가운데서일 터이다.
이 세계의 비밀을 열어 보이는 이 미묘한 맛을 이해하고 음미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이 세상의 저 밑바닥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나 자신, 다시 말해서 나를 무대장치로부터 해방시켜주는 이 극도의 감동, 잠시 후면 또 다른 사물들, 또 다른 사람들이 나를 휘어잡겠지. 그러나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책갈피에 꽃잎을 끼워두듯이 나로 하여금 시간의 천에서 이 순간을 오려 낼 수 있게 하라.
다른 사람들은 사랑이 마음을 스치고 지나가던 어느 날의 산책길을 그 꽃잎 속에 간직해둔다. 그리하여 나 또한 산책을 한다. 그러나 나를 쓰다듬은 것은 어떤 신神이다. 진종일 나는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나더러 매우 활동적이란다. 오늘은 잠시 발길을 멈춘 정지다. 그리하여 내 가슴은 나를 만나러 간다,
아직도 어떤 불안이 나를 사로잡는 것은 이 잡을 길 없는 무형의 순간이 수은 방울들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있고자 하는 이들을 가만 놓아두라. 나는 나 자신이 태어나는 것을 보고 있기에 이젠 더 이상 불평이 없다. 나는 이 세계 속에서 행복하다. 나의 왕국은 이 시계의 것이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구름, 사라져 가는 순간, 나 자신으로부터의 나의 죽음, 책을 펼치면 좋아하는 한 페이지가 나타난다. 그러나 오늘 이 세계라는 책에 비긴다면 그 페이지는 얼마나 김이 빠진 것인가.
내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 아닌가. 그 고통은 곧 이 태양이요 이 그림자들이요. 이 열기요. 저기 아주 멀리, 대기 깊숙한 데서 느껴지는 쌀쌀한 기운이니 그 고통이 나를 도취시키게 하라. 하늘이 그 충만함을 쏟아 붓고 있는 이 창에 모든 것이 다 쓰여 있는데, 무엇인가가 죽는가, 인간들이 고통스러워하는가 하고 자문해서 무엇 하리.
중요한 것은 인간적인 것이 되는 것, 단순해지는 것이라고 나는 말할 수 있고, 또 잠시 후에 말하리라.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진실해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것이 거기에 쓰여 진다. 인간성도 진실도 그런데 내가 이 세계일 때보다도 내가 더 진정하고 더 투명해지는 때란 언제일까?“
알베르 카뮈의 <작가수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