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222. B급예술이 뭐다냐?

by 노용헌

B급 예술가를 자처하는 강홍구가 펴낸 <시시한 것들의 아름다움>에는 웨이터들의 광고와 이발소 그림, 거리의 플랭카드 등에 나름의 문화적 의미를 부여하고, 일상적인 것들 사이의 숨겨진 권력의 의도를 파헤치는 B급 예술이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박불똥의 키치(kitsch)미술이든, 장 미쉘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의 거리의 낙서예술이든, 무엇이 주류문화이고, 무엇이 비주류인가. 문화평론가 전형선씨는 B급 문화가 주류 문화를 압도하는 추세라고 말한다. “B급의 미학이 예술적 자양분 구실을 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영화만 해도 B급 영화의 제왕이라 불리는 에드가 울머의 작품이 영화 입문 교과서 구실을 한다. 대중문화에서 B급 코드는 상품성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고급예술과 저급예술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 기준은 무엇이며, 누가 그 기준을 말하는가. 우리는 스스로도 자신의 것을 나눈다. 이 사진은 A급이고, 이 사진은 B급으로 나눈다. A급과 B급의 차이는 불분명하고, 임의적이다. 대중음악의 경우, 주류 음악에 있지 않는 비주류 음악으로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 음악이 존재한다. 그것은 주류냐 비주류냐 나눈 기준에 불과하다. 저항음악으로 사랑받던 밥 딜런(Bob Dylan)의 음악은 2016년 음악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순수예술이니 고급예술이니 문화를 나누는 기준의 잣대는 수적으로 우세한 대자(對自)적 대중들의 수를 평론가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 평론가는 고급지로 포장된 포장지의 앞치마를 두른 속물근성의 예술가를 들었다 놨다 한다. 그 품격은 어디에서 정해지는 것일까. 조선시대 왕조의 실록은 A급이고, 기층 민중의 역사는 B급이란 말인가. 과거제도를 통해 신분상승의 달콤한 유혹은 여전히 박물관과 미술관에서도,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는 스스로 진골과 성골로 나누고, 예술의 품위와 아우라를 우겨본다. 뒤샹이 변기통을 박물관에 옮겨 왔듯이 말이다. 미적인 기준은 다양한 미적 취향에서, 서로 다른 기준을 나눈다. 나의 삶이 B급 삶이 아니고, 그렇다고 A급의 삶도 아니다. 주류 문화에 흡수되지 못한 자신의 예술이 다수결 판정에 의해 등급되어지고, 하염없이 자기비하의 우울증은 만년 B급인 셈이다. 현실의 정치는 예술보다 더한 B급 정치를 본다.


헐리우드의 시스템의 블록버스터가 가진 영화와는 달리, 팀 버튼, 쿠엔틴 타란티노, 마틴 스콜세지와 같은 감독들이 B급 영화를 만들었지만, 그들은 어찌 보면 지향점이 달랐다고 본다. B급 정서라는 것을 다루는 지향점이 다른 장르의 영화들이었던 것이다. 저예산 영화, 독립영화, 상업성과 무관한 예술영화, 기존의 관점을 벗어난 영화. 관점과 가치는 조금 더 다른 문제이다. ‘가치가 있다 없다’의 기준은 나누기 어려운 문제이다.


“B급 작가에 대한 생각은 이 책에서 가장 눈여겨 본 부분입니다. 제가 궁금했던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제주도 풍광을 찍은 김영갑이나 최민식 사진작가가 왜 사진계에서는 B급 작가로 인정 받을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줍니다. 이는 왜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사진전이 인기가 있다고 가치가 높은 A급 사진전이라고 할 수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B급 작가들의 유명세는 그들의 감수성이 대중의 보편취향과 잘 맞아떨어지는 데서 기인한 것임이 틀림없다. 얼마 전 한국을 찾은 풍경사진가 마이클 케냐 또한 그렇다. 그의 사진이 아름답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이는 전문가라 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름다운 그의 사진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상업주의 작가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이는 그의 사진에 아름다움을 제외하면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을뿐더러 나아가 이를 상품화함으로써 대중의 보편취향에 편승하기 때문이다. 그의 사진은 집에 걸어두고 싶기는 하지만 새로운 가치를 제시해주지는 못한다. 통념이 되어버린 낡은 사고를 뒤집어보게 하는 기발한 제안이나, 비록 아름답지는 않더라도 감성을 확장해주는 창의적 시도가 가치를 만들어내는 법이다.” <사진가의 우울한 전성시대, 251P> 이 책에서처럼, 가치는 누가 만들고, 누가 평가하는가이다. 가치를 해석하고, 가치를 수용하는 독자에게선 사실 어렵게만 느껴진다. 김기찬 사진가나 최민식의 사진이 과연 B급이란 말인가. 그것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이들에 의해 가치는 정해진다는 것이 우울하다. 우리가 정한 한계는 마음속에 그어놓은 한계이고, 이것이 가치를 나눈다는 것이 우울할 뿐이다.

“당신이 걱정해야 할 유일한 한계는

마음속에 그어놓은 한계다.”

- 스킵 프리처드 -

990425.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코로나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