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302. 홍콩의 거리사진가 판호(何藩 1931-2016)

by 노용헌

“나는 테크닉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눈, 마음, 그리고 가슴을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던 거리사진가 판호는 홍콩의 거리를 사진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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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호는 18세 되던 해인 1949년 가족과 함께 상하이에서 홍콩으로 건너 온 이주민이다. 그는 문필가를 꿈꾸며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였으나, 극심한 두통 때문에 학업을 마치지 못했다. 병을 극복하려 거리를 무작정 걷던 시간의 무료함을 견디기 위해 택한 방편이 거리의 이곳 저곳을 촬영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판호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 존경했다고 한다. 그가 사진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재능은 사진작업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카메라는 고전적인 롤라이플렉스 한 대 만으로 홍콩 거리의 독특한 흑백 이미지를 남겼다. 그는 영화배우와 감독으로도 활동하였으나, 예술적인 갈증은 문학적 네러티브가 녹아든 사진작업을 통해 완성하였다. 판호는 “좀 더 특별한 당신만의 사진작업을 원한다면 주장하는 바가 명확해야 하고 감동의 요소가 있어야 한다. 사진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고 기억할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를 스스로의 작업으로 보여준 사진가이다.


판호의 카메라에 담긴 홍콩(香港)은 한자 그대로 ‘향기로운 항구’이다. 누구나 아는 바이지만 그 향기에는 언어로 설명될 수 없는 수 많은 네러티브가 녹아있다. 홍콩은 1997년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되기까지 아편전쟁 이래 156년간(1841-1997) 영국에 속했던 중국 땅으로,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가 복잡한 역사와 함께 녹아 공존한다. 소설 ‘색계(色戒)’의 저자 장아이링(張愛玲 1921-1995)은 “화려하면서 슬픈 도시”라 했다. 판호가 바라본 홍콩의 ‘향기’는 그러한 화려함과 슬픔처럼 양가적인 의미들이 혼돈 하는, 규정할 수 없는 복잡한 내면적 정취가 녹아있다. 1950-60년대의 홍콩은 현재의 화려한 국제도시가 아니라, 흑백의 이미지의 선명한 빛과 그림자 속에 슬픔을 담고 있다. 근대화 이전의 그들의 삶은 우리의 1950-60년대 풍경과 매우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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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예술 작품이 진정한 감정과 이해에서 비롯되어야 한다고 항상 믿었다... 의미 있는 작품을 내려면 관객과 감정을 공유해야 한다. 내 목적은 간단하다. 청중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한다.”


서울 거리풍경의 한영수(1933~1999), 후쿠오카 거리풍경의 이노우에 코지(1919~1993)와 마찬가지로, 판호의 홍콩 거리풍경은 다르지만, 닮아 있다. 50-60년대의 사진가들이 있었던 곳에서 그들의 거리에서 마주친 평범한 일상을 그들의 시각으로 전달하고 있다.


더 많은 사진은 그의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https://fanho-forgetmen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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