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옥수수밭의 아이들> 2013년
《옥수수밭의 아이들》(Children of the Corn)은 미국에서 제작된 1984년 초자연 공포 영화이다. 프리츠 키어시의 감독 데뷔작이다. 스티븐 킹이 1977년에 발표한 동명 단편 소설에 기반하였다. 피터 호턴, 린다 해밀턴, 존 프랭클린 등이 출연하였고, 도널드 P. 보처스 등이 제작에 참여하였다.
평단으로부터 엇갈린 반응을 받았으나 추종 시청자층을 얻으면서 영화 시리즈 등 프랜차이즈가 파생되었다. 속편 《옥수수밭의 아이들 2》(1992)로 이어진다.
2020년 같은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동명 리부트 극장용 영화가 제작돼 2023년 개봉하였다. 이는 옥수수밭의 아이들 영화 시리즈 열한 번째 작품에 해당하며, 얼레이나 캠포리스와 캘런 멀비 등이 출연하였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벗어난 다음부터 상황이 다시 나빠졌다. 얼마나 나빠졌냐고? 글쎄, 사실을 말하자면 끔찍했다.
“햄버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온 거예요. 맞죠?”
“그렇지.”
“개틀린까진 아무것도 없어요.” 그녀가 말했다. “30킬로미터쯤 가면 뭐가 표시돼 있기는 한데, 거기서 뭐 좀 먹을 수 있을라나? 아님, 항상 옳은 당신 계획대로 2시까지 그냥 하염없이 달려야 하는 건지도 모르죠. 어제처럼.”
그는 도로에서 눈을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 “거의 그럴 것 같아. 비키, 내 생각만 하자면 말이야. 여기서 차를 돌려 집으로 가서 당신이 만나고 싶어하는 그 변호사를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건 도무지......”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단단히 굳은 표정이 잠시 후 놀라움과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버트, 앞을 좀 봐요......”
그가 고개를 다시 돌리자마자 뭔가 자동차의 범퍼 아래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잠시 후, 브레이크로 발을 옮길 때 묵직한 물건이 앞바퀴와 뒷바퀴를 차례대로 스치는 것이 느껴졌다. 자동차가 중앙선을 따라 시커먼 타이어 자국을 남기며 급정거를 하면서 덩어리가 다시 앞으로 튀어나왔다.
“개일 거야, 개라고 말해 줘, 비키,” 그라 말했다.
그녀의 얼굴빛이 시골집에서 만든 치즈처럼 창백했다. “남자 아이였어. 작은 남자 아이. 옥수수 밭에서 갑자기 튀어나와서..... 결국 이 차가 일을 냈어.” (P439-440)
“누군가 이 아이 목을 자른 거야. 지금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몰라.”
그녀는 고개를 들고 휘둥그레진 눈으로 옥수수 밭을 쳐다봤다. 그녀의 시선이 닿는 곳까지 길게 펼쳐진 옥수수 밭은 지형에 따라 완만한 곡선을 이루었다.
“벌써 사라지고 없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서야. 자, 가서 가져와.”
아내는 어색한 자세로 차를 향해 걸어갔다. 뒤를 따르는 그림자는 이 시간에만 따라다니는 어두운 마스코트처럼 보였다. 아내가 차 안을 뒤지는 동안 버트는 소년 옆에 웅크리고 앉았다. 백인 남자, 특이한 점은 없었다. 차에 치인 것은 분명하지만, 스포츠카에 치였다고 목이 잘리지는 않는다. 아무렇게나 서툴게 자른 솜씨였다. 육박전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살인자였다. 하지만 마지막 칼질이 치명적이었다. 이 아이는 옥수수 밭을 가로질러 달렸거나, 아니면 질질 끌려 나왔을 것이다. 이미 사망한 상태였을 수도 있고,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때 버트 로브슨이 아이를 친 것이다. 자동차에 칠 때까지 살아 있었다고 하더라도, 기껏해야 삼십 초 정도 일찍 죽은 것뿐이다. (P443)
계속 들어왔던 음악 채널에서 거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서 버트는 빨간 표시를 아래로 천천히 움직였다. ‘팜 리포트’, ‘벅 오웬스’, ‘태미 위네트’. 거의 모든 방송이 멀리서 웅얼거리는 소리처럼 들렸다. 다이얼의 맨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단어 하나가 스피커에서 들렸는데, 그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마치 대시보드 아래 스피커의 바로 밑에서 누군가 소리를 지르는 것만 같았다.
“속죄!” 목소리가 울부짖었다.
놀란 버트는 불평했고 비키는 펄쩍 뛰었다.
“오직 새끼양의 피를 통해서만 우리가 용서를 받으리니!”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였다. 버트는 얼른 소리를 낮췄다. 방송국이 가까이 있다. 그렇다. 너무 가까워서..... 그래, 저기에, 지평선까지 이어진 옥수수 밭 끝에 거미 다리처럼 생긴 빨간 삼각탑이 보였다. 라디오 송출탑이었다.
“‘속죄’가 진정 중요한 말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이제 대화조로 바뀐 목소리가 말했다. 조금 멀리서 여러 목소리가 함께 “아멘.” 하는 소리가 들렸다. “세상으로부터 도피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치 세상의 추악함에 물들지 않고도 충분히 일하고 맘 편히 걸어 다닐 수 있다는 듯이 말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가르치는 것이 이런 것입니까”
여러 목소리가 대답했다. “아닙니다!”
“성스러운 예수님!” 전도사가 소리쳤고, 이제 청중들의 목소리도 강하고 힘차게 울렸다. 마치 운전 중에 듣는 록 음악의 비트처럼 느껴졌다. “그것이 바로 죽음의 길임을 언제 알게 될까요? 현세에서의 삶은 저승에서 보상받게 마련임을, 아, 아, 주님께서는 당신의 집에는 방이 많다고 하셨지만, 거기에도 간음한 자를 위한 방은 없음을, 욕심 많은 자를 위한 방은 없음을, 옥수수를 해친 자를 위한 방도 없고, 동성애자를 위한 방도 없으며....” (P446-447)
옥수숫대를 엮어서 만든 십자가상이었다. 바짝 마른 옥수숫대에 옥수수 수염으로 짧은 옥수수 속대를 묶어 만든 물건이었다. 알갱이는 거의 다 떨어진 상태였는데, 모양으로 봐서 주머니칼로 하나씩 조심조심 뜯어낸 것 같았다. 남은 알갱이들이 엉성하게나마 노란 부조(浮彫) 십자가상을 표현했고, 옥수수 알갱이로 된 눈은 제자들을 쳐다보듯 먼 곳을 응시했다. 쭉 펼친 팔이나 다리 역시 맨발로 죽음을 맞이한 최후의 예수의 모습이었다. 조각처럼 하얀 옥수수 속대로 네 글자가 적혀 있었다. INRI(유대인의 왕 나사렛 예수라는 뜻의 라틴어 약자).
“대단한 장인 정신인데.” 그가 말했다.
“불길해.” 아내가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버려요.”
“비키, 경찰서에서 필요할지도 몰라.” (P449)
비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높은 음조의 웃음소리 때문에 버트는 히스테리를 일으킬 것만 같았다.
“뭐가 그렇게 우습지?”
“표지판 말이야.” 아내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못 봤어요? ‘성경가’라고 이름 붙인 거. 진심인가 봐, 오, 세상에. 저기 또 있네.” 히스테리성 웃음이 다시 나왔다. 아내는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각각의 표지판에는 한 단어만 적혀 있었다. 모래 위에 세운 흰색 지지대에 걸린 표지판이었다. 꽤 오래전에 설치한 것처럼 보였고 흰색 페인트는 색이 바랬다. 버트는 25미터 정도의 간격으로 세워진 그 표지판들을 읽어 보았다.
낮에는........ 구름이........ 밤에는......... 불기둥이........ (P450)
“지금 마을 한가운데 있는데, 자동차가 한 대도 없잖아요! 단 한 대도!”
“그랜드아일랜드는 110킬로미터나 더 가야 돼. 거기까지 시체를 가지고 가는 건 말이 안 되잖아.”
“그게 무슨 상관이야.”
“이봐, 법원까지만 가자, 그 다음에........”
“싫어요!”
바로 이것이다. 빌어먹을, 이런 것, 우리 결혼이 깨질 수밖에 없는 이유. 요약하자면 결국 이런 것이 문제였다. ‘싫어 안 해.’, ‘못 하겠어요.’ 좀더 심한 경우에는 ‘내 마음대로 못 하게 하면 그냥 죽어 버릴 거야.’ 같은 말들.
“비키.” 그가 말했다.
“여기서 나가고 싶어요, 버트.”
“비키, 좀 들어 봐.”
“차 돌리고 그냥 가요.”
“비키, 그만 좀 해!”
“차를 돌리면 그만할게. 그러니까 이제 가요.”
“트렁크에 아이 시체가 있잖아!” 그가 소리쳤다. (P453-454)
하지만 여기에는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비슷한 냄새였지만 바로 그 냄새는 아니었다. 병적인 습기가 느껴지는 냄새. 죽음의 냄새라고까지 할 수 있었다. 베트남에서 의무병으로 복무했던 그는 그게 어떤 냄새인지 잘 알았다.
비키는 아무 말 없이 차에 앉아서 옥수수 십자가상을 무릎에 놓고 물끄러미 쳐다봤다. 넋을 잃은 것 같은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거 내려놔.”
“싫어요.” 아내는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당신은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나는 나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야.”
기어를 넣고 차를 몰아 모퉁이를 돌았다. 죽은 신호등이 머리 위에서 살랑살랑 흔들렸다. 왼쪽에 깔끔한 흰색 교회가 보였다. 잔디가 정리되고, 꽃들이 단정하게 현관 입구까지 심어져 있었다. 버트는 차를 세웠다.
“뭐하는 거예요?”
“가서 살펴봐야지. 10년쯤 된 먼지가 없을 것 같은 건물은 여기 밖에 없잖아. 그리고 가서 설교단도 좀 봐야겠어.”
아내가 돌아봤다. 잔디밭에 하얀 글씨가 적혀 있었다. ‘고랑 뒤를 걷는 분의 권능과 자비.’ 1976년 7월 24일 쓴 글씨였다. 지난 주 일요일이다. (P458-459)
이번에는 ‘침례교(BAPTIST)’라는 글자를 만들어 봤다. ‘RAG EC’가 남았다. 두 글자를 바꾸니 ‘은혜(GRACE)’가 만들어졌다. ‘은혜로운 침례교회 GRACE BAPTIST CHURCH’. 건물 앞에 붙어 있어야 할 글자들이었다. 사람들은 이 글자를 뜯어서 한쪽 구석에 아무렇지도 않게 처박아 둔 후에 건물을 다시 색칠했는지, 이제는 붙어 있던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왜?
더 이상 은혜로운 침례교회가 아니었다. 그게 이유인 셈이었다. 그럼 이 교회는 어떤 종파일까? 웬지 모르게 두려운 생각이든 그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손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이 사람들은 왜 글자들을 뜯어냈을까? 장소를 ‘플립 윌슨의 시사 교회’(영국 BBC 방송국의 코미디쇼 제목)로 옮기기라도 한 걸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먼지를 마저 털고 나서 안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다. 교회 뒤쪽. 본당에 들어서니 두려움이 심장을 옥죄는 것만 같았다. 숨을 들이켰지만 이곳의 침묵 속에선 그 소리마저 크게 들렸다. (P461-462)
1964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다. 종교와 관련된 무슨 일이. 그리고 옥수수와...... 어린아이들까지.
‘주여, 곡식에 당신의 축복을 내려 주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그러고는 칼을 쳐들고 어린 양을 바친다....... 과연 양이었을까? 아마도 어떤 광신자가 이 모든 것을 해치웠을 것이다. 혼자서. 수백 킬로미터의 옥수수 밭을 사이에 두고 세상과 격리된 채. 혼자서 이 넓고 푸른 하늘 아래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신의 시선 아래 그랬을 것이다. 이상한 녹색 신, 옥수수의 신. 나이가 들고 굶주린 이상한 신. 고랑 뒤를 걷는 분.
소름이 끼쳤다. (P465-466)
이유는? 옥수수 때문이지. 옥수수가 죽어 가니까. 인간들이 죄를 너무 많이 지어서 옥수수가 죽어가는 거라고 생각한 거야. 제물이 필요하니까. 옥수수 밭에서 제의를 드렸을 거야, 줄을 맞춰서 차례대로.
그리고 비키, 이건 거의 확실한데, 이 친구들은 열아홉 살까지가 그들이 살 수 있는 한계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야. 리처드 ‘에이머스’ 디건. 그러니까 우리의 주인공은 1964년 9월 4일. 책에 적힌 날짜에 열아홉 살이 되었는데, 사람들이 그때 이 친구도 죽여버린 것 같아. 옥수수 밭에서 그를 제물로 바친 거지. 바보 같은 이야기지? (P466-467)
버트는 설교단에서 내려와 중앙 복도를 달렸다. 바깥문을 밀치고 나오니 오후의 햇살이 눈이 부셨다. 비키가 운전대 위에서 몸을 꼿꼿이 세운 채 양손으로 경적을 누르고 있었다. 그녀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사방에서 아이들이 몰려오는 중이었다. 그들 중 몇몇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모두 칼이나 갈퀴, 파이프, 돌멩이, 망치 등을 들었고, 여덟 살쯤 돼 보이는 아름다운 금발의 소녀 하나는 잭나이프를 쥐었다. 시골에서나 구할 수 있는 흉기들이었다. 총을 든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버트는 소리쳐 물어보고 싶었다. 누가 아담이고 누가 이브니? 누가 어머니고 누가 딸이야? 아버지는? 아들은?
‘네가 깨달아 알았거든 말할지니라.’
아이들은 대로변의 작은 골목에서, 공원에서, 그리고 한 블록 떨어진 학교 운동장의 교문을 통해 쏟아져 나왔다. 몇몇은 교회 계단에 얼어붙은 채 선 버트를 무관심한 표정으로 쳐다봤고, 몇몇은 자기들끼리 수군대며 손가락질하고 웃었다...... 여느 아이들처럼 예쁜 미소였다.
여자 아이들은 갈색 울로 만든 옷에 색 바랜 햇빛가리개를 쓰고 있었다. 남자 아이들은 퀘이커교의 성직자처럼 모두 검은색 옷에 평평한 테의 동그란 모자를 썼다. 아이들은 광장을 가로질러 버트와 비키의 자동차를 향해 다가가는 중이었고, 그중 몇몇은 마당을 가로질러 1964년까지 ‘은혜로운 침례교회’였던 건물로 향했다. 한두 명은 손에 닿을 만한 거리까지 접근했다.
“총!” 버트가 소리쳤다. “비키, 총을 꺼내!” (P468)
이건 계획에 없던 일이야. 버트는 생각했다. 비키와 나는 계획에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옥수수 밭에서 나온 소년, 도망치려 했던 소년, 하지만 이렇게 그들과 직접 마주칠 줄은 몰랐다. 그는 아이들을 노려봤다. ‘자, 이제 어때?’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빨간 머리 소년은 마지막으로 숨을 내쉬고 나서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잠시 버트를 쳐다보더니 칼을 쥔 손이 풀리면서 소년은 그대로 앞으로 거꾸러졌다.
스포츠카 주위에 모인 아이들 틈에서 작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은 이제 버트를 보았다. 버트도 쳐다봤다. 넋을 잃고 보다가....... 그제야 비키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디 있지?” 그가 물었다. “아내를 어디로 데려간 거야?”
소년들 중 한 명이 피묻은 사냥용 칼로 그의 목을 겨냥하며 톱질하는 동작을 취했다. 아이는 웃고 있었다. 그게 유일한 대답이었다. (P470-471)
버트는 달렸다.
주유소를 지나 마을의 끝에 거의 도착했다. 숨이 차고 가슴이 울렁거렸다. 인도가 끝나고 이제 남은 일은 한 가지뿐이었다. 그들을 물리치고 목숨을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 이제 건물도 없고 마을도 없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부터 옥수수가 녹색 물결을 일으켰다. 칼날 같은 녹색 잎이 가볍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안쪽은 더 깊을 것이다. 사람 키만 한 높이로 늘어선 옥수숫대가 만들어내는 그늘은 깊고 차가울 것이다.
표지판을 지났다. ‘당신은 개틀린을 떠나고 있습니다. 네브래스카에서, 아니 그 어느 곳과 비교해서도 가장 훌륭한 작은 도시입니다. 언제든 들러 주세요!’
‘다시 들르라고?’ 버트는 멍하니 생각했다. (P472-473)
“비키,” 그가 낮게 내뱉었다. “오, 비키, 세상에.....”
아내는 무슨 사악한 트로피라도 되는 것처럼 손이 허리춤에 가고, 발목은 철조망용 철사로 묶인 채 십자가에 매달려 있었다. 네브래스카의 철물점에 가면 1미터에 70센트 주고 살 수 있는 평범한 철사였다. 눈알은 빠져 버렸고, 그 자리에는 대신 옥수수 수염을 가득 채워 놓았다. 비명을 지르듯이 벌린 입에는 옥수수 껍질이 들어 있었다.
그녀 왼쪽에 번들거리는 성가대 복장을 걸친 해골이 걸려 있었다. 허옇게 드러난 턱뼈는 미소를 짓는 듯했고, 텅 빈 눈은 버트를 조롱하듯 쳐다보는 것만 같았다. 한때 ‘은혜로운 침례교회’를 담당했던 목소가 ‘그리 나쁘지 않아, 이렇게 악마 같은 옥수수 밭의 아이들에게 제물로 바쳐지는 거 말이야. 모세의 율법에 따라 눈알을 뽑아 버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성가대 복장을 걸친 해골 옆에 있는 또 하나의 해고은 썩은 파란색 제복을 입었다. 모자가 씌워져 눈을 볼 수는 없었는데, 모자 앞에 붙은 녹색 배지에 ‘경찰소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때 뭔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이 아니라, 그보다 덩치가 큰 뭔가가 옥수수 밭을 지나 공터로 다가오고 있었다. 절대 아이들은 아니다. 절대, 밤에 옥수수 밭에 들어온다는 것은 아이들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이곳은 성스러운 곳, ‘고랑 뒤를 걷는 분’이 있는 곳이니까.
버트는 몸을 돌려 달아나려 했다. 그가 들어왔던 고랑이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닫혀 버린 것이다. 모든 고랑들이 닫혔다. 녀석이 점점 더 가까이 왔다. 옥수수를 헤치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놈의 숨소리가 들렸다.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녀석이 다가오고 있다. 반대편의 옥수수 밭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마치 거대한 그림자에 파묻힌 것처럼.
다가오고 있다.
고랑 뒤를 걷는 분.
녀석이 공터로 넘어왔다. 버트는 거대한 뭔가가 위로 치솟는 것을 봤다...... 축구공만 한 빨간 눈을 가진 녹색 괴물이었다.
어두운 창고에 수년간 처박혔던 마른 옥수수 껍질 냄새가 났다. (P478-479)
옥수수 밭의 아이들은 대낮에 공터에 서서 십자가상에 묶인 두 개의 해골과 시체 두 구를 보았다...... 시체에는 아직 살점이 붙어 있지만 머지않아 해골이 될 것이다. 시간이 되면, 바로 이곳, 네브래스카 한복판, 옥수수 밭, 시간밖에 없는 곳에서.
“보라, 지난밤에 꿈이 있었으니, 주님이 이 모든 것을 나에게 보여 주셨도다.”
아이들은, 심지어 맬러키까지 두려움과 궁금함이 뒤섞인 표정으로 아이작을 돌아봤다. 아이작은 고작 아홉 살이었지만, 작년에 데이비드가 옥수수 밭에 들어가 버린 후 선지자 역할을 맡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자신의 생일날, 여름 옥수수 밭의 고랑에 어둠이 떨어질 무렵, 옥수수 밭으로 걸어 들어갔다.
동그란 모자 아래 작지만 엄숙한 얼굴로 아이작이 계속했다.
“꿈속에서 주님은 고랑 뒤를 걷는 그림자로 나타나, 수년 전 후리의 형들에게 하셨던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이 희생에 대해서는 대단히 불만족스러워 하셨다.”
아이들은 한숨과 울음이 뒤섞인 소리를 내며 주변의 녹색 벽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신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처형의 장소를 주지 않았더냐, 거기서 희생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그렇게 너희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주지 않았더냐? 하지만 이 남자는 내 안으로 들어와 불경한 짓을 저릴렀고, 결국 내가 직접 희생을 처리해야 했다. 오래전 도망치려 했던 블루 맨과 어리석은 목자에게 했듯이.” (P4789-480)
아이들은 맬러키의 말을 기다렸다. 제퍼스, ‘신의 저주 아하스’로 더 잘 알려진 그 아이를 쫓을 때 앞정섰던 맬러키였다. 맬러키는 직접 아하스의 목을 따는 것은 물론, 더러운 육신이 옥수수 밭을 타락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밖으로 던진 장본인이었다.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겠어.” 맬러키가 낮게 말했다.
흔들리는 옥수수 소리가 마치 그 말에 동의하는 한숨소리처럼 들렸다.
앞으로 몇 주 동안 여자 아이들은 더 이상의 사악한 일을 막기 위해 옥수숫대로 십자가상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약속된 밤이 오면 ‘은혜의 시기’를 지난 아이들이 옥수수 밭의 공터로 걸어 들어갈 것이다. ‘고랑 뒤를 걷는 분’의 은혜를 계속 얻기 위해.
“잘 가, 맬러키,” 루스가 말했다. 그녀는 씁쓸한 동작으로 손을 흔들었다. 맬러키의 아이가 자라는 배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서 조용히 눈물이 흘렀다. 맬러키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의 뒷모습은 꼿꼿했다. 이내 옥수수 사이로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루스도 여전히 울며 고개를 돌렸다. 이미 옥수수에 대한 증오심을 키우던 그녀였고, 종종 9월의 바싹 마른 옥수수 밭에 횃불을 들고 걸어 들어가는 꿈을 꾸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두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바깥 저쪽에서 밤이면 무언가 걸어다니고, 그것은 무엇이든 다 보았다...... 심지어 사람의 마음속에 간직한 비밀까지도.
어둠이 깊어졌다. 개틀린을 중심으로 옥수수가 흔들리며 소리를 냈다. 아주 만족한 듯한 소리였다. (P480-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