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165. 기억하다, 마주하다, 함께하다

by 노용헌

사진이라는 매체를 설명한다면, 아마도, 기억하고 마주하고 함께하는 매체라고 말할수 있겠다. 우리는 빛바랜 앨범속에 사진들을 통해서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고, 사진을 찍는 당시 슬픔이든 기쁨이든 그 현실과 마주하고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그 사진들은 다른 이와 공유되고 함께한다. 물론 피사체와도 함께 하는 것이다. 30년이라는 시간이 길면 길수도 있고, 짧다면 짧을 수도 있겠지만 시간은 소리없이 지나간다. 기억은 아마도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슬로비디오로 떨어진다. 사진은 순간을 찍고 있지만, 그 앞뒤로 긴 시간이 남겨져 있다.

1.기억하다: 사진의 기본은 기록에서 출발하고, 기록은 기억의 매체이다. 우리는 그 기억을 나름의 표현방법으로 글을 쓰든, 춤을 추든, 사진을 찍든 자신의 방법으로 기억한다. 역사상 기록은 글, 문자가 해왔지만 사진이 발명된 후에는 사진과 영상의 기록이 중요해졌고, 일상 하나하나가 사진으로 남겨지고, SNS등에 업로드 되는 호모 포토그라피쿠스(Homo Photographicus)의 시대가 되었다. 인스타그램이든 페이스북이든 사진기반 SNS의 넘쳐나는 사진들은 우리 모두의 기억들이 넘쳐난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인증하기 위해서 무엇을 말하고자 어디선가 사진을 찍고 있을 것이다.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그려진 동굴벽화에서처럼, 무언가 우리의 기억은 어쩌면 바램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을 가질수 없는것처럼 욕망은 그 순간을 붙잡으려고 하니 말이다. 사진은 이점에서 강력하고 유용한 매체이다. 기억하고자 하는 순간을 박물관에 전시하는 유물로 언제든지 다시 볼수 있으니깐.


2.마주하다: 사진은 찍는 순간은 언제나 현재이고 현장에 있다. 현실, 또는 피사체인 대상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진가와 마주한다. 인물사진들의 대다수가 사진가를 정면으로 보는 사진이 아니더라도 사진가는 현실과 마주한다. 바라본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 행위자로서 세상과 맞닥뜨려진다. 세상과 마주하지 않고, 나자신과 마주할수도 있다. 그것은 창문을 통해서 바라본 세상이든,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이든, 사진은 마주하지 않으면 만들 수 없다. 마주한다는 것은 카메라의 핀트를 맞추고 셔터를 누르는 행위로 이어진다. 인간이 사유하는 존재라면, 마주하기는 필수적이다. 마주하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마주하기 두려워서는 사진은 찍을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를 마주한다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3.함께하다: 사진은 남겨지고, 누군가에게 전달되고, 미술관이라는 곳에서 전시도 하게 된다. 사진가가 보았던 기억했던, 그리고 느꼈던 것을 사진이라는 결과물로 다시 보여지고 작가의 경험들은 다시 공유된다. 사진을 함께 보고 공유한다는 것은 또 다른 사진의 매력이다. 사진은 내가 가볼 수 없는 곳이나, 내가 그 현장에 있지는 않았지만 사진을 통해서 그 현장의 느낌을 공감하고 함께할 수 있다. 기억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이다. 사진은 우리에게 말을 건다. 무심코 찍은 일상 사진속에도 그 현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보는 내게 다시금 말을 건다. 당신은 무엇을 생각하시냐고. 어떤 잣대로 당신은 판단하냐고. 사진은 끊임없이 말을 건다.

"사진이란 기껏해야 하나의 나지막한 목소리일 뿐이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더라도 때로는 한 장의 사진이, 또는 여러 장의 사진이 이루는 전체적인 조화가 우리의 감각을 유혹하여 지각으로 매개되는 경우가 생겨난다. 이 모든 것은 바라보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사진은 하나의 작은 목소리이다." -유진 스미드(Eugene 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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