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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Dec 29. 2023

존 그리샴의 <펠리칸 브리프>

영화 <펠리칸 브리프>  1993년

영화 <펠리칸 브리프>(The Pelican Brief)는 앨런 J. 퍼쿨러 감독의 1993년 법정 스릴러, 드라마, 미스터리 영화이다. 존 그리샴의 소설 <The Pelican Brief>에 기반을 두고 있다. 줄리아 로버츠, 덴젤 워싱턴이 주연으로 참여하였다. 존 그리샴의 소설은 <사라진 배심원>, <의뢰인>, <레인 메이커>,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 <타임투킬>, <가스실> 등이 영화로 제작되었다.     

 

콜이 웃음을 짓고 있었다. 완벽한 치아와 벗겨진 머리가 빛나고 있었다. 겨우 서른일곱의 나이였지만, 4년 전 기울어 가는 선거운동에서 대통령을 구출해 내고 자기 상관을 백악관에 들여보냈던 경이의 사나이였다. 콜은 교활한 조종자였으며 더러운 일을 맡아 하는 심복이었다. 그는 백악관 내부 서클에서 무섭게 자기 길을 헤쳐 나가 이제 제2인자가 되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실질적 최고자로 여기고 있었다. 단지 그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하급 실무자들은 공포에 떨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대통령이 느릿느릿 물었다.

콜이 대통령 책상 앞으로 걸어왔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들 둘 다 죽었습니다. 두 FBI 요원이 새벽 1시경 로젠버그를 발견했습니다. 침대에 죽어 있었습니다. 로젠버그의 간호원과 대법원 경찰관도 살해되었습니다. 셋 모두 머리에 총을 맞았습니다. 아주 말끔한 일처리입니다. FBI와 워싱턴 경찰이 그곳 수사를 하는 도중에, 젠슨이 어떤 동성연애 클럽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젠슨을 발견한 건 두 시간 전입니다. 보일즈가 4시에 제게 전화를 했고, 그래서 제가 각하께 전화를 한 겁니다. 보일즈와 즈민스키가 곧 이리로 올 겁니다.”             (P51)     


다비는 목요일 수업을 빼먹고 도서관 5층 개인 열람석에 은둔해 있었다. 컴퓨터 인쇄물들은 바닥에 깨끗하게 정돈되어 놓여져 있었다. 로젠버그의 책들은 펼쳐지고 표시된 채 겹겹이 쌓여 있었다. 

두 살인에는 이유가 있다. 로젠버그 하나라면, 복수와 증오라는 이유가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방정식에 젠슨을 집어넣게 되면, 복수와 증오는 설득력이 없어진다. 젠슨도 물론 미움을 살 만한 사람이긴 하지만, 연트나 심지어 매닝만한 증오심을 불러 일으킬 사람도 못 되었다.            (P89)     

전화벨이 네 번 울렸다. 자동응답기가 켜지면서 녹음된 목소리가 아파트 안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삑 소리가 났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화벨이 다시 네 번 울렸다. 똑같은 과정이 반복되었으나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전화벨이 다시 울렸다. 그레이 그랜섬은 침대에서 팔을 뻗어 수화기를 집었다. 그랜섬은 베개 위에 앉아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누구십니까?”

그랜섬이 힘들어하며 물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도 없었다.

상대방의 목소리는 낮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워싱턴 포스트의 그레이 그랜섬입니까?”

“그렇습니다만, 누구시죠?”

“이름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느릿느릿한 목소리였다. 

그랜섬은 머릿속의 안개가 걷혔다. 정신을 집중하고 시계를 보았다. 5시 40분이었다.        (P134)   

  

잘 쓴 글이었다. 표준적인 법학자풍의 과장된 말로 가득찬 만연체 문장이었지만, 그럼에도 선명했다. 다비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사용하고 싶어 안달하는 모호한 말투와 법적인 전문어를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미합중국 정부에 의해 고용되는 변호사로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개빈은 다비가 지목한 용의자에 대해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의 명단에는 들어 있지 않을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기술적으로 말해 그것은 브리프가 아니라 루이지애나의 한 소송에 대한 이야기에 가까웠다. 다비는 사실들을 간결하게 서술함으로써 흥미있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캘러헌 말대로 정말 매혹적이었다. 개빈은 대충 훑어보는 게 아니라 집중해서 읽고 있었다. 

사실들이 넉 장에 걸쳐 설명되어 있었다. 이어 다비는 다음 석 장에 소송의 양쪽 당사자의 간략한 역사에 대해 서술했다. 여기서는 약간 늘어졌지만, 개빈은 계속 읽어 나갔다. 개빈은 몰두해 있었다. 브리프, 아니 무엇이 되었든간에 그 문건은 8페이지에서는 재판을 요약하고 있었다. 9페이지에서는 항소에 대해 언급하고, 마지막 석 장에서는 로젠버그와 젠슨을 법원에서 제거하는 계획을 추적하고 있었다. 그러나 별로 그럴 듯하지는 못했다. 캘러헌은 다비가 이미 이 이론을 폐기했다고 말했다. 사실 다비는 마지막에 가서는 흥미를 잃은 것 같았다. 

그러나 아주 읽을 만한 글이었다. 버히크는 할 일이 엄청나게 많은데도 불구하고, 잠시 현재의 아픈 상태도 잊고 더러운 카펫 위에 누워 법대생이 쓴 13페이지짜리 브리프를 읽어냈다.           (P139)     

콜은 이제 ‘펠리컨 브리프’(the pelican brief, pelican은 펠리컨이라는 새를 가리키기도 하고, 미국 속어로 루이지애나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로 알려진 브리프 사본 한 부를 내밀었다. 

“읽고 싶지 않네, 내용을 말해 주게.”

“보일즈와 그 어릿광대 같은 부하들이 이제까지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는 용의자 한 명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별로 알려져 있지도 않고, 그럴 듯하지도 않은 용의자입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튤레인의 법대생이 빌어먹을 걸 썼는데, 이것이 어떻게 해서 보일즈 손에 들어가게 된 모양입니다. 보일즈는 이것을 읽어 보고 여기에 취할 만한 게 있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FBI 쪽에서는 용의자를 찾으려고 필사적이라는 것을 기억해 두십시오. 이 이론은 너무 부자연스러워서 믿어지지는 않습니다. 읽어 본 바로는 별로 걱정할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보일즈는 걱정됩니다. 보일즈는 이걸 열심히 추적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론은 보일즈의 모든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어딘가에서 샐 수도 있습니다.”

“보일즈의 수사를 통제할 수는 없잖나.”

“하지만 조종할 수는 있습니다. 즈민스키가 백악관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즈민스키!”

“안심하십시오, 치프, 제가 개인적으로 세 시간 전에 즈민스키한테 이 사본 한 부를 주면서 비밀을 지킬 것을 맹세시켰습니다. 즈민스키는 무능할진 몰라도 비밀은 지킬 줄 압니다. 난 보일즈보다는 즈민스키를 훨씬 신뢰합니다.”

“난 둘 다 신뢰하지 않아.”

콜은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았다. 대통령이 콜 자신 외에는 누구도 신뢰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에.                (P145)     


캘러헌이 다시 가속 페달을 밟자 곧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소리가 났다. 

폭발 때문에 다비는 보도에 쓰러지고 말았다. 다비는 잠시 동안 멍하니 납작 엎드려 있었다. 즉시 열기와 함께 불붙은 작은 파편들이 거리에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공포에 질려 주차장을 바라보았다. 포르셰는 공중에서 완전히 한 바퀴 재주를 넘어 거꾸로 땅에 처박혀 있었다. 타이어와 운전대와 문짝과 펜더가 아무렇게나 내던져져 있었다. 차는 불덩이가 되더니 곧 화염에 휩싸이면서 큰 폭발음과 함께 터져나갔다. 

다비는 토머스를 소리쳐 부르며 차를 향해 나아갔다. 파편들이 다비 주위에 떨어져 내렸다. 뜨거워서 빨리 다가갈 수가 없었다. 다비는 10미터쯤 떨어진 곳에 서서 두 손으로 입을 막고 비명을 질렀다.               (P157)     

누군가, 아마 플레처 콜이겠지만, 카멜이 용의자로 떠올랐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하는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카멜은 무엇보다도 아랍 인이었다. 따라서 그가 리비아와 이란과 이라크, 즉 미국을 증오하는 열렬한 바보들에 의해 다스려지는 나라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하는 거다. 백악관의 누군가가 이 이야기를 1면에 실리게 하고 싶은 거다. 

사실 대단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단연 1면 톱감이었다. 그와 스미스 킨은 그것을 9시까지 마무리지었다. 그들은 카멜이라는 사람의 낡은 사진 두 장을 찾아냈는데, 그 두 사진의 얼굴은 너무 닮지 않아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킨은 두 장을 함께 싣자고 했다. 카멜에 대한 서류철은 얇았다. 소문과 전설은 많았지만, 정작 중요한 얘기는 거의 없었다. 그랜섬은 교황, 영국 외교관, 독일 은행가, 이스라엘 군인들 습격에 대해 언급했다. 이제 백악관의 비밀 소식통, 아주 믿음직하고 신뢰할 만한 소식통에 따라, 카멜은 로젠버그와 젠슨 두 판사의 살해 용의자가 되었다.               (P191)  

   

“어디 봅시다, 샌 곳을 찾고 싶어하는군요.” 

바가 먼저 말을 시작했다. 

“어떤 면에서는 그렇네, 이 그랜섬이라는 기자를 24시간 따라다니면서 그랜섬이 누구와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냈으면 좋겠어. 그 기자는 정말 좋은 자료를 얻고 있는데, 난 그게 우리한테서 나가는 게 아닌가 걱정이야.”

“판지처럼 새는군요.”

“우리한테도 약간의 문제가 있지. 하지만 카멜 이야기는 의도적으로 흘린걸세. 내가 직접 만든거야.”

바가 그 말에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너무 깨끗하고 안성마춤이더군요.”            (P206)   

  

“카멜은 마흔에서 마흔다섯 사이입니다. 별로 많은 나이는 아니죠. 하지만 카멜은 열다섯 살 때 레바논 장군을 죽였습니다. 따라서 아주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지요. 알겠지만, 이건 모두 전설입니다. 카멜은 양손, 양발, 자동차 열쇠, 연필 등 무엇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습니다. 카멜은 모든 무기를 쓸줄 아는 전문 저격수로 12개국어를 하지요. 이런 이야기는 다 들어 보았죠, 그렇죠?” 

“그래, 하지만 재미있군.”

“좋습니다. 아마 카멜은 세상에서 가장 능란하고 값비싼 암살범일 겁니다. 옛날에는 일개 테러리스트에 불과했죠. 하지만 카멜은 그저 폭탄이나 던지고 있기에는 너무 재능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고용 암살범이 된거죠, 이제 좀 나이가 들었고, 단지 돈을 위해 죽입니다.”        (P207)     


“그레이라고 불러요, 괜찮죠? 그랜섬이라고 하지 말고,”  

“좋으실 대로, 하여간 내가 아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는 어떤 힘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내가 당신한테 말하면, 당신은 그것 때문에 죽을 수도 있어요. 난 이미 시체들을 봤어요. 알았죠, 그레이? 난 폭탄이 터지고 총이 발사되는 것도 봤어요. 난 어제 한 사람의 뇌를 봤어요. 난 그가 누군지, 왜 죽었는지도 몰라요, 그가 펠리컨 브리프에 대해 알고 있다는 걸 제외하면요. 난 그 사람이 내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난 내 목숨을 걸고 그 사람을 신뢰했어요. 그런데 쉰 명의 사람들 앞에서 머리에 총을 맞은 거예요. 그 사람이 죽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 사람이 내 친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오늘 아침에 신문을 보고는, 난 그 사람이 분명히 내 친구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누가 그 사람을 죽인 겁니까?”

“여기 와서 얘기하도록 하죠.”

“좋아요, 다비.”

“한 가지 더 말해 둘 것이 있어요. 난 당신한테 내가 아는 모든 것을 말해 줄 거예요. 하지만 절대 내 이름은 사용하면 안돼요. 난 이미 적어도 세 사람을 죽게 만든 브리프를 썼어요. 그리고 다음은 내 차례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어요. 하지만 난 더 이상 문제가 생기는 건 바라지 않아요. 난 항상 신원 불명으로 남아 있겠어요. 괜찮겠죠, 그레이?”              (P292-293)   

  

수백 년에 걸친 조용하면서도 거대한 자연의 전투가, 장차 루이지애나가 될 해안을 따라 거침없이 벌어졌다. 그것은 영토를 위한 전투였다. 최근까지 그 싸움에 인간이 개입된 적은 없었다. 남쪽에서는 바다가 조수와 바람과 홍수를 무기로 내륙으로 밀고 들어왔다. 북쪽에서는 미시시피 강이 민물과 퇴적물을 끝없이 운반해 옴으로써 늪지대를 무성하게 번성시키는 데 필요한 흙을 공급해 주었다. 만(灣)의 짠물은 해안을 부식시키고 늪지대를 이루고 있던 풀들을 죽임으로써 민물 늪지대를 부식시켜 버렸다. 강은 대륙 절반의 물을 빼 버리고 그 흙을 루이지애나 아래쪽에다 처분함으로써 바다의 공격에 응답했다. 강은 천천히 일련의 기다란 퇴적물 삼각주들을 형성해 갔으며, 이번에는 그 삼각주들이 결국 강의 길을 막아 강의 진로를 다시 바꾸게 만들었다. 푸르른 습지대는 삼각주들에 의해 형성되었다. 

그것은 자연의 힘들이 확고하게 통제력을 장악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상호 주고 받는 투쟁이었다. 막강한 강으로부터 지속적인 흙의 보충이 이루어짐에 따라, 삼각주들은 만에 대항하여 자신의 영토를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확장되어 나가기까지 했다. 

늪지대는 자연 진화가 이루어낸 경이였다. 기름진 퇴적물을 먹이로 사용하여 늪지대는 삼나무와 참나무가 우거진 푸르른 천국, 물옥잠과 갈대와 부들이 빽빽하게 자라났다. 물은 가재, 새우, 굴, 적어, 넙치, 전갱이, 잉어, 게, 악어로 가득 찼다. 해안의 평원은 야생 동물의 성지였다. 수백 종의 철새들이 보금자리를 틀기 위해 이곳으로 찾아왔다. 

습지대는 광활하고 풍요로웠으며 풍부했다. 

그러던 1930년, 석유가 발견되면서 그때부터 자연에 대한 강간이 자행되었다. 석유회사들은 그 풍요한 부의 지대에 도달하기 위해 만 마일에 이르는 운하를 준설했다. 그들은 연약한 삼각주의 살을 단정하고 잘게 썰어, 작은 도랑들로 가로 세로 금을 그어 놓았다. 그들은 늪지대 역시 잘게 썰어 띠로 만들어 버렸다. 

그들은 구멍을 파고 석유를 발견했으며, 미친 사람들처럼 그곳에 이르기 위한 운하를 준설했다. 그들이 판 운하들은 만의 짠물이 들어갈 수 있는 완벽한 도관이 되었으며, 그 결과 짠물이 늪지대를 잠식해 들어갔다. 

석유가 발견된 이래로 수만 에이커의 습지대가 바다에 의해 삼켜졌다. 지금도 매년 60평방마일의 루이지애나가 사라지고 있다. 14분마다 1에이커의 땅이 물밑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P307-308)     

석유회사는 빅터 매티스가 소유하고 있었다. 그는 라파이에트에서 온 케이전(Cajun, 아카디아 출신 프랑스 인의 자손인 루이지애나 주의 주민)으로 남부 루이지애나에서 석유를 시추하면서 엄청난 재산을 모으고 날리고 하던 사람이었다. 1979년에 매티스는 졸지에 부자가 되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유전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돈에도 접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매티스는 재빨리 자신이 주요한 유전을 개발했다는 사실을 확신했다. 그리고 매티스는 뚜껑을 씌워 놓은 구멍들 주위의 땅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유전판에서는 비밀이 아주 중요하지만, 또 그만큼 지키기도 어렵다. 매티스는, 만일 자기가 너무 많은 돈을 뿌려 댄다면 곧 그의 새로운 금광 주위에 사람들이 미친 듯이 몰려들어 구멍을 파리란 것을 알았다. 매티스는 무한한 인내심과 계획성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에, 쉽게 조금 버는 돈에는 고개를 저었다. 매티스는 그 모두를 가지기로 결심했다. 매티스는 변호사 및 다른 자문들과 비밀리에 의논하여, 무수한 회사들의 이름으로 주위의 땅을 조직적으로 사들이는 계획을 세웠다. 그들은 새로운 회사들을 설립했으며, 그의 옛 회사들을 사용하기도 하고 경쟁하는 회사들의 전체나 부분을 사들이기도 하면서 땅을 얻는 사업에 착수했다.          (P309)  

   

매티스는 다시 돈을 뿌림으로써, 연약한 늪지대와 삼나무 늪지에 구멍을 뚫어나갈 공식 허가를 받게 되었다. 계획은 놀라울 정도로 착착 진행되어, 빅터 매티스는 10억 달러의 돈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되었다. 아니 20억이나 30억일 수도 있었다. 

그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운하 준설과 유전 굴착을 막아야 한다는 소송이 제기된 것이다. 원고는 단지 녹색재단이라고만 알려진 별로 들어 보지도 못한 환경단체였다.         (P310)     


녹색재단으로서는 다행스럽게도, 새로운 유전의 중심부에는 오랜 세월동안 물새들의 자연 피난처 구실을 해온 고리 모양의 늪지대가 있었다. 물수리, 해오라기, 펠리컨, 오리, 학, 거위 등등의 많은 새들이 그곳으로 이주해 와 살고 있었다. 루이지애나 주는 그 땅에 대해서는 항상 친절한 태도를 보여 주지 않았지만, 동물들에 대해서는 약간 더 동정심을 보여 주어 왔다. 언젠가 평균적인, 그리고 바라건대 평범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배심원들에 의해 평결이 내려질 것이었기 때문에, 녹색재단 변호사들은 새 문제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펠리컨이 영웅이 되었다. 30년 동안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DDT와 다른 방충제들에 의해 오염되는 가운데, 루이지애나 갈색 펠리컨은 멸종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너무 늦긴 했지만, 펠리컨은 위험에 처한 종으로 분류되어 높은 수준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녹색재단은 이 훌륭한 새를 증인으로 삼아, 전국의 여섯 명의 전문가들로 하여금 펠리컨 대신 증언하도록 명단을 제출했다.               (P312)     

녹색재단은 재판에서 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석유회사들은 수백만을 썼으며, 어차피 가는 회초리로 곰을 때리기는 힘든 일이었으니까. 다윗이 잘하긴 했지만, 이길 확률은 골리앗한테 더 많은 것이니까. 배심원들은 공해와 습지대 생태계의 허약함에 대한 음산한 경고에는 별 감명을 받지 않았다. 석유는 돈을 뜻했으며 사람들은 일자리를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판사는 두 가지 이유에서 굴착 금지 명령을 존속시켰다. 첫째로, 판사는 녹색재단이 연방에 의해 보호받는 종인 펠리컨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입증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째로, 녹색재단이 항소할 것은 누구한테도 분명했기 때문에 아직 일이 끝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P313)     

콜은 재선 문제를 미치도록 걱정하고 있었다. 매티스 같은 주요 헌금자와 관련된 스캔들은 참혹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대통령과 알고 지내며 수백만의 돈까지 건넨 사람, 그런 사람이 석유를 거두어 들이기 위한 목적으로 대법원 판사 두 명을 살해했다. 그의 친구인 대통령이 더 합리적인 사람들을 대법원에 앉히도록, 민주당 쪽에서는 환호성을 지르며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이고, 의회의 모든 위원회들이 청문회를 열 것이다. 모든 신문이 1년 동안은 매일 그 기사를 실을 것이다. 법무부는 수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고, 콜은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젠장, 대통령을 제외한 백악관의 모든 사람들이 물러나야 할 것이다. 

정말 끔찍한 악몽이었다.                 (P351-352)     

“루이지애나 주 별명이 펠리컨 주라는 것 알아요?”

다비가 눈을 감은 채 물었다. 

“아니, 그건 몰랐는데.”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에요. 갈색 펠리컨들은 1960년대 초에 완전히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죠.”

“펠리컨들이 어떻게 되었길래?”

“농약이에요. 펠리컨들은 물고기만 먹어요. 그런데 물고기들은 농약에서 나오는 염소화 탄화수소(환경 오염 물질 중 가장 오래 남는 살충제)로 가득 찬 강물에서 살고 있어요. 흙에 있던 농약은 비에 씻겨 내려 작은 냇물로 옮겨가고, 그 냇물은 다시 강들로 흘러가고, 그 강들은 결국 미시시피 강으로 흘러 들어가죠. 루이지애나의 펠리컨들이 물고리를 먹게 되면, 펠리컨들의 몸에는 새의 지방 조직에 축적되는 DDT와 다른 화학 물질들이 쌓이게 되죠. 그렇다고 곧장 죽는 경우는 드물어요. 그러나 굶주림이나 나쁜 날씨가 계속되는 경우같이 어려운 환경이 계속되면, 펠리컨과 독수리와 가마우지들은 자기 몸에 비축해 둔 것을 끌어내 먹을 수밖에 없죠. 그러면 문자 그대로 자기 몸뚱이의 지방에 의해 독에 오염되는 일이 생기는 거예요. 설사 죽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체로 재생산을 못하게 되죠. 알이 너무 얇고 약해서 알을 품는 중간에 깨져버리고 마는 거예요. 이런 거 알았어요?”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60년대 말, 루이지애나는 남부 플로리다에서 갈색 펠리컨들을 옮겨 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몇 년 동안 펠리컨의 수는 천천히 증가했죠. 그러나 그 새들은 여전히 아주 큰 위험에 처해 있어요. 40년 전에는 수천 마리가 있었어요. 매티스가 파괴하고 싶어하는 삼나무 늪지대는 이제 수십 마리밖에 안 남은 펠리컨들의 보금자리예요.”               (P426-427)    

 

“그게 뭡니까?” 

그랜섬은 가능한 한 차분하게 물었다. 

“열쇠였어요.”

그랜섬은 목에 뭐가 걸린 기분이었다. 

“무슨 열쇠요?”

“다른 개인 금고요.”

“어느 은행이오?”

“컬럼비아 제일은행요. 우린 그 은행과 거래를 한 적이 없어요.”

“알겠습니다. 부인은 그 다른 개인 금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계셨군요?”

“몰랐죠. 토요일 아침까지는요. 난 어리둥절했어요. 아직도 그래요. 하지만 원래 가지고 있던 개인 금고에서 법률적인 문서들은 다 찾아냈으니까. 그걸 또 확인해 볼 이유는 없잖아요. 난 그럴 생각이 나면 한번 들러 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내가 대신 확인해 드릴까요?”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어요. 거기서 그랜섬 씨가 찾던 걸 발견하시면 어쩌겠어요?”

“난 내가 뭘 찾고 있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남기신 게, 말하자면, 뉴스의 갗가 있는 것이라면 어쩌지요?”

“사용하세요.”

“아무런 조건 없이요?”

“하나 있어요, 만일 그게 어떤 식으로든 남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면 사용할 수 없어요.”

“그러지요, 맹세합니다.”

“언제 열쇠가 필요하세요?”

“지금 손에 가지고 계십니까?”

“네.”

“현관에 나와 서 계시면, 약 3초 뒤에 그리고 가지요.”               (P442-443)     


모건은 섬뜩한 작별 인사로 끝을 맺었다. 

“난 누가 이 테이프를 보게 될지 모릅니다. 어차피 난 죽었을테니까, 그건 사실 중요한 일이 아니겠죠. 난 이걸 보시는 분들이 이걸 매티스와 그의 더러운 변호사들을 잡는 데 사용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만일 이 테이프를 보고 있는 게 그 더러운 변호사들이라면, 모두 곧장 지옥으로 떨어지길.”

그랜섬은 테이프를 꺼냈다. 그는 두 손을 비비며 모인 사람들을 향해 웃음을 지었다. 

“자, 여러분, 우리가 충분한 입증 자료를 가져온 겁니까, 아니면 더 필요합니까?”        (P463-464)     

“CIA는 그렇게 빠르게 움직였는데, 왜 그쪽은 안 그랬죠?” 

다비가 물었다. 

“당연한 질문이오. 우리는 그 브리프를 그렇게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CIA의 반만큼도 모르고 있었소, 맹세하는데, 브리프는 너무 빗나간 얘기 같았고, 또 열두어 명의 다른 용의자들도 있었소. 우리는 브리프를 과소 평가했지, 그렇게 단순한 이유였소. 게다가 대통령이 우리한테 손을 떼라고 요청했지. 사실 그 요청을 들어 주는 건 쉬운 일이었던 것이, 난 매티스라는 이름은 처음 듣는 거였단 말이오. 손을 떼지 않을 이유가 없었지, 그런데 내 친구 개빈이 살해당한거요. 그래서 병력을 보낸거지.”

“왜 콜이 즈민스키한테 브리프를 주었을까요?”

그랜섬이 물었다. 

“브리프 때문에 겁이 난거요. 그리고 사실, 그것이 우리가 브리프를 백악관으로 넘긴 이유이기도 했소. 즈민스키는 음........, 다름 아닌 즈민스키 아니오. 그는 때때로 법이나 그런 작은 장애는 무시하고 자기 식대로 일을 하지, 콜은 그 브리프를 확인하고 싶었던거요. 즈민스키가 빠르고 조용하게 일을 처리해 줄 것으로 생각한거지.”             (P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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