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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Jun 24. 2024

광화문에서 #4

존재와 무

두려움은 세계의 존재들에 관한 두려움이고, 불안은 자기 앞에서의 불안이다. 현기증이 불안인 것은, 내가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절벽에서 몸을 던지지 않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은 그것이 밖에서 나의 생명과 나의 존재를 변경할 우려가 있는 한, 두려움을 일으키지만, 내가 이 상황에 대한 나 자신의 반응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한, 이 상황은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공격에 앞선 준비 사격은 포격을 받는 병사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람 속에 불안이 시작되는 것은 그가 포격에 대항하여 취해야 하는 행동을 예상하려고 할 때이며, 그가 이 포격에 ‘버티어 낼’ 수 있을 것인지 자문해 볼 때이다. 마찬가지로 전쟁이 일어났을 때 자기 부대를 찾아가는 징집된 군인은 어떤 경우에는 죽음의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다시 말하면 그는 자기 자신 앞에서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사르트르, 존재와 무,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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