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 일과 취미job and hobby
일은 잘 해야 하고, 취미는 열심히 해야 한다. 일과 취미가 같아야 더욱 잘 할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일은 일(돈을 벌어야 한다는 의무가 시키는 것)이고, 취미는 취미(욕망이 시키는 것)일 뿐인가. 바쁘게 살아가는 직장인들은 사실 무엇이 내게 어떤 취미가 있는지도 모르고 살지도 모른다. 직장인들에게 여가생활이란 어디를 놀러가거나,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서,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방안에 쇼파에 누워서 멍때리는 것이 행복일까. 무언가에 취미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를 수집하는게 낙[樂]일지도. 그 낙이란 것도 잠시뿐.
내가 사진을 쉼 없이 할 수 있던 자신감은 사실, 2006년 피카소전시장에서 사진기록 알바를 할 때부터였다. 사진을 전공하고 사진으로 직장생활을 하다 그만두고 돈에 항상 얽매였던 프리랜서 시절이었다. 이때의 경험은 단지 사진을 일로 여긴 것에서 사진이 취미로도, 그리고 사진을 대하는 태도나 생각들이 많이 변화를 가졌다. 뉴시스에 입사하고 그 즈음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는 두 번째 새로운 경험을 가졌다. 문화연예담당 사진기자로 출근하여 퇴근시까지 맡았던 사진과 영상을 찍고, 집에 들어가는 길은 일이 아니었지만 광화문에서 벌어지는 집회를 1년내내 촬영하게 되었다. 일이라고 하면 야근자가 촬영할 일이었지만, 어차피 차벽으로 집에 가는 버스도 없고(당시는 부암동에 살았는데, 경복궁역을 차벽으로 막아났다) 그렇게 찍기 시작한게 1년이었다. 그렇게 명박산성은 내가 광화문을 기록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았다.
어렸을 때는 딱지를 모으고, 조금 크면 우표를 모으고, 노래를 듣기 시작하면서 LP판을 모으고, 지금은 카메라 악세사리를 모은다. 사람들은 무엇인가 수집을 한다. 수집을 하다가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만든 사람들을 우리는 뉴스에서 종종 본다. 그들은 월급을 털어 시작하던 수집을 했던 수집광들이다. 인사동에서 미술 전시회의 포스터라든지 미술에 관련 자료들을 모으기 시작하여 5만여건의 전시정보 데이터를 모은 김달진 미술연구소는 대표적이다. 일본의 골동수집가였던 오쿠라 다케노스케의 한국금관을 모은 그의 수집은 ‘조선문화재의 약탈자’니 ‘도굴꾼’이라고 혹평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수집의 길은 이제 ‘마니아의 시대’가 된 것일까. <수집가와 역사가로서의 푹스>에서 벤야민은 어떻게 볼까.
신문, 엽서, 사진, 광고포스터 등 너무나 광범위한 그 시대의 풍속을 증언하는 역사기록물들이 쏟아져나온 시기 푹스는 프랑스적 수집가와 독일적 역사가 두 면모를 보여준다. 학문적 연구가, 미술사 연구가, 저술가, 제본가, 일벌레로서의 푹스의 개인의 생활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안목을 가지고 현상과 사실을 바라보아야 할까하고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다시 돌아와서 무심코 찍었던 사진속에는 그 시대의 풍속과 물건들이 고스란히 담겨진다. 시간이 지나면 그 사진속의 상황들은 역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