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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과 낡음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223

by 노용헌

새로움과 낡음

사진을 찍다보면 새로운 것들에 눈길이 가고, 오래된 것들, 낡은 것들에도 눈길이 간다. 그것은 마치 봄의 화려한 꽃이 아름답거니와, 늦가을의 단풍의 화려함도 마찬가지이다. 떠오르는 일출의 생동감도 지는 일몰의 애잔함도 모두 아름답게 보인다. 새로움과 낡음은 어디에서나 함께 공존한다. 우리의 눈은 새로운 것만 보일수도 있고, 낡은 것만 보일수도 있다. 그러나 이 둘은 사실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는 항상 같은 공간, 광화문 광장이라는 공간에서 기록하였다. 사람들은 이 공간에서도 변화의 흐름을 볼 수 있다. 짧은 시간에서는 사실 바뀐 것이 없을지 몰라도, 긴 시간에서 보면 무언가 변화가 있다. 그것이 새로움과 낡음은 시간적 간격에 의해 생성된다. 현재 광장은 뜯어지고 새롭게 변화된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도의 로드뷰는 1년이 멀다하여 바뀌어진다. 새로운 건물이 새로 들어서기 때문인다. 한 자리(공간)에서 관찰하다 보면, 새로운 것이 보인다. 오래보아야 보이는 것들이다. 낡은 것도 새롭게 보면 새로운 것이 되는 것이고, 새로움과 낡음은 시점의 차이일 뿐이다. 절대적으로 낡은 것도 없고 절대적으로 새로운 것도 없는 것이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출간된 이탈리아 소설, ‘나폴리 4부작’의 작가 엘레나 페란테가 쓴, <어른들의 거짓된 삶>에서 나폴리는 윗동네와 아랫동네로 나뉜다. 기생충에서 서민과 부자의 상반된 두 세계와 마찬가지로, 사춘기 소녀 조반나의 시선은 경계의 인위적인 면, 위선적인 면을 발견한다. 그것은 아름다움과 추함, 새로움과 낡음, 섬세함과 투박함이 뒤섞인 것이었다. 도시의 재개발은 달동네의 모습들이 사라진다. 낡은 건물들은 도시미관 사업의 일환으로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그곳에 살던 주민들은 갈 곳을 잃어버리고 점점 밀려난다. 자본이 없는 도시빈민들의 삶은 팍팍하고, 새로운 건물의 입주는 쉽지 않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960723.html


내가 처음 사용했던 카메라는 캐논 AE-1이었고, 캐논T90, 디지털 카메라 캐논 20D에서, 캐논 5D Mark 3를 사용한다. 카메라는 계속 신상품이 개발되어 나오고, 현재 신상품중 눈에 들어오는 것은 캐논 EOS R5이다. TV나 가전제품은 2년이 지나면 새로운 신상이 나와서 구닥다리가 된다.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어 항상 새로운 제품을 산다는 것은 새로움에 적응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기능이 점점 늘어나고, 새로운 신상을 두고, 항상 설명서를 두고 기능을 숙지하게 된다. 새로 나온 신제품을 사려고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구매후기는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항상 뭔가 새로운 물건들이 넘쳐난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말이 있다.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옛것을 익히기도 전에 새로운 것이 쏟아져 나온다. 새로운 것들을 익히기도 바쁘다.


오늘의 해가 떴고, 내일의 해가 뜨지만, 하루하루가 다르다. 하루하루가 새로움의 연속이다. 신문의 정보는 다양하고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는데 있다. 가장 먼저 뉴스를 전한다는 속보경쟁에서 새로움과 낡음이란 무엇일까. 하루하루가 반복되는 것 같고, 1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것 같기도 하다. 새로운 것 같지만, 패션도 반복된다. 오랜 시간동안 그 자리에 있던 나무와 돌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한다. 그래서 날마다 새로울지도 모르겠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란 말처럼.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지식이 새로움의 발견을 방해하게 되면, 새로움의 발견은 사라집니다. 지식과 새로움 사이에는 반드시 시간적 간격이 있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분은 단지 낡음만 지니고 있게 됩니다.

...when knowledge interferes in the discovery of the new, there is no discovery of the new. There must be an interval between knowledge and the new, otherwise you are just carrying on the old. - Small Group Discussion in Bombay 29th January, 1973, 크리슈나무르티(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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