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 재현과 표현
사진은 내가 본 이미지의 재현일까, 내가 보고자(말하고자) 한 의식의 표현일까. 사진을 한지도 30년이란 시간이 되도록 아직도 사진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진을 여지껏 하고 있다니, 공부는 해도 해도 끝이 없고, 사진은 언제나 새롭다. 사진은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고 카메라는 항상 객관적이고 과학적이다, 아니다. 사진은 때론 거짓을 말하고 그것은 카메라 아이(camera eye)에 의한 것이지 내가 볼수 없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사진은 작가의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매체일뿐이다. 이 두 상반된 가치의 경계에서 우리는 서 있고, 생각한다. 나는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하고.
1. 재현[再現]은 가능한가? 재현은 사실상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사진은 진짜인가 가짜인가? 피사체가 실재하기 때문에 사진은 진짜다.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그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진은 과연 진짜인가? 얼마든지 조작가능하고 연출이 가능하다면 또한 사진은 사진가의 의도에 따라서 조작할수 있기 때문에 가짜이다. 대상의 재현과 내면의 표현 사이의 경계에서 사진가는 딜레마에 빠진다. 내가 생각지도 못하는 재현은 또 무엇이던가? 이중적인 대상의 재현은 사실상 불가능일지도 모른다. 사진은 일차원적인 재현이니깐, 음영의 재현(La representation des omb-res)일지도 모른다. 결국 사진은 장님이 감지한 코끼리 다리를 재현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가는 끊임없이 재현을 하려고 한다. 기억을 재현하고 대상을 재현한다.
사진은 현실의 거울인가? 현실을 바라보는 창문인가? 존 자코우스키가 말한 “Miror and Window”처럼 사진의 역사상 픽토리얼리즘에 관계되는 철학적 기반들은 사진이 단순한 현실의 복사가 아님을 주장한다. 예술적 표현이든 그 가치는 사실 사진가에게 있어서 진행중인 질문이다. 앙드레 바쟁(A. Bazin)은 “모든 예술은 인간의 출현 위에서 이루어지지만, 유일하게 사진만 인간의 부재에서 출현한다”고 말한다. 사물 그자체의 복사, 재현은 사실 인간의 의도가 부재할 때 가능할까?, 사실을 똑같이 재연하려고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또 다른 재현일 것이다.
2. 표현[表現]은 가능한가? 필립 퍼키스는 “거의 모든 것은 사전 계획, 10%만이 물끄러미 바라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사진가는 대상을 표현하기 위해서 많이 연구하고 기획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사실 맞기도 하고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사진의 우연성은 설명하기 어렵다. 특종은 노력하는 자에게 더 기회를 주지만, 사실 특종은 노력한다고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사진적 이미지는 사물 그자체를 재현한다고 하지만 사실 사물은 3D에 입체감이 있고 사진은 2D의 평면에 재현할 뿐이다. 그렇다면 사진은 외재적인 사물의 재현인가, 내재적인 사물의 표현인가. 사진으로 무엇을 표현하려고 하는가?
기록을 중시하는 사진가로서 나는 사진을 현실에 보이는 것을 사진으로 담는다. 보이지 않은 무엇까지도 찍는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바람의 소리, 그들의 내면, 향기로운 꽃내음까지도 말이다. 나는 일기를 쓰는 것이지, 소설을 쓰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이 어쩌면 소설보다 드라마틱하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6월 12일 조미(북미)회담이 그러하다. 모든 현실이 SF공상과학소설보다 더 판타스틱하다. 표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든다. 작가의 내면까지도. 스위스의 화가 파울 클레(P. Klee)는 “예술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