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데미 무어 주연 <주홍글씨> 1995년
영화 <주홍글씨>1926년, 빔 벤더스 감독 <주홍글씨>1972년
그녀의 웃옷 가슴에는 화려한 주홍빛 헝겊에 금실로 꼼꼼하게 수를 놓아 환상적으로 멋을 부린 ‘A'자가 보였다. 그 글자는 아주 예술적으로 만든 데다가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공상을 마음껏 발휘한 것으로, 그녀가 입고 있는 옷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식적 효과를 내고 있었다. 또 그녀의 옷은 이 무렵의 취향에 맞게 화려했지만 식민지의 사치 금지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훨씬 벗어나 있었다.
이 키가 큰 젊은 여자는 몸매가 이를 데 없이 우아했다. 검고 풍성한 머리채는 너무나 윤기가 흘러 햇빛이 반사되어 눈이 다 부실 정도였다. 얼굴은 이목구비가 단정하고 살빛이 화사한 데다가 훤히 드러난 이마와 움푹한 검은 눈 때문에 한층 더 인상적이었다. 또한 이 무렵의 명문가 아녀자답게 제법 귀부인다운 데가 있었다. 이 무렵에는 요즈음 귀부인들의 표준처럼 섬세하고 연약하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우아함이 아니라, 조금 당당하고 위엄 있는 것이 귀부인들의 표준으로 통했다. 그런데 옛날 표준에 비춰 보더라도 헤스터 프린이 감옥에서 나올 때보다도 더 귀부인답게 보인 적은 일찍이 없었다. 전에 그녀를 알고 있던 사람들은, 그래서 그녀의 얼굴이 불행의 먹구름에 휩싸여 어둡고 그늘져 있으려니 기대했던 사람들은 도리어 그녀의 아름다움이 빛을 내뿜고 그녀를 에워싼 불행과 치욕이 오히려 후광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하다 못해 아연실색할 정도였다. 그러나 예리한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마 이런 모습 속에도 몹시 괴로운 그 무엇이 어려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일을 위해 그녀가 감옥에서 공상을 한껏 발휘하여 만들어 입은 옷은 그 분방하고 그림처럼 멋진 특징으로 그녀의 마음가짐, 즉 절망적이고 무모한 심정을 드러내 주는 것 같았다. 그러나 군중의 시선을 끌고, 다시 말해 그 옷을 입고 있는 여자의 모습을 전혀 달라 보이게 한 것은, 그토록 환상적으로 수놓아 가슴에 장식한 ‘주홍 글자’였다. (P16-17)
만약 이 청교도들의 무리 속에 가톨릭 신자가 있었다면 아마 옷과 풍모가 그림처럼 아름다운 이 여인이 가슴에 갓난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 예로부터 그토록 많은 유명 화가들이 앞을 다투어 그렸던 성모마리아의 모습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녀의 모습은 이 세상을 구원할 아기를 안고 있는 신성무구한 성모마리아의 거룩한 모습 같은 것을 분명히 떠올리게 해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직 대조를 통해서만 그런 모습을 떠올리게 해 주었을 뿐이다. 인간 삶에서도 가장 신성한 모성 속에 가장 깊은 죄악의 오점이 들어 있어, 세상은 이 여인의 아름다움 때문에 한층 더 어두워지고 이 여인이 낳은 갓난아이 때문에 그만큼 더 길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P20)
“하지만 형씨, 우리 메사추세츠의 재판관들은 저 계집이 젊고 예뻐 억센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타락했으려니 생각하여, 게다가 계집의 남편이 필시 바다에 빠져 죽었으려니 생각하여, 공정한 법이 정한 극형을 저 계집한테 적용할 용단을 내리지 못했지요. 법대로 형벌을 내린다면 사형에 처해야 마땅하지요. 그런데 자비로운 나리들은 프린 부인에게 고작 세시간 동안 처형대 위에 서 있은 뒤, 살아 있는 동안 내내 가슴에 치욕의 징표를 달라고 명령했을 뿐이지요.” (P29)
“여인이여, 제발 하나님이 베푸시는 자비심의 한계를 넘어서지 마시오!” 윌슨 목사가 조금 전보다 거친 목소리로 소리쳤다. “저 갓난아이도 타고난 목소리로 그대가 방금 들은 가르침에 동의하고 그것을 확인했거늘. 어서 그 사내의 이름을 밝히도록 하시오! 그렇게 하고 또한 회개를 하면 그대의 가슴에서 주홍 글자를 떼는 데 도움이 될 것이오.”
“천만의 말씀입니다!” 헤스터 프린은 윌슨 목사가 아니라 젊은 목사의 수심 어린 그윽한 눈을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그건 너무나 깊이 낙인이 찍혀 있어요. 그래서 떼어 버릴 수가 없지요. 바라건대, 저 자신의 괴로움은 물론이고 그분의 괴로움까지도 제가 짊어지고 싶어요!”
“어서 말해라, 여인이여!” 처형대 둘레의 군중 사이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준엄하게 소리를 질렀다. “어서 이름을 대서 자식에게 아비를 찾아 주도록 해라!”
“절대로 말하지 않겠어요!” 헤스터는 죽은 사람처럼 얼굴이 창백해졌지만 너무나도 귀에 익은 이 목소리에 대답했다. “이 아이에게는 하늘의 아버지를 찾게 해 주겠어요. 지상의 아버지를 결코 가르쳐 주지 않겠다고요!” (P36)
“하지만 그렇게 비밀을 묻어 두는 사람들도 있지요.” 침착한 의사가 대꾸했다.
“맞아요.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어요.” 딤스데일 목사가 대답했다. “하지만 좀 더 명백한 이유를 들지 않더라도 그런 사람들은 아마 바로 그 타고난 성격 때문에 입을 열지 못할지 모르지요. 아니면, 혹 이렇게도 생각되지 않나요? 죄가 있더라도 하나님의 영광과 인간의 행복을 갈망하는 나머지 차마 사람들에게 자신의 더럽고 추악한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밝혀서 이로울 게 없고, 또한 좀 더 훌륭한 봉사를 통해 과거의 죄를 속죄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뇌를 스스로 맛보면서 갓 내린 눈같이 깨끗한 척하지만 가슴속은 씻어 버리려야 씻어 버릴 수 없는 죄악으로 온통 더렵혀진 채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는 겁니다.”
“그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겁니다.” 로저 칠링워스가 보통 때보다 조금 더 흥분되어 집게손가락으로 작게 손짓을 하면서 말했다. (P126-127)
딤스데일 목사는 온갖 성격의 특징으로 미루어보아 자연히 후자에 속할 만했다. 만약 짊어지고 허덕여야 할 죄악이나 고뇌의 무거운 짐이 방해가 되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숭고한 신앙과 신성이라는 높은 산 정상에 벌써 다다랐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짐 때문에 그는 가장 낮은 데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온갖 영적 소질을 지니고 있어 만약 그 짐만 없었더라면 천사들도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화답해 주었을 바로 그런 사람이 아니던가! 그렇지만 바로 이 무거운 짐 때문에 목사는 죄 많은 형제들에게 그토록 깊은 공감을 주었다. 그래서 그의 마음은 그들의 마음과 하나가 되어 떨었고, 그들의 괴로움을 자신의 마음속에 받아들였으며, 고동치는 고통을 구슬프면서도 설득력 있고 샘솟는 듯한 힘찬 웅변에 담아 수많은 형제들의 가슴속으로 뿜어 넣어 주었다. 그의 설교는 자주 뭇사람을 설복했지만 때로는 얼마나 끔찍했던지! 사람들은 자신들을 움직이는 그런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이 젊은 목사야말로 신성함이 빚어낸 기적이라고 여길 뿐이었다. 슬기며 꾸짖음이며 사랑에 관한 하나님의 복음을 전달하는 대변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눈에는 목사가 밟는 땅마저도 거룩해보였다. (P140-141)
그는 강단에서 목청을 높여 신도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싶었다. “여러분이 보시다시피 이 검은 목사 옷을 입고 있는 이 사람은, 신성한 강단에 올라와 창백한 얼굴로 하늘을 우러러보며 여러 성도를 대신하여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과 영적 교섭을 가질 책임을 맡고 있는 이 사람은, 나날의 생활에서 에녹의 신성함이 깃들어 있다고 성도들께서 생각해 주시는 이 사람은, 이 세상의 길을 걸을 적마다 발자취에 한 가닥 빛을 남기고 이 빛을 등불로 삼아 뒤따라오는 순례자들을 축복의 나라로 인도한다고 생각해 주시는 이 사람은, 여러분의 자녀들 머리 위에 손을 얹어 세례를 주었던 이 사람은, 숨을 거두는 성도 여러분의 친구들에게 마지막 기도를 올려 방금 하직한 세상에서 아멘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게 해 준 이 사람은, 성도 여러분의 목사라고 그처럼 존경하고 그렇게 믿어 주시는 이 사람은 실제로는 아주 타락한 사람이요 위선자입니다!”
딤스데일 목사는 이번에 강단에 올라서면 이렇게 고백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계단을 내려오지 않겠다고 자신에게 다짐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P141-142)
[로저 힐링워스]
“내게는 용서할 권리가 없소. 당신이 말하는 그런 힘이 내게는 없단 말이오. 오랫동안 잊었던 지난날의 믿음이 나한테 되돌아와서 우리의 행실이며 고뇌를 모두 설명해 주는구려. 당신의 잘못된 첫걸음 때문에 당신은 죄악의 씨앗을 뿌렸소. 하지만 그 순간부터는 모두가 어두운 필연이었소. 내 신세를 망친 당신들은 어떤 전형적인 환상에 사로잡혔을 때를 제외하고서는 죄를 저질렀다곤 할 수 없소. 마귀의 손아귀에서 마귀의 역할을 빼앗은 나도 결코 마귀 같은 존재는 아니오. 그 모두가 운명이오. 검은 꽃이 피고 싶으면 피도록 그냥 내버려 두시오! 자, 어서 그자한테 가서 당신 마음대로 해보구려.” (P186)
회개한 보람이 있었다면 난 벌써 신성을 가장하는 목사의 옷을 훌훌 벗어던져 버리고 최후 심판의 자리에 나설 때와 같은 모습을 온 세상 사람 앞에 벌써 드러냈어야 했소. 헤스터, 차라리 버젓이 가슴에 주홍 글자를 달고 있는 당신이 행복한 거요! 내 주홍 글자는 가슴속에선 남몰래 불타고 있소! 당신은 상상도 못할 거요. (P211)
목사는 또다시 주홍 글자의 여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헤스터 프린.” 그는 폐부를 찌르는 간곡한 어조로 부르짖었다. “지난 7년 전에, 나 자신의 죄와 비참한 고뇌 때문에 차마하지 못한 일을 이 마지막 순간에 감행할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 주신, 그토록 두렵고 그토록 자비로우신 하나님의 이름으로, 자 어서 이리 와서 당신의 힘으로 나를 부축해 주오! 헤스터, 당신의 힘을 주되 하나님께서 내게 허락하신 뜻에 따라 순종하오! 이 가엾고 잘못된 노인이 지금 전력을 다해 그것을 막고 있소! 악마의 힘까지 빌려서 말이오! 자, 헤스터, 이리로 오시오! 나를 부축하여 저 처형대 위로 오르게 해 주오!”
군중 사이에 큰 소동이 벌어졌다. 목사 가까이에 서 있던 지위 높고 위엄 있는 사람들은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에 경악하여 무슨 영문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즉각 머리에 떠오르는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그렇다고 달리 상상할 수도 없어서, 꼼짝하지 않고 가만히 선 채 하나님께서 역사하시려는 듯한 심판을 말없이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들은 목사가 헤스터 프린의 어깨에 기대어 한 팔에 안긴 채 부축을 받으며 처형대를 향해 계단을 오르는 것을 지켜보았다. (P298)
괴롭고 수심에 잠긴 헤스터의 헌신적인 삶이 이어지면서 주홍 글자는 세상 사람들의 조소와 멸시를 받는 낙인이 아니라, 함께 슬퍼하고 두렵지만 존경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그 어떤 상징이 되었다. 더구나 헤스터 프린은 이기적인 목적도 없었을뿐더러 조금도 자신의 이익이나 쾌락을 위해 살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들의 슬프고 어려운 일을 모두 가져와 몸소 크나큰 시련을 겪은 그녀에게 조언을 청했다. 특히 여성들이, 상처 받은 사랑이니 버림받은 사랑이니 불륜의 사랑이니 잘못 택한 사랑이니 실수하여 죄를 범한 사랑 때문에 끊임없이 되풀이하여 시련을 받고 있는 여성들이, 남들이 돌아보지도 찾지도 않았기 때문에 벗어 놓을 길 없는 무거운 마음의 짐을 부둥켜안은 채 헤스터의 오두막집을 찾아와 그들이 불행한 까닭과 그 속에서 헤어날 방법을 묻는 것이 아닌가! 헤스터는 힘닿는 데까지 그들을 위로하고 상담해 주었다. 또한 그녀는 때가 되어 이 세상이 성숙하여 좀 더 밝은 시대가 오면 새로운 진리가 나타나 남녀 간의 모든 관계가 상호 행복이라는 좀 더 굳건한 토대 위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자신의 굳은 신념으로 그들을 납득시켰다. (P311)
[세관]
그러나 그 이상한 꾸러미 속에 있었던 물건으로 무엇보다도 내 관심을 끈 것은 닳아 떨어지고 빛바랜 아름다운 주홍빛 천 조각이었다. 그 천 조각에는 닳아빠지고 때가 묻어 있지만 금실로 가장자리를 수놓은 흔적이 있었다. 지금은 반짝거리는 금실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고, 비록 남아 있다고 해도 아주 조금밖에는 남아 있지 않았다. 척 보면 금방 알아볼 수 있듯이 바느질 솜씨가 참으로 훌륭했다. 그 바느질 솜씨는 (그와 같은 신비로운 재주에 정통한 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지금은 잊힌 기술로서 심지어 꿰맨 실을 거꾸로 푸는 방법을 사용해서도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너덜너덜한 주홍빛 천은 - 오랫동안 써서 낡은 데다가 불경스럽게 벌레가 파먹어서 마치 걸레와 다를 바 없었다. - 자세히 살펴보니 어떤 글자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그것은 대문자 ‘A'자였다. 자세히 헤아려 보니 그 글자의 양쪽 다리의 길이가 정확히 3인치하고도 4분의 1이나 되었다. 옷을 방식하는 물건으로 만들어진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옷에 달고 있었는지, 과거에 어떤 계급, 명예, 위엄을 나타내고 있었는지 (이런 특별한 일에서 세상의 유행이란 참으로 변하기 쉬운 것이므로) 나로서는 수수께끼처럼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그런데도 그 천 조각이 왠지 묘하게 내 마음을 끌었다. 그 낡은 주홍 글자에 눈이 쏠려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길 수 없을 정도였다. 확실히 뭔가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어 해석해 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또한 그 의미는 말하자면 뭔가 신비스러운 상징에서 흘러나와 내 감수성에 미묘하게 전달되었지만 내 정신력으로는 분석할 수 없었다. (P359)
주홍 글자에 정신이 팔려 있어서 나는 그때까지 그 천 조각에 말려 있던 때 묻은 작은 종이 두루마리를 살피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래서 그 두루마리를 펼쳐 보자 그곳에 늙은 검사관의 필적으로 사건 전체를 꽤 완전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을 보고 만족스러웠다. 대판 양지(大判洋紙) 몇 장에는 우리 조상이 보기에 좀 중요한 사람인 듯한 헤스터 프린이라는 어떤 여자의 삶과 대화에 관해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이 여자는 메사추세츠의 초기 개척시대와 17세기 말엽 사이에 살고 있었다. 검사관 퓨 씨는 그 시대에 살던 노인들한테서 들은 구전 증언을 토대로 이 이야기를 엮었고, 젊은 시절에 노인들은 그녀가 몹시 나이가 들기는 했지만 결코 노쇠하지는 않고 당당하고 근엄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거의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옛날부터 그 여자는 버릇처럼 일종의 자원 봉사 간호사로서 시골 지방을 돌아다녔으며 무엇이든지 남을 위해 도움을 주었다. 마찬가지로 모든 일에서, 특히 마음과 관련한 문제에서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 주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 여자는 그런 성향의 사람이라면 마땅히 그러듯이 많은 사람한테서 천사가 받을 그런 존경을 받았다. 그러나 물론 어떤 사람들한테서는 남의 일에 참견 잘하고 귀찮은 존재로 취급당하기도 했을 것이다. 더구나 그 원고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이 이상한 여성이 한 일이며 그녀가 받은 고난에 대한 기록도 적혀 있었다. 이 분에 관해서는 <주홍 글자>라는 작품을 읽어 보기 바란다. 그런데 여기에서 꼭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은 이 이야기의 중 사실이 이 퓨 검사관의 문서가 고증하고 확증해 준다는 점이다. 원본 서류는 그 주홍 글자를 수놓은 천 조각과 함께 아주 기묘한 유품으로 아직도 내가 소장하고 있지만, 이 이야기에 큰 흥미를 느끼고 직접 한 번 보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든지 흔쾌히 보여 주겠다. 그렇다고 내가 이 이야기를 분식(紛飾)하고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을 움직이는 감정의 동기며 유형을 상상해 내는 데 언제나 이 늙은 검사관이 쓴 대여섯 장 분량의 원고에 국한시키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점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로 마치 모든 사실을 내가 직접 창작해 낸 것처럼 전적으로 자유분방하게 행동했거나 거의 그렇게 행동했다. 나는 그 줄거리의 출처가 분명하다는 사실을 주장할 뿐이다. (P360-361)
미셸 푸코가 <감시와 처벌>(1975)에서 지적하듯이 인류 역사에서 정치 권력자들은 언제나 죄인의 신체에 모든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징표를 세상에 널리 보여 주도록 처벌해 왔다. 이러한 현상은 17세기 뉴잉글랜드의 청교도 사회도 마찬가지여서 죄를 저지른 사람은 채찍 같은 처벌과 함께 평생 동안 죄를 뉘우치도록 치욕의 상징을 옷에 달고 다니도록 벌했다. 가령 헤스터처럼 간음을 범한 사람은 ‘Adultery'의 머리글자인 ’A'자를, 근친상간을 범한 사람에게는 ‘Incest'의 머리글자인 ’I'자를, 그리고 술주정뱅이에게는 ‘Drunkard'의 머리글자인 ’D'자를 각각 평생 동안 달고 다녀야 했다. (P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