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루이스 베이어드의 <페일 블루 아이>

영화 <페일 블루 아이> 2022년

by 노용헌

은퇴한 형사 거스 랜도가 미국 육군사관학교 교장 세이어의 은밀한 초대를 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생도 하나가 목을 맨 채 발견되었는데, 그것이 자살인지 타살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데다가 시신마저 훼손되었다. 심장이 사라진 것이다. 교장은 이 소문이 외부로 유출되기 전에 랜도가 비밀리에 수사해주기를 부탁한다.


<페일 블루 아이>(The Pale Blue Eye)는 2022년 개봉한 미국의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이다. 스콧 쿠퍼가 감독과 각본을 맡았으며, 루이스 베이어드의 동명 소설이 영화의 원작이다.

페일 블루 아이 01.jpg

나는 똑같은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래그래. 자네 말이 맞을지 모르지.” 그럴수록 그는 점점 더 열을 냈다. 내게 경험을 통한 확증을 보류한 채 의문을 회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물었다. “그런 확증이 없는데 ‘자네 말이 맞을지 모른다’는 것 말고 내가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이렇게 계속 제자리를 맴돌던 어느 날 그가 말했다. “랜도 씨, 선생님의 영혼이 몸을 돌리고 가장 실증적인 방식으로 선생님을 마주할 때가 올 겁니다. 선생님을 떠나는 바로 그 순간에요. 그때 그걸 붙잡으려 하겠지만 소용없을 거예요! 지금 보세요. 독수리 날개를 펼치고 아시아의 둥지로 날아가고 있잖아요.”

뭐, 그는 그런 식으로 상상력이 풍부했다. 말하자면 기상천외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항상 형이상학보다 사실을 선호한다. 적절하고 냉철하며 담백한 사실, 하루치 양식. 따라서 사실과 추론이 이 이야기의 근간을 이룰 것이다. 그것들이 내 삶의 근간을 이루었듯이.

은퇴하고 꼬박 1년이 지난 어느 날 밤. 딸아이가 내 잠꼬대를 듣고 방으로 들어와 보니 내가 죽은 지 20년이 지난 용의자를 심문하고 있더라고 했다. 앞뒤가 안 맞잖소. 나는 계속 같은 말을 반복했다. 피어스 씨가 보기에도 그렇잖소. 그는 아내의 시신을 토막 내어 배터리 창고를 지키는 경비견들에게 먹인 자였다. 내 꿈속에서 그의 눈은 수치심으로 벌겠다. 내 시간을 잡아먹고 있다는 데 몹시 미안해했다. 나는 그에게 이렇게 얘기한 기억이 난다. 당신이 아니면 누가 그랬단 말이오. (P16-17)

페일 블루 아이 26.jpg

“자네,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했나?

“아닙니다.”

“아, 그럼 여기까지 힘들게 왔겠구먼. 진급을 거듭해 가며.”

“맞습니다.”

“나는 대학을 가지 않았다네. 딱히 목회의 소명을 받은 것도 아닌데 학교를 더 다녀 봤자 무슨 소용이냐, 그게 우리 아버지의 사고방식이었거든. 요즘 아버지들의 사고방식이기도 하지만.”

“그렇군요.”

알아 두면 좋은 것이, 심문의 원칙은 일반적인 대화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대화에서는 얘기를 하는 쪽이 아니라 얘기를 하지 않는 쪽이 주도권을 잡는다. 하지만 나는 그때 흐름을 바꿀 능력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마차 바퀴를 발로 한 번 찼다.

“사람 하나 데리러 오는데 아주 근사한 걸 몰고 왔군그래.”

“이것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 댁에 말이 있을지 없을지도 알 수 없었고요.”

“내가 안 가겠다면 어쩔 건가, 소위?”

“가시건 안 가시건 그건 선생님께서 결정하실 일입니다. 선생님은 일반 시민이고 여긴 자유로운 나라니까요.”

자유로운 나라. 그는 그렇게 말했다. (P24)

페일 블루 아이 02.jpg

하지만 그의 가슴이 완전히 뻥 뚫리지는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민둥민둥한 가슴의 거죽은 돌돌 말려 젖혀졌고, 뼈는 끝이 부스러졌고, 안쪽 깊숙한 곳에서는 끈적끈적한 뭔가가 포개져 비밀을 덮고 있었다. 쪼그라든 폐와 끈 모양의 횡경막과 짙고 따뜻한 갈색의 불룩한 간이 보였다. 그 밖의...... 모든 것이 보였다. 거기 없는 기관. 가장 선명하게 눈에 띄는, 그 사라진 기관만 보이지 않았다.

고백하기 민망하지만 나는 이 순간 어떤 결론에 휩싸였다. 평소 같으면 이런 얘기까지 시시콜콜 늘어놓지 않겠지만 내가 보기에 리로이 프라이에게 남은 것은 물음표 하나밖에 없는 듯했다. 뒤틀린 팔과 다리, 온통 시퍼렇게 변한, 핏기 없이 민둥민둥한 살가죽이 던지는 질문.

누구일까?

그리고 내 안의 두근거림이 말해 주듯이 나는 그 질문의 해답을 찾아야 했다. 내 신변이 위험해지든 말든 누가 리로이 프라이의 심장을 가져갔는지 알아내야 했다. (P47)


일단 그는 나이가 너무 많았다. 적어도 다른 동급생들과 비교하면 그랬다. 생도들은 턱에 아직 여드름이 만발했고, 손은 큼지막하고 가슴은 움츠렸고, 교사의 회초리 소리가 계속 귓가에서 맴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툭하면 깜짝깜짝 놀랐다. 그런데 이 생도는 달랐다. 여드름은 이미 흉터로 바뀌었고 요양 중인 장교처럼 자세가 꼿꼿했다.

“만나서 반갑네. 포 군.”

우스꽝스러운 가죽 모자 밖으로 검은 머리 두 가닥이 삐져나와 눈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적갈색이 섞인 회색 눈은 얼굴에 비해 너무 컸다. 치아는 그와 반대로, 야만족 족장이 거는 목걸이에서 볼 수 있음 직하게 작고 정교했다. 나뭇가지처럼 비쩍 마른 그에게 잘 어울리는 섬세한 치아였다. 전체적으로 가냘픈 그의 체형 중에 이마만 예외라 모자로도 가려지지 않았다. 핏기 없이 큼지막한 이마가 아나콘다의 목에 걸려서 내려가지 않는 먹이처럼 모자 밖으로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그가 말했다.

“선생님, 제가 알고 있는 게 맞는다면리로이 프라이를 둘러싼 의문의 사건을 해결하는 일을 맡고 계시죠?”

“그렇네만.” (P94)

페일 블루 아이 03.jpg

그는 음울하게 웃으며 의자에 다시 몸을 기댔다.

“다른 말로 하자면 시.”

그는 내가 입가를 오므리는 것을 보았는지 문득 자신 없어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또다시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자신의 관자놀이를 때렸다.

“미처 말씀을 드리지 못했네요, 랜도 씨! 제가 시인입니다. 그렇다보니 시인처럼 생각하는 성향이 있죠.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됩니다.”

“그것 역시 병증인가. 포 군?”

“네, 제 시신을 과학계에 기증해야 할까 봅니다.”

그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말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그가 카드게임의 고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허세를 끝까지 밀고 나갈 줄 아니 말이다.

“나는 시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 말일세.”

“당연하죠. 선생님은 미국 분이시잖습니까.”

“그럼 자네는 어느 나라 사람인가, 포 군?”

“저는 예술가죠. 그러니까 무국적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는 그 표현이 마음에 드는지 스페인 금화처럼 허공에서 빙글빙글 맴돌게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자, 아무튼. 고맙네. 포 군. 도움이 많이 됐어.” (P108)

페일 블루 아이 04.jpg

나는 한 남자의 비밀을 파헤치려면 학교 여선생님 앞에서 오줌을 쌌던 여섯 살 때로, 아니면 자신의 은밀한 부위에 맨 처음 손이 닿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치욕을 향해 우리를 몰고 간 사소한 치욕의 현장으로 말이다.

어쨌거나 사관학교에 다닌 친구들이 리로이 프라이에 대해 동의한 딱 한 가지를 꼽자면, 그는 옆에서 말을 시키지 않으면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 만큼 말수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프라이가 ‘질이 안 좋은 무리’와 어울렸다가 나중에는 종교에서 위안을 얻었던 것에 대해 러프버러가 뭐라고 했는지 포에게 알려 주었고, 10월 25일 밤에 그가 어떤 종류의 위안을 찾아 나섰을지 각자 자문해 보았다.

그러고 나서 우리의 대화는 이런저런 잡다한 것으로 화제가 바뀌었는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독자 여러분에게 알려 줄 수 없는 것이, 오후 2시쯤에 내가 잠이 들고 말았다. 정말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말을 하고 있었는데--정신이 조금 몽롱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말을 하고 있었다-- 다음 순간에 정신을 차려 보니 내가 어두컴컴한 방 안에 있었다.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공간이었다. 박쥐인지 새인지가 커튼 뒤에서 퍼드덕거렸다. 어떤 여자의 속치마가 내 팔을 쓸고 지나갔다. 손마디로 느껴지는 공기가 몹시 차가웠고, 뭔가가 콧구멍을 간질였고, 천장에 매달린 덩굴이 흔들거리며 내 정수리의 벗어진 부분을 스치고 지나가자 손가락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숨을 벌컥 마시며 눈을 떠 보니..... 그가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1학년 생도 포가 내 앞에 대령해 있었다. (P166)


아, 소매 깁고 있었어요. 아니면, 이모한테 편지 쓰고 있었어요. 아니면, 포프 씨가 예전에 쓴 글을 보면서 웃고 있었어요. 내 시선은 딸아이에게 한번 꽂히면 떠날 줄 몰랐다.

보고 있으면 있을수록 내가 벌써부터 그 아이를 잃어 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억장이 무너졌다. 나는 악을 쓰며 울어 대던 핏덩이를 맨 처음 품에 안았던 그날부터 그 아이를 잃어 가고 있었고, 결국에는 그 아이를 잃지 않도록 막을 방법이 없었다. 사랑으로도 못 막았다. 어떤 것으로도 되지 않았다. 나는 패치에게 말했다.

“내가 지금 보고 싶은 건 헤이거뿐이에요. 아, 내 커피에는 크림을 살짝 넣어도 돼요.”

그녀는 무슨 증서를 검토하는 사람처럼 나를 아주 골똘히 쳐다 봤다.

“거스, 당신은 커피에 크림 넣지 않잖아요.” (P180)

페일 블루 아이 05.jpg

나는 히치콕과의 면담이 끝나면 항상 습관적으로 사관학교 병원에 안치된 리로이 프라이의 시신을 찾아갔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내 비위를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왜냐하면 마퀴스 선생이 이 무렵 햄과 소시지의 방부제로 쓰이는 질산칼륨을 시신에 주입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분명했다. 시신이 날이 갈수록 퍼레졌고 고기 썩은 내가 코를 찔렀다. 그리고 파리가 탐욕스럽게 날개를 흔들며 온 사방을 날아다녔다.

하지만 그날 밤에 내가 꿈에서 본 리로이 프라이는 상태가 훨씬 괜찮았다. 올가미를 계속 목에 감고 있긴 했지만 가슴의 구멍은 사라졌고 생도들이 입는 회색이 아니라 장교들이 입는 파란색 제복을 입고 있었다. 한 손에는 숯덩이를, 다른 손에는 눈이 파란 새들이 담긴 새장을 들었고 말을 할 때마다 그 새들 소리를 냈다. “나는 얘기하지 않겠어요.” 그 새들은 이 말을 외치고 또 외쳤다. 그리고 뒤편 어딘가에서 다른 소리가 들렸다. 여자가 제일 높은 음역대의 고음을 내는 쉰 목소리로 부르는 노랫소리였다. 그 사이로 웨스트포인트의 드럼 연주가 박자에 맞춰 계속 이어졌고 눈을 떠 보니 드럼은 내 가슴속에서 쿵쾅거렸고, 꿈의 잔상은 어둠 속에 반쯤 남아 있었다.

뭐, 상상일 뿐 그 이상은 아니었다. 내가 이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오로지 숙면을 가로막는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보여 주기 위해서다. 그 당시에는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고 금세 깼고, 지금까지도 웨스트포인트에서 보낸 시간은 모두 하나의 연속된 과정이 아니었을까 싶을 때가 있다. 막간 없이 꿈이 깸으로, 깸이 꿈으로, 그리고 종점이 없었다. 아직은. (P214~215)

페일 블루 아이 06.jpg

“아티머스라.”

그녀는 중얼거렸다.

“그 친구를 알아요?”

“아, 그럼요. 얼굴에서 빛이 나잖아요. 요절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에요, 안 그래요? 단 하루라도 더는 나이를 먹지 않길 바라게 되잖아요.”

“아직 그 친구하고는......”

그녀는 나를 째려보았다.

“자기 스스로 민망해질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겠죠, 거스?”

“아니에요.”

그녀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 나라면 그 아이를 폭력적인 부류로 분류하지 않았을 거예요. 늘 엄청 침착해 보이거든요.”

“아, 글쎄요. 그 아이가 우리가 찾는 사람은 아닐 거예요. 그냥...... 어떤 특징이 있다는 거지. 그 가족 모두에게.”

“무슨 말인지 설명해 봐요.”

“어제 그 아이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아주 사적인 대화를 나누던 도중에 나를 맞닥뜨렸거든요. 그랬더니, 아, 유치한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무슨 죄를 지은 사람처럼 굴더라고요.”

“모든 집마다 죄가 있죠.”

그 순간 내 아버지가 생각났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아버지가 주기적으로 나를 때릴 때 썼던 회초리가 생각났다. 한 번에 다섯 대를 넘은 적은 없었다. 그 이상 때릴 필요가 없었다. 그 소리면 충분했다. 실제 매질보다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더 충격적이었다. 이날까지도 그 기억을 떠올리면 진땀이 나기도 한다. (P265~266)

페일 블루 아이 08.jpg

“밸린저는 그 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 있건 그것이 공개되길 바라는 겁니다. 언젠가는. 누군가에 의해.”

“그 말인즉?”

“그 말인즉 그에게도 양심이 있을지 모른다는 거죠.”

히치콕은 콧방귀를 뀌었고, 내가 뭐라고 그 젊은 친구를 변호하겠는가? 나는 그를 잘 알지 못했고, 알고 있는 몇 개 안 되는 정보도 그에게 불리했다. 하지만 나는 누구나 내면에는 가장 추악한 귀퉁이일망정 남들에게 드러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고서야-나만 해도 그렇다-종이에 굳이 기록을 남기는 이유가 어디 있을까?

6월 16일. 오늘부터 엄청난 모험이 시작된다.

리로이가 쓴 일기장의 첫 구절이다. 모험이 맞긴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적어도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저 고역이었다. 나는 한 손에는 펜을 다른 손에는 돋보기를 들고, 왼쪽에는 일기를 오른쪽에는 옮겨 적을 공책을 두고, 점점 짧아져가는 초의 불에 비춰 가며 꾸준히 해독해 나갔다. 글자들이 위아래로 앞뒤로 떼를 지어 나를 덮쳤다. 어쩌다 한 번씩은 고개를 들어서 눈을 깜빡이거나 아예 감고 있어야 했다. (P323)


진작 알아차렸어야 하는 건데. 번뜩이는 그의 눈빛을 보고 알아차렸어야 하는 건데.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종이를 받아 들었고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안에 적힌 글을 읽었다.

그 꿈의 그늘이 진 강둑의 그림자 안에서

나는 밤의 염증 나는 숄 아래에서 떨었도다,

“리어노어, 어찌하여 그대가 이곳에 왔는가.

이 황량하고 영문 모를 여울에

이 눅눅하고 마땅치 않은 여울에.”

“제가 감히 대답하리이까?” 그녀는 두려움으로 떨며 외쳤도다.

“제가 감히 지옥의 끔찍한 대가를 속삭이리이까?

새날이 밝을 때마다 그 기억은 더 음울해져

내 영혼을 능욕한 악마들의 기억

내 영혼을 유린한 악령들의 기억.“

이 단어들이 등불 아래에서 빙글빙글 돌아갔고, 나는 뭐라고 답을 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몇 번이고 머릿속을 헤집었지만 번번이 빈손이었다. 결국 나는 이렇게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P345)

페일 블루 아이 09.jpg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있어요! 선생님의 영혼. 선생님의 혼은 존재한다고요. 쓰지 않아서 조금 녹이 슬었겠지만 그래도..... 보여요. 랜도 씨, 느껴집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어느 날 그 영혼이 들고일어나 나를 정면으로 들이받으면 그제야 내 실수를 깨닫겠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될 거라고 경고했다.

그는 그런 식으로 몇 시간을 아무 소용없이 떠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위스키 때문에 혀가 제법 꼬였다. 나는 시원하면서도 화끈한 술기운에 젖어 가끔은 모든 걸 잊고 조금 안도하며 포의 잡다한 얘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아름다운 것과 참된 것. 범주를 초월한 혼종. 생피에르의 <자연 탐구>. 이제 와 떠올리면 머리가 지끈거리지만 그 당시에는 모두 산들바람처럼 내 머리칼을 스치고 치나갔다.

계기는 뭐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느 시점부터 우리 사이에 변화가 생겼다. 격식이 사라지고 좀 더 편안한 사이가 되었다. 우리는 마치 바로 옆방에 세 들어 사는 두 명의 나이 많은 독신남 같았다. 남은 가산으로 지내며 이런저런 것들을 두고 끝없이 사색하는, 천진한 미치광이. 나는 이런 사람을 책 속에서만 접했기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포와 내가 어떤 책을 쓰고 있는 건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계속 이어질까? 어느 시점에 다다르면 사관학교에서 개입하지 않았을까? 포가 남쪽 막사로 살금살금 귀대하다가 상관들에게 들통날수도 있지 않을까? 밸린저에게 당했던 것처럼 그들이 친 덫에 걸려들 수 있지 않을까? 최소한 심문이라도 당하지 않을까? (P377~378)

페일 블루 아이 11.jpg

“랜도 씨.”

“음?”

“따님이 돌아오면요? 당장 내일에요. 그러면 어떻게 하실래요?”

“왔냐고 하겠지.”

“아니,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지 마세요. 그러기에는 너무 멀리 왔으니까. 용서하시겠어요? 그 자리에서 당장?”

“돌아와 주기만 한다면 그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지. 나는..... 그럼.....”

그는 무신경하게 거기서 더 캐묻지 않았다. 밤이 한참 깊어진 다음에서야 다시 그 얘기를 꺼내며 외경심에 숨죽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따님은 돌아올 거예요. 저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종의… 자기장 같은 걸 만든다고 믿거든요. 그러니까 그들이 아무리 멀리 떠났더라도, 우리의 인력을 아무리 거부하더라도 결국에는 우리 곁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어요. 어쩔 수 없이, 달이 지구의 궤도를 돌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나는 “고맙네. 포 군”이라고 말했다. 그것 말고는 생각나는 말이 없었다. (P381-382)


“나는 근사한 레몬나무로 만족하겠네.”

그는 이제 방 안을 성큼성큼 걸으며 자신의 상상을 구체화하려고 했다.

“리와 저는 결혼을 할 겁니다. 안 될 것도 없지 않겠습니까? 근사하게 퇴락해 가는 포부르생제르맹의 그런 집들 비슷한, 오래된 저택을 하나 찾아서 다 같이 살아요. 이렇게 덧문을 닫아 놓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끝없이 대화를 나누면서. 밤의 피조물이 되는 겨죠!”

“어째 암울하게 들리는군.”

“아, 그래도 범죄는 여전할 테니 걱정할 것 없습니다. 베네치아에는 범죄가 차고 넘치는데, 그마저도 시적이고 열정적이죠! 미국 범죄는 모두 해부학인데.”

그는 단호하게 손을 모았다.

“네, 여길 떠나야겠어요.”

“뭐 하나 깜빡한 거 없나? 우리가 맡은 이 일 말이지.”

우리가 아무리 외면하려고 애를 써도 이 사관학교 일은 계속 끼어들 것이었다. 사실 포는 수사라는 훼방꾼을 나보다 더 환영했다. 나는 그가 내게 밸린저의 시신을 보았느냐고 물으며 화사함을 넘어 거의 탐욕에 가까운 눈빛을 띠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는 시신이 어때 보였는지 무척 궁금해했다. (P384)

페일 블루 아이 12.jpg

“아, ‘전달자’라고? 내가 뭐 하나 알려 줘도 되겠나, 포? 이 시를 쓴 사람은 자네야. 자네 어머니가 아니라, 어떤 초자연적인 저자가 아니라 자네라고.”

나는 으르렁거렸고, 그는 팔짱을 끼고 흔들의자에 털썩 앉았다.

“자네의 그 엄정한 분석력을 동원해 보게. 자네는 밤낮으로 리 생각뿐이지. 두 사람의 역사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자네게는 그녀의 안위를 걱정할 이유가 있어. 거기에 대한 공포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네가 가장 좋아하는 표현 방식 속으로 스며든 거야. 시 속으로 말일세. 그걸 다르게 포장하려는 이유가 뭔가?”

“그럼 제가 아무 때나 시상을 소환할 수 없는 이유가 뭡니까? 바로 지금 여기서 네 번째 연을 쓸 수 없는 이유가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자네 같은 이들에게는 뮤즈가 있는 걸로 아네만. 뮤즈가 원래 변덕스럽다고 하더군.”

그는 고개를 움찔움찔 돌리며 말했다.

“아, 랜도 씨. 제가 뮤즈를 믿을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아시잖습니까.”

“그럼 자네는 뭘 믿나?”

“제가 이 시를 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요.”

이로써 우리는 교착상태에 돌입했다. 그는 바위처럼 단단하게 그 자리에 앉아 있었고, 나는 내 얼굴 위에서 너울대는 빛과 그림자를 느끼고 왜 빛이 그림자보다 따뜻하지 않은지 궁금해하며 방 안을 빙글빙글 돌았다. 하지만 사실 결론을 내린 참이었다. (P441)

페일 블루 아이 13.jpg

“망할 노릇이지만 선생님을 잃으면 모든 걸 잃을 수도 있겠더군요.”

“글쎄. 그래도 살아가야 할 이유가 많이 남을 텐데? 자네를 추종하는 사람들도 많고.”

“하지만 선생님만큼 저에게 잘해 준 사람은 없었죠. 아뇨, 진짜 그렇습니다! 선생님처럼 유명하고 능력도 있는 분이 제가 온갖 주제로 몇 시간씩 떠들어대도 가만히 들어 주셨잖습니까! 제가 가슴과 머리와 영혼으로부터 한 톨도 남김없이 쏟아 낸 얘기를 선생님은.....”

그는 두 손을 컵처럼 동그랗게 모아 쥐었다.

“안전하게 보관해 주셨고요. 선생님은 그 어떤 아버지보다 다정했고 저를 남자로 대해 주셨죠. 그건 절대 잊지 못할 겁니다.”

그는 무릎을 마지막으로 한 번 감싸고는 벌떡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감상적인 멘트는 이쯤에서 접겠습니다. 선생님이 그런 걸 좋아하시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요. 딱 하나만 맹세하겠습니다. 다시는 질투나 자존심으로 선생님과의 우정에 금이 가게 하지 않겠다고요. 정말 소중한 선물이거든요. 이 지긋지긋한 곳으로 온 뒤에 리의 사랑 다음으로 값진 선물이었죠.”

이것이 바로 친절을 베푼 대가로군. 나는 생각했다. 나에게서 그를 떼어 내려면 그의 어머니가 쓴 시를 비평하는 것보다 훨씬 못된 짓을 저질러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을 찾아야 했다.

그날 밤. 그가 객실을 나서기 전에 내가 말했다.

“하나 더 궁금한 게 있는데. 포.”

“네?”

“내가 마퀴스 선생과 2층에 있는 동안 아티머스가 응접실에서 나간 적이 있었나?”

그는 느릿느릿 대답했다.

“네, 어머니가 괜찮으신지 확인하겠다고요.”

“얼마나 나가 있었나?”

“몇 분밖에 안 됐습니다. 선생님이 그를 보지 못하셨다니 의외네요.”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을 때 전과 달라 보이던가?”

“네, 조금 흥분한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에게 험한 소리를 들었다며 나가서 머리를 좀 식히고 왔다고 하더군요. 네, 맞아요. 다시 들어왔을 때 계속 이마에 묻은 눈을 닦고 있었어요.”

“그의 몸에 눈이 묻은 걸 자네가 봤나?”

“음, 뭔가를 닦고 있었는데. 그런데.... 그러게요. 신기하네요.....”

“뭐가?”

“신발에는 눈이 묻어 있지 않았거든요. 생각해 보니까 선생님이 응접실로 다시 내려오셨을 때하고 분위기가 비슷했습니다.” (P445~447)

페일 블루 아이 14.jpg

하지만 밤과는 전혀 다른 어둠이라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에서 다시 빠져나와 보니 내가 도로에 가로로 누워 있고 머리는 어디에 갇힌 파리처럼 사납게 윙윙거렸다. 멀리서 북쪽으로 달려가는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축하해. 나는 생각했다. 다시 한번 실패한 것을.

상대가 한 명뿐이라고 생각했다니 내 실수였다. 누군가가 처음부터 거기 있었다. 머리를 가격하는 데 재주가 있는 사람이.

나는 비틀비틀 베니의 술집으로 돌아가 헤이븐스 부인에게 머리를 보여 주고 나를 딱하게 여긴 친구들에게 술을 한 잔씩 얻어 마신 다음에서야 나도 모르는 새 내 외투 소매에 감겨 있던 그것을 발견했다. 내가 몸싸움에서 쟁취한 유일한 전리품. 빳빳하게 풀을 먹인 길쭉한 천이었다. 흙먼지와 나뭇가지로 더럽혀진 로만 칼라였다. (P460)

페일 블루 아이 15.jpg

어련하실까.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이건 마지막 리허설에 불과할테고.

“제가 아까 앨런 씨에게 말씀드리려고 했던 건 뭔가 하면, 댁의.... 댁의 에드거가 요즘 들어 힘든 일을 좀 겪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런 말씀을 꺼내기에 지금은 좀....”

그는 딱 잘라 말했다.

“지금이나 나중이나 매한가지죠. 그 아이의 응석은 받아 줄 만큼 받아 주었다고 봅니다. 남자가 되고 싶으면 어린애 같은 종속 관계는 버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어떤 사람이 말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 위로 그가 아닌 제삼자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그 제삼자가 아주 오래전에 이 사람을 상대로, 지금 이 사람이 하고 있는 말을 철퇴처럼 휘두른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때가. 그러면 이보다 더 정확하고 이보다 더 끔찍한 가족의 유산은 없겠다는 걸 깨닫게 되지만, 이 모든 걸 알면서도 여전히 그 말이 싫고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싫다.

그리고 그걸 깨닫는다는 것은 자유로워진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나는 이 장사꾼. 이 스코틀랜드 출신. 이 기독교도의 비위를 더는 맞춰 줄 필요가 없었다. 더는 그를 나보다 대단한 위인인 척 대접할 필요가 없었다. 나도 제대로 서서 그의 염소 같은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P535)


“풀려나다니 어디서요?”

“저주, 선물. 그 아이도 지긋지긋해하고 있어요. 이제는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가 다른 여자들처럼 살고 싶어 해요. 사랑을 나누면서.”

“인간의..... 장기를 바치면 그럴 수 있다는 겁니까?”

“나도 모릅니다! 리하고 아티머스에게 뭘 하는지 나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야. 그래야 내가 가만있을 수 있다고.”

그는 두 팔로 자기 몸을 감싸고 고개를 떨구었다. 인간의 약점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가끔 힘겨울 때도 있다. 내 경험상 대부분의 부패는 그것에서부터 비롯된다. 약점. 강점으로 그걸 감추려는 시도.

“문제는 선생님의 자녀들이 이 깜찍한 악마 사관학교에 다른 사람들을 계속 끌어들이고 있다는 겁니다.”

“아이들은 맹세했어요. 그 사건은 자기들이 저지른 짓이.....”

“프라이 얘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밸린저나 스토더드 얘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요. 아직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사람 얘기를 하는 거죠. 따님이 포 군과 약혼한 걸 모르시는 모양이로군요?”

그가 외쳤다.

“포 군이요?” (P563)

페일 블루 아이 23.jpg

온 사방으로 피가 졸졸 흘렀다. 다급해진 아티머스가 구멍에 꽂았던 손가락을 끄집어내자 뽁 하는 소리가 났고 그의 손에서 핏방울이 조그만 진주처럼 이리저리 흩뿌려졌다.

“혹시.....”

흐느낌이 터지는 바람에 그가 하려던 말이 끊겼다.

“혹시.... 묶을 만한 게..... 뭐라도 있으면.....”

포가 벌써부터 자기 셔츠를 찢고 있었다. 나도 똑같이 하고 있었고 마퀴스 부인은 입고 있던 가운을 찢어발기는 이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리는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다. 안에서 부글거리며 흘러나오는 피는 멈출 줄도 모르고 소진될 줄도 모르고 점점 늘어나기만 했다.

그때 뜻밖에도 그녀가 입을 벌렸다. 입을 벌려 또렷하게 세 마디를 내뱉었다.

사… 랑… 해.

우리 각자가 자신을 향해 한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으니 리 마퀴스가 어떤 여자였는지 알려 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하지만 그녀는 우리를 보고 있지 않았다. 마침내 탈출구를 찾았기에 떠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고, 그사이 그 옅은 눈은 점점 빛을 잃었다. (P597)

페일 블루 아이 19.jpg

나는 당장 그의 귀에 대고 으르렁거렸다.

“그래도 이것이 시의 가장 장엄한 주제라고 할 텐가?”

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딱딱거렸다.

“아리따운 여인의 죽음. 지금도 그것이 시의 가장 숭고한 주제라고 생각하느냔 말이지.”

“네.”

그는 이렇게 대답하고 내 어깨 위로 쓰러졌다.

“아, 선생님, 저는 계속 그녀를 놓칠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봅니다. 몇 번이고 자꾸만.”

나는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그의 갈비뼈가 박자에 맞춰서 부르르 떨리는 것은 느꼈다. 내가 손을 그의 목덜미에 얹고 몇 초.... 다시 또 몇 초 동안 잡아 주었지만 그는 눈물도 없이, 흐느낌도 없이 안에 있던 모든 것이 쏟아져 나올 때까지 울었다.

반면에 마퀴스 부인은 어느 누구보다 뛰어난 통제력을 발휘하며 침착하고 태평한 목소리로 그 공간을 울렸다.

“이런 식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는데, 이 아이는 결혼도 하고.... 엄마도 됐어야 했는데.”

아마 엄마였을 것이다. 그 단어가 그녀의 안에 있던 무언가를 솟구치게 했을 것이다. 그녀는 입을 틀어막으려고 했지만, 그 무언가가 손가락 사이로 터져 나왔다. 바로 울부짖음이었다.

“엄마도 됐어야 했는데! 나처럼!” (P598)


또 한 가지 내 눈에 띈 부분이 있었으니 권두에 실은 인용구였다. 라로슈푸코인가 뭔가 하는 사람이 말했다는 Tout le monde a raison이었다. 매티가 예전에 쓰던 프랑스어 사전을 찾느라 애를 먹었지만 해석 자체는 식은 죽 먹기였다.

모두에게 이유가 있다.

그렇게 근사한 문구는 처음이었다고 해야 할지, 그렇게 끔찍한 문구는 처음이었다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곱씹으면 씹을수록 나에게서 멀어진다. 하지만 그가 내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어도. (P655)

페일 블루 아이 21.jpg

시간은 우리 생각과 다르게 단단하게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말랑말랑하고 쭈글쭈글하며 엄청난 압력이 가해지면 접혀서… 몇 세대를 건너뛴 사람들이 한데 뭉뚱그려져 같은 땅에 서고 같은 공기를 마시게 되니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을 논하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어느 누구도 완전히 살았다고 또는 완전히 죽었다고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리는 앙리 르클레르의 발치에서 공부를 하고, 포는 매티 랜도와 함께 시를 쓰며, 나는..... 나는 올더먼 헌트와 나프탈리 주다, 자기가 훔친 건 로체스터 우편물이 아니라 빌어먹을 볼티모어 우편물이었다고 계속 강조하는 클로디어스 풋과 한참 동안 담소를 나눈다.

내 손님들은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도 않고 대개는 내가 일을 하는 동안 방해하지 않는다. 사실 그들이 살아생전에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는 걸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천사들의 합창도 지옥의 화염도 그들의 것이 아니다. 할 일이 너무 많으니까. 내가 떠나는 순간에도 그들이 여기 있을지 궁금해진다. 내가 그들에게 합류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면 우리는 계속 이렇게 살 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매티도 거기 있을지 모른다. 가능한 애기다. 아무튼 마지막을 생각하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 마지막이 바로 지금이다. (P657)

페일 블루 아이 07.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에드워드 키블 채터턴의 <덩케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