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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111

숨 쉬러 나가다

by 노용헌

우리들 주변에 걸어다니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실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심장이 멎어야 비로소 죽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다소 자의적인 판단 같다. 우리 신체의 일부는 심장이 완전히 멎은 뒤에도 작동을 완전히 멈추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머리카락은 몇 년이 지나도록 계속 자라는 것이다. 인간이 정말 죽는 것은 두뇌 활동이 멈추는 때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관념을 받아들일 힘을 잃어버릴 때 말이다. 포티어스가 그렇다. 학식이 풍부하고 취향이 고상한 그이지만, 변화를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한다. 언제까지나 같은 말, 같은 생각만 되풀이할 뿐이다. 그런 사람이 참 많기도 하다. 정신적으로 내면적으로 죽은 사람들 말이다. 그들은 짧은 한 노선을 왔다 갔다 할 뿐이고, 그러면서 점차 활력을 잃어간다. 마치 유령같다.


-조지 오웰, 숨 쉬러 나가다,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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