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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Oct 02. 2024

광화문에서 #24

검은 개

우리 인생이 이 최고의 순간 —오천 년이 넘은 성지, 서로에 대한 사랑, 석양, 우리 앞에 펼쳐진 광활한 우주— 으로 수렴되었는데 그걸 깨닫지 못했지. 우리 것으로 만들지 못한 거야. 우리는 자신을 지금 현재로 해방시키지 못했지. 대신 남들을 해방시키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싶어했어. 그들의 불행으로 우리 자신의 불행을 덮어버렸어. 인생이 선사하는 소박하지만 좋은 일을 받아들이고 그걸 가진 데 기뻐할 줄 몰랐던 게 우리의 불행이었지. 정치란, 이상주의적인 정치란 언제나 미래에 대한 거잖아. 지금껏 살면서 내가 배운 건 이거야. 사람은 현재에 충실히 임하는 순간, 무한한 우주, 무한한 시간, 어떻게 보면 신이라 할 만한 것을 발견한다는 것.


-이언 매큐언, 검은 개,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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