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164. 찍는다와 담는다

by 노용헌

사진은 찍는 것인가, 담는 것인가. 무언가 흔적을 남긴다는 의미(순간이 영원으로)에서는 사진은 찍는 것이고, 무언가 포함하거나 반영한다는 의미에서는 담는 것이다. 둘다 사진을 설명해주는 말이다. 카메라를 조작하여 버튼을 누르는 행위에서 사진은 시작된다. 보이는 대상이 인물이든 풍경이든 카메라라는 눈의 행위는 깜박임과도 같다. 그런데 그 깜박임을 감고 기억에 남기고 그것은 사진이라는 프레임에 담겨진다. 카메라아이camera eye를 통해 바라본 세상은 카메라라는 그릇에 담겨진다. 그릇은 그 안에 사과를 담을수도 있고, 밥을 담기도 한다. 그 그릇이 사람의 마음을 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나눠지고 전달되어진다. 그래서 사진은 어쩌면 영혼을 담는 그릇일수도 있겠다. 내가 그릇이 작으면 많은 걸 담을수 없고, 내가 담을려는 대상이 작으면 그 또한 그릇에 볼품이 없을 것이다. 적당히 차 있는 듯 그릇에 담겨져 있어야 보기 아름답고, 넘치면 보기에도 불필요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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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찍다: 존 자르코스키의 미러와 윈도우의 개념처럼, 두 종류의 사진으로 나눈다면 Taking Photo와 Making Photo로 나누곤 한다. 직접적인(Straight) 사진인 Taking Photo는 현실의 있는 그대로를 취한다. 인위적인[Synthetic] 또는 조작되어지는[Manipulated] 사진과는 달리 사진가는 주관적 개입없이 있는 그대로를 기록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찍다라는 행위는 카메라를 든 사진가의 관찰로 이어진다. 무언가를 찍기 위해선 관찰은 필수적이다. 그 관찰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사진가는 사물의 의미를 발견한다.


“사진가는 단순한 것이 복잡하다는 것, 작은 것이 위대하다는 것, 중요치 않았던 것이 결정적이라는 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도로시 랭(Dorothea Lange)-


매일 일상을 기계적이고 반복적으로 찍다보면 나름의 원리를 또는 의미를 찾게 되고 발견하게 된다. 찍는 그 자체의 행위에서 우리는 소중한 의미, 잊고 있던 것들을 기록하고 기억하게 될 것이다. 유명한 사진가 로버트 카파(Robert Capa)는 1937년 스페인 내전 중 뉴욕 월드 텔레그램과의 인터뷰 중 이런 말을 남겼다. “스페인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기교가 필요 없다. 카메라를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스페인 자체가 사진이고, 당신은 그저 찍기만 하면 된다. 진실이야말로 최선의 사진이며 최대의 프로파간다이다.”

2.담다: 사진을 담는다는 것은 크게 두가지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무엇을 담느냐이고, 두 번째는 어떤 생각을 담느냐는 것이다. 첫 번째는 내가 보여줄 대상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 가져야할 마음가짐이다. 다큐멘터리 사진가인 마가렛 버크 화이트(Margaret Bourke White)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을 꿰뚫는 방식으로 묘사하려는 모든 사진작가는 어떤 사진에서도 보여줄 것보다 더한 자신의 준비에 더 많은 가슴과 마음을 기울여야합니다.” 내가 담을 대상에 대한 진지한 탐구가 없이는 그의 영혼을 담지는 못할 것이다. 그의 마음을 담기 위해서는 사진은 도구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시간의 여유를 갖고 기다린다면 사람들은 당신의 카메라란 존재를 잊을 것이고 사람들의 영혼이 사진속으로 떠오를 것이다.” -스티브 맥커리(Steve McCurry)-


두 번째는 사진가의 생각이다. ‘나는 무엇을 담으려 하는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찍고 있는 것인가’하고 나는 나를 보기 위해 눈을 감고, 순간의 호흡을 멈춘다. 사진을 담는다는 것은 또한 나의 마음을 담는 것이기도 하다. 대상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프레임이라는 그릇에 담겨진다.

"세상은 인간을 위해서 존재한다. 사람이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사진은 항상 사람을 담고 있으며 아야소피아 성당을 촬영할 때조차도 나에게는 지나가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 -아라 귈레르(Ara Gu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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