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209. 우울함과 해학(유머)

by 노용헌

며칠전 박원순 시장 5일장, 백선엽 장군 현충원 안장의 정치적 논란을 보면 우울하다. 정치적인 우울함은 정치적인 냉소로 이어지고 상생의 정치는 없고, 혐오와 분노만이 남아있다. 예술적인 작업의 대부분은 이러한 우울함에서 기인할지 모르겠다. 우리는 이런 우울함을 언제 벗어날 수 있을지. 에곤 쉴레의 우울함이나 마르크 샤갈의 환상적인 유머 사이에서 예술가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때로는 스타일일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를 바라보는 눈은 우울함(멜랑콜리)과 해학(유머)을 흔들리는 시소(seesaw)와 닮았다. 사람의 마음은 감정의 기복이 있고, 비가 오고나 눈이 오고나, 해가 뜨고 해가 지면, 감정은 달라진다. 우울함의 안경으로 볼지, 해학의 안경으로 볼지 우리는 선택하게 된다.


파리의 거리를 촬영한 앗제(Atget)의 사진이 내향적이고 소박한데 비해, 브랏사이(Brassai)의 사진은 외향적이고 화사하다. 유머러스한 풍경들을 거리에서 촬영한 한 사진가가 있다. 그는 날카로운 유머감각으로 유명한 사진가로 엘리엇 어윗(Elliot Erwitt)이다. 그의 모든 존재는 일상생활의 부조리를 부드럽게 조롱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사진의 흑과 백이 서로 공존하는 세면대의 사진은 웃음을 넘어선 해학적인 면일 것이다. 우리는 세상의 부조리에 분노하기도 하지만, 그 표현방법에서 해학적인 스타일을 많이 보았다. 강릉 단오제의 관노가면극과 같은 탈놀이뿐만 아니라 우리네 삶의 한을 해학으로 풀어내는 민요도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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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은 한(恨)이 많은 민족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 한에 비례하는 해학을 즐길줄 알던 민족이었다고 생각한다. 서양의 유머에 비해서는 걸쭉하고, 칼날이 선 날카로운 풍자에 비해서는 눅진한 우리의 해학은 원래 어렵고 가난한 서민들의 거리었다.... 그런데 오늘날 해학은 사라지고 살벌하고 공격적인 표현들이 난무한다. 따뜻하게 웃어주기보다는 쉽게 화내는 일에 더 익숙해지면서 세상살 맛이 떨어지고 있다. 웃음에 담던 풍자대신 직선적인 분노부터 터뜨리면서 인간적인 매력이 감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녕만, 유머가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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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김녕만은 또한 이렇게 말한다. “웃음은 여백 만들기라고 생각한다. 여백은 우리에게 여유와 휴식을 준다. 인간만이 유일하게 웃을수 있는 동물이라면 웃음만큼 인간적인 것이 어디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고 나는 해학을 추구하는 것을 곧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과 동일한 작업으로 받아들인다.” 우울함이 비극적이라면, 웃음은 희극적일 것이다. 유머, 해학, 골계, 위트, 풍자, 아이러니, 모든 희극적인 요소들은 삶을 바라보는 태도이다. 부정적으로 바라보든, 긍정적으로 바라보든, 아드레날린과 엔돌핀의 관계처럼. 우리에게 다른 면을 보여준다. 웃음의 속성이 가볍고, 우울함의 속성이 무거울지라도, 이 둘 사이에서 사진가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리고 또한, 관찰력과 표현력은 사진가가 갖추어야 할 덕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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