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의뢰인> 1994년
1994년, <타임 투 킬>과 마찬가지로 조엘 슈마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수잔 서랜든, 토미 리 존스 주연으로 영화화되었다.
마크는 열한 살이었다. 지난 2년간 이따금씩 담배를 피워왔다. 한 번도 끊으려고 해본 적은 없었지만, 인이 박이지 않도록 조심하기는 했다. 마크는 아버지가 피우던 쿨을 더 좋아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버지니아 슬림스를 하루에 두 갑씩 피웠다. 마크는 어머니의 담배를 보통 1주일에 열한두 개비씩 슬쩍할 수 있었다. 마크의 어머니는 많은 문제를 떠안고 사는 바쁜 여자였지만, 두 아들에 대해서는 좀 순진한 태도를 지니고 있었던 셈이다. 열한 살짜리 자신의 장남이 담배를 피우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으니까.
때때로 두 블록 건너편에 사는 비행 소년 케빈이 말보르를 한 갑씩 훔쳐와서 마크에게 1달러에 팔기도 했다. 그러나 마크는 대부분, 어머니의 비쩍 마른 것 같은 가느다란 담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오후였다. 마크는 호주머니에 버지니아 슬림스 네 개비를 넣고, 여덟 살 난 동생 리키를 데리고 트레일러 단지 뒤쪽에 나 있는, 숲으로 통하는 좁은 길을 걷는 중이었다. 리키는 눈앞에 닥친 일 때문에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첫 흡연의 순간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키는 어제 마크가 구두 상자에 담배를 감추는 것을 목격하고, 만일 형이 담배 피우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으면 엄마한테 이르겠다고 협박했었다. 형제는 숲속의 좁은 길을 따라 살금살금 걷고 있었다. 마크가 담배를 빨았다가 동그란 연기를 그려보려고 애쓰던 곳, 혼자 많은 시간을 보냈던 비밀 장소로 가는 중이었다.
동네 아이들은 대부분 맥주와 마약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마크는 이 두 가지 악(惡)만큼은 피하겠다고 결심했다.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두 아들과 아내를 두들겨 패곤 했다. 매질이 끝난 후에는 늘 맥주를 퍼마셨었다. 그 과정을 통해 마크는 알코올이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을 보고 느꼈다. 마크는 마약 또한 두려워했다. (P5-6)
“네가 알 바 아니야, 알았어, 꼬마야? 난 미친 거야. 알았어? 완전히 가버린 거지. 난 조용히, 멋지게 자살할 계획을 짰어. 나와 내 호스, 그리고 필요하면 알약 몇 개와 위스키. 이걸로만 끝낼 작정이었지. 아무도 날 찾고 있지 않아. 그런데 너 같은 꼬마가 잘난 척 끼어들다니, 이 나쁜 놈!”
남자는 권총을 내리더니 조심스럽게 의자에 올려놓았다. 마크는 이마의 혹을 문지르며 입술을 깨물었다. 손이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 마크는 두 손을 다리 사이에 넣어 지그시 눌렀다.
“우리는 오 분 후면 죽게 될 거다.”
남자가 술병을 입으로 들어올리며 무슨 공식 발표를 하듯 말했다.
“너와 나 단둘이. 이봐, 친구, 우린 마술사를 보러 가는 거야.” (P24-25)
“그 시체는 어디 있는 거예요?”
로미는 코웃음을 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목소리가 아주 작아 알아듣기도 힘들었다.
“보이드 보예트의 시체? 대단한 질문이로군. 임기 중에 살해된 첫 미합중국 상원이원, 대단하지 않냐? 그 상원의원은 내 친애하는 의뢰인, 칼날 배리 멀다노에 의해 살해당했지. 칼날 배리는 상원의원의 머리에 네 방을 쏘고 시체를 감추었지. 시체가 없으니 사건이 성립되지도 않아. 이해하겠니, 꼬마야?”
“잘 모르겠는데요.” (P33)
뚱뚱한 변호사가 입에 총을 물고 누워 있는 광경. 신발 한 짝은 벗겨진 채, 아마 아직도 피를 흘리고 있겠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러나 말똥가리들이 그 시체를 찢어발기는 광경은 더 끔찍했다. 마크는 수화기를 들었다. 911을 누르고 목청을 가다듬었다.
“음..... 죽은 사람이 있습니다. 숲에요. 그, 그러니까, 누가 와서 데려가야 합니다.”
마크는 가능한 한 저음으로 말했다. 그러나 말을 내뱉을 때부터 어른 목소리로 위장한다는 것이 가망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숨이 가빠졌다. 이마의 혹이 욱신거렸다.
“전화하는 분은 누구시죠?”
여자 목소리였다. 로봇의 목소리 같았다.
“그건 말하고 싶지 않은데요.”
“야, 우린 네 이름을 알아야 해.”
‘이런, 내가 아이라는 걸 들키고 말았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내 나이보다 더 어리다고 짐작하면 곤란한데.......’ (P54)
“생각해 보게, 래리. 자네는 변호사라고 해보세. 물론 그런 끔찍한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자네는 미합중국 상원의원을 살해한 살인자를 대리하고 있네. 그 살인자가 자기 변호사인 자네에게 어디다 시체를 감추었는지 말했다고 해보세. 따라서, 이 세상에서 오직 두 사람만이 그 비밀을 알고 있는 걸세. 그런데 변호사인 자네가 흥분을 해서 자살을 결심했네, 그리고 계획을 짰어. 자네는 자네가 죽게 될 것을 알고 있네. 알약, 위스키, 총, 호스까지 다 준비했네. 그리고 집에서 다섯 시간 떨어진 곳까지 차를 몰고 가서 자살하네. 자, 자네 같으면 다른 사람한테 그 비밀을 이야기해 주었겠나?”
“어쩌면요, 잘 모르겠습니다.”
“가능성은 있지, 안 그런가?”
“약간의 가능성이 있지요.” (P85)
“그렇습니다. 필체도 엉망이고 잉크도 떨어졌으니까요. 하지만 전문가도 똑같이 말합니다.‘마크, 마크, 어디에.’ 전문가 말에 따르면, 클리퍼드가 이것을 쓰려고 할 때는 술이나 약에 취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우린 차에서 펜을 찾아냈습니다. 싸구려 빅 펜이죠. 틀림없이 그 펜으로 쓴 겁니다. 클리퍼드에게는 마크라는 이름의 자식도, 조카도, 형제도, 삼촌도, 사촌도 없습니다. 가까운 친구들을 조사해 보았습니다만, 비서 말로는 가까운 친구가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마크라는 사람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럼 그게 무슨 뜻이란 말이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몇 시간 전, 마크 스웨이는 하디라는 이름의 멤피스 경찰관과 함께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가는 도중에, 마크는 무심코 로미가 말했다든가, 로미가 무슨 일을 했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내뱉었다고 합니다. 로미, 클리퍼드의 비서 말에 따르면 로미는 제롬의 애칭입니다. 비서 말로는, 클리퍼드를 제롬으로 부르는 사람보다 로미라고 부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는 겁니다. 클리퍼드가 직접 말해 주지 않았다면 그애가 어떻게 그 애칭을 알았을까요?”
폴트리그는 입을 벌린 채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폴트리그가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시오?”
“글쎄요. 내 생각은, 클리퍼드가 자살하기 전에 그 아이가 차 안에 있었다는 겁니다. 지문이 그렇게 많은 걸 보면 꽤 오래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아이와 클리퍼드는 무슨 이야기를 했겠죠. 그러고 나서 어떤 시점에서 아이가 차를 떠났고, 클리퍼드는 유서에 뭔가 덧붙이려고 한 다음, 자살을 한 겁니다. 아이는 겁을 집어먹고 있습니다. 그 아이의 동생은 쇼크를 받은 상태입니다. 그 정도입니다.” (P120-121)
“만일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면, 그걸 다른 사람에게 말할 거예요?”
마크가 물었다.
“물론 안 그러지. 면책 특권이라는 게 있어. 비밀은 보장돼.”
“그게 무슨 뜻이에요?”
“네가 말하라고 하지 않는 한, 너한테 들은 얘기를 내가 절대 남한테 말하지 않는다는 뜻이지.”
“절대로요?”
“절대로. 그건 의사나 목사에게 말하는 것과 같은 거란다. 우리의 대화는 비밀이고, 신뢰로 이루어지는 거지. 이해하겠니?” (P143)
“그게 어디 있는지 나한테 말하고 싶니?”
마침내 레지가 물었다.
“내가 그렇게 하기를 바라세요?”
“무서워요. 다른 사람이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아는 걸 바라지 않아요. 로미는 자기 의뢰인이 많은 사람을 죽였고, 또 로미 자신도 죽일 거라고 했어요. 만일 그 사람이 많은 사람을 죽였고, 또 만일 그 사람이 내가 비밀을 안다는 걸 알면, 그 사람은 나를 쫓아올 거예요. 그리고 만일 내가 이 이야기를 경찰한테 하면, 그때도 그 사람은 틀림없이 나를 쫓아올 거예요. 그 사람은 마피아예요. 그게 정말 무서워요. 레지라면 안 무섭겠어요?”
“무서울 것 같구나.”
“그리고 경찰은, 내가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감옥에 집어넣겠다고 협박했어요. 어쨌든 경찰은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난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내가 경찰과 FBI에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레지는 일어서서 천천히 창문으로 걸어갔다. 레지도 그 문제에 대해서는 똑 부러지는 충고를 해줄 수가 없었다. 만일 이 새 의뢰인에게 FBI 쪽에 모든 걸 털어놓으라고 충고를 하고 의뢰인이 그 충고를 따른다면, 의뢰인의 목숨은 정말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다. 의뢰인이 그것을 말해야 한다는 법은 없었다. 공무 집행 방해, 어쩌면 그게 성립할 수도 있겠지만 이 의뢰인은 어린애가 아닌가. 그들도 그녀의 의뢰인이 뭘 알고 있는지 확실히 모를 것이고, 만일 그녀의 의뢰인이 어떤 것을 알고 있다고 그들이 입증할 수 없다면 그녀의 의뢰인은 무사할 것이다.
“이렇게 하자, 마크, 나한테 그 시체가 어디 있는지 이야기하지 마라, 알았지? 어쨌든 지금은 하지 마. 나중에는 해야 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아냐. FBI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넌 한마디도 할 필요가 없어. 이야기는 내가 할 거다. 그리고 우리 둘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거야. 그 과정이 끝나면, 너하고 내가 다음에 뭘 할지를 결정하자.”
“좋아요.” (P149-150)
슬릭 모엘러는 멤피스의 어두운 그늘을 무대로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경찰보다 범죄 현장에 먼저 도착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슬릭은 시체 보관소, 병원, 흑인 장례식장을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슬릭에게는 수많은 연줄과 정보 제공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슬릭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슬릭을 믿기 때문이었다. 보도용이 아니라고 하면 보도하지 않았고, 배경 설명이라고 하면 배경 설명으로 끝났다. 정보 제공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은 결코 없었다. 제공된 정보는 철저하게 관리했다. 슬릭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거리의 깡패 두목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슬릭은 또한 도시의 모든 경찰들과 이름으로 부르는 사이였다. 경찰들 대부분이 깊은 존경심을 담아 슬릭을 두더지라고 불렀다. (P179)
로이 폴트리그는 부하들의 맹렬한 충성심을 살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사실 많은 보좌관들이 그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저 사람은 정치적 게임을 하고 있어.’ ‘속이 다 들여다뵈는 자신의 야심을 위해 사건들을 이용하고 있어.’ ‘조명을 받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좋은 일은 다 자기가 했다고 하고, 나쁜 일은 모조리 부하들만 욕해.’ ‘저 사람은 신문에 이름이나 내려고 선출직 관리들에 대해 승산도 없는 기소만 해대.’ ‘자신의 정적을 수사해서 언론에 나게 함으로써 매장시키려고 해.’ ‘법에 대한 재능이라고는, 법정에서 배심원들에게 설교나 하고 성경이나 인용하는 재주밖에 없는 정치적 창녀에 불과해.’ 폴트리그는 레이건 정권에 의해 임명을 받은 자였으며, 이제 임기를 1년 남기고 있었다. 폴트리그 밑에 있는 지방 검사보들 대부분은 날짜만 세고 있었다. 그들은 폴트리그에게 관직에 출마하라고 쑤셔댔다. 어떤 직책이든 무조건 출마하고 보라고. (P211)
“그게 뭔데요?”
마크는 물으면서 신문을 보았다. 흑백으로 나온 자신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젠장!”
“그냥 작은 기사인데 뭘. 시간 있으면 사인 좀 해줘.”
‘재미있기도 하겠어요.’
카렌은 방을 나갔다. 마크는 천천히 기사를 읽었다. 지문과 유서에 대해서는 레지가 이야기해 줘서 알고 있었다. 총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기억이 났으나 위스키 병을 만진 것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정상적인 기억력의 진행 과정이었다.
‘이건 뭔가 불공평해. 난 남의 일에는 간섭하지 않던 꼬마에 불과해. 그런데 이제 갑자기 신문 1면에 사진이 나고 사람들이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다니. 어떻게 신문이 자기들 마음대로 옛날 연감에 있는 사진을 찾아내어 실을 수 있지? 난 나의 하잘것없는 사생활도 보장받지 못한단 말이야?’ (P235)
뉴올리언스 신문들은 범죄 조직과 독성 폐기물 처리장의 연관을 캐는 일을 했다. 여남은 회사가 개입되었으며, 이름과 주소를 따져나간 결과, 잘 알려진 확실한 범죄 세계의 인물 몇 사람이 전면에 떠올랐다.
무대는 마련되었고, 거래는 이루어졌고, 폐기물 처리장은 승인될 찰나였다. 그때 보이드 보예트 상원의원이 한 무리의 연방 단속자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보예트는 여남은 개의 부서에서 조사를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매주 기자 회견을 열었다. 남부 루이지애나 전역에서 연설을 했다. 폐기물 처리장 옹호자들은 다 달아나 숨어버렸다. 기업들은 ‘논평 없음’이라는 쌀쌀한 말만 내보냈다. 보예트는 그들의 목에 밧줄을 걸고 있었으며 아주 즐겁게 그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보예트가 사라졌다. (P250)
“우린 원할 때면 언제든지 기소를 취하할 수도 있지 않나.”
이것이야말로 로이 폴트리그가 좋아하는 특별 요리였다. 기소를 하고, 기자 회견을 열고, 온갖 협박으로 피고를 두들겨 패고, 타협을 하고, 그리고 1년 후에 조용히 기소를 취하하는 것. 폴트리그는 7년 동안 그런 일을 수도 없이 해왔다. 그러나 폴트리그는 이 특별 요리를 먹다가 몇 번 체한 적도 있었다. 피고와 변호사가 협상을 거부하고 재판할 것을 고집할 경우였다. 그러나 그럴 때면 폴트리그는 다른 더 중요한 기소 사건으로 너무 바빠, 그 사건은 젊은 지방 검사보에게 떠넘겨졌고 늘 패배하곤 했다. 그때마다 폴트리그는 사건을 맡은 검사보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심지어 로이 폴트리그의 특별 요리 때문에 초래된 재판에서 졌다는 이유로 검사 하나를 해고하기까지 했다.
“그건 B 계획이야. 좋아. 당장은 보류해 두지.” (P297)
“왜 레지는 그렇게 많은 아이들을 의뢰인으로 두나요?”
마마 러브는 계속 마크의 무릎을 두드리면서 말했다.
“대부분의 애들이 모르고 있지만, 어떤 애들에게는 변호사가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지. 그리고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돈을 버느라 너무 바빠 애들 걱정은 하지도 못해. 레지는 애들을 돕고 싶었던 거야. 레지는 자기 아이들을 잃은 게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다른 아이들을 돕고 싶어하는 거야. 레지는 어린 의뢰인들을 잘 보호해 준단다.”
“전 레지한테 별로 많은 돈을 주지 못했어요.”
“걱정 마라, 마크, 레지는 매달 적어도 두 사건은 무료로 맡는단다. 그걸 프로보노라고 부르지. 변호사가 수임료 없이 일을 한다는 뜻이야. 만일 레지가 네 사건을 원치 않았다면 아마 아예 맡지도 않았을 거야.” (P322)
해리는 손목시계를 흘끗 보았다.
“명령서에 서명하겠소. 그 아이를 바로 비행 청소년 단기 수용소로 데려와 혼자 방에 가두어두도록 하겠소. 그 아이는 죽도록 무서워할 거요. 따라서 그 아이를 부드럽게 다루어주었으면 좋겠소. 나 개인적으로도 이따 아이의 변호사에게 전화를 할 거요.”
그들은 함께 몰려서서 고맙다고 했다. 해리는 문을 가리켰다. 그들은 악수나 작별 인사 없이 빠르게 방을 나갔다. (P361-362)
“아주 간단해. 만일,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만일 루스벨트가 너에게 어떤 질문에 대해 답을 하라고 한다면, 그런데 만일 네가 거부한다면, 판사는 네가 대답을 안 하고 판사에게 불복종한 것을 법정 모욕으로 간주할 수가 있어. 나도 이제까지 열한 살짜리 아이가 법정 모욕죄에 걸렸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 하지만 네가 어른인데 판사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면 넌 법정 모욕죄로 감옥에 가게 돼.”
“하지만 전 아이잖아요.”
“그래, 하지만 네가 질문에 대한 답을 거부하면 널 마음대로 다니도록 허락할 것 같지는 않구나. 마크, 법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분명해. 범죄 수사에 핵심적인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은 위협받는다는 걸 느낀다고 해서 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거부할 수 없어. 바꾸어 말하면 너나 네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두렵다고 해서 입을 다물고 있을 수는 없다는 거야.” (P410)
“법정에서 거짓말을 할 수는 없어, 마크.”
레지는 자기가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진지함을 담아 말했다. 레지는 이 불가피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시간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레지도 ‘그래! 그거야! 거짓말을 해, 마크, 거짓말을 하란 말이야!’ 하고 말하고 싶어 미칠 것 같은 심정이었다.
레지는 배가 아팠다. 손이 떨릴 정도였다. 그러나 레지는 단호했다.
“난 네가 법정에서 거짓말하는 걸 허락할 수가 없어. 선서를 하고 나면, 넌 반드시 진실만을 이야기해야 돼.”
“그럼 레지를 고용한 건 실수였군요. 안 그래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에요, 실수였어요. 레지는 저더러 진실을 말하라고 해요. 하지만 이 경우에는 그 진실 때문에 제가 죽을 수도 있어요. 만일 레지만 없다면 전 들어가서 약간의 거짓말을 할 거고, 어머니와 리키와 저는 모두 안전할 거예요.”
“원한다면 날 해고해도 좋아. 법정에서 다른 변호사를 지명해 줄 거야.” (P414)
라포셰 패리시의 폐기물 처리장은, 슐라리 가문에게는 수백만 달러의 가치가 있었다. 슐라리의 계획은 뉴올리언스의 폐기물 대부분을 그곳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보예트 상원의원은 예상치 못한 적이었다. 보예트의 기괴한 짓은 폐기물 처리장에 대한 수많은 반대 여론을 불러 일으켰으며, 자기 이름이 활자화되는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보예트는 더욱 미치광이가 되어갔다. 보예트는 연방 차원의 조사를 시작했다. 보예트는 여남은 명의 환경보호청 관리들을 불러들였는데, 그들은 엄청난 양의 조사를 준비하고 있었으며, 그 대부분은 폐기물 처리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이었다. 보예트는 워싱턴에서 법무부를 쫓아다녔다. 마침내 법무부에서는 조직 범죄단이 개입되었다는 주장에 대해 독자적으로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보예트 상원의원은 조니 슐라리의 금광에 가장 거대한 장애물이 되었다.
보예트를 해치우자는 결정이 내려졌다. (P536-537)
“하지만 전 모험을 할 수 없었어요. 제 말은, 제가 경찰관들한테 모든 것을 말해 경찰이 로미가 말한 바로 그 장소에서 시체를 찾았다면 어떻게 되었겠느냐 하는 거예요. 다 좋아했겠죠. 하지만 마피아는? 저한테 무슨 일이 생길지 누가 알겠어요. 그리고 만일 제가 경찰에 모든 얘기를 다 했는데, 로미가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시체가 없었다면 어쩌겠어요? 저는 곤경에서 빠져나오는 거죠. 왜냐하면 실제로 전 아무것도 모르는 셈이니까요. 로미만 대단히 농담을 즐기는 사람이 되는 거죠. 하지만 그건 위험이 무척 컸어요.”
마크는 반 마일 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비치 보이스의 <캘리포니아 소녀들>, <그래서 나는 영감을 얻었어요>가 흘러나왔다.
이제 레지도 영감을 얻을 수가 있었다.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간신히 오른쪽 차선의 하얀 선들 사이로 바퀴를 굴려갈 수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고?”
레지가 초조하게 물었다.
“로미가 거짓말을 했는지 아닌지를 확인해야 할 것 같아요.”
레지는 메마른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네 말은, 가서 시체를 찾자는 거니?”
“바로 그거예요.” (P582-583)
멀다노는 약간 몸을 똑바로 하고 다시 다리를 꼬았다.
“그자를 해치운 다음날, 차고에 즉시 쓸 수 있는 시멘트 여섯 포대를 갖다 놓았어요. 전 가짜 번호판이 붙은 트럭을 타고 있었고, 막노동자처럼 옷을 입고 있었죠. 아무도 보는 것 같지 않았어요. 가장 가까운 집도 30야드는 떨어져 있고, 사방에 나무가 있거든요. 전 자정에 같은 트럭을 타고 돌아가 시체를 내려놓았죠. 그리고 떠났어요. 차고 뒤에는 도랑이 있고 도랑 뒤에는 공원이 있죠. 전 나무 사이를 걷다가 도랑을 건너 차고로 숨어 들어갔죠. 얕은 무덤을 파고, 시체를 집어넣고, 콘크리트를 섞는 데 삼십 분쯤 걸리더군요. 차고 바닥은 자갈이었어요. 하얀 돌 말이에요. 전 다음날 밤 콘크리트가 마른 다음에 돌아가 거기에 자갈을 덮었어요. 클리퍼드는 낡은 보트를 한 척 가지고 있었죠. 그래서 보트를 그 위에 올려놓았어요. 떠날 때쯤에는 모든 게 완벽했어요. 클리퍼드는 알아채지 못했으니까요.”
“물론 네가 말해 줄 때까지겠지.”
“네, 제가 말해 줄 때까지는요. 그건 실수예요. 저도 인정해요.” (P614-615)
마크는 다시 문을 보았다. 뭔가 달라진 게 있었다. 마크는 다음 나무로 다가갔다. 10피트 더 전진한 셈이었다. 소리는 더 커졌다. 문은 약간 열려 있었고, 유리창은 사라져 있었다.
‘누가 있구나!’
쨍그랑! 쨍그랑! 쨍그랑!
‘누가 불을 끈 채 저기 숨어 있어. 땅을 파고 있어!’
마크는 깊은 숨을 쉬었다. 쓰레기 더미 뒤까지 기어갔다. 뒷문에서 10피트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마크는 지금까지 소리를 내지 않았다. 자신 있었다. 쓰레기 주위의 풀은 키가 더 컸다. 마크는 카멜레온처럼 그 사이를 기어갔다. 아주 천천히, 쨍그랑! 쨍그랑! 마크는 몸을 낮게 숙이고 뒷문으로 다가갔다. 가로 2피트, 세로 4피트의 썩은 판자의 들쭉날쭉한 끝이 마크의 발목에 걸렸다. 마크는 비틀거렸다. 쓰레기 더미가 소리를 내더니 빈 페인트 통 하나가 땅에 떨어졌다.
리오는 벌떡 일어나 차고 뒤쪽으로 뛰어갔다. 허리춤에 소음기가 달린 38구경을 뽑아들었다. 어둠 속을 뛰어 모퉁이에 이르자 리오는 쭈그리고 앉아 귀를 기울였다. 안에서 끌질하는 소리도 멈추어 있었다. 이오누치는 뒷문으로 밖을 살폈다. (P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